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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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창의 때는 지났다. 이제는 시들어갈 날만 남았다.
어쩌면 그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죽어버린다. 그것은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다.
할복이라던가, 목을 맨다던가, 그런 방법은 두려우니까. 수면제를 택한다.
잠들어서, 그 상태로.
편안한 죽음을 얻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 그대로 곱게 죽는것. 그건 모든 사람이 바라는 일일것이다.
베로니카는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여자였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보다 더 긴 삶을.
시들어버린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두려움일 것이다.

언제고 우리는, 그 두려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어떻게 남은 삶을. 이 끔찍한 삶을, 계속 이어가야하는가. 두렵다. 두렵다.
하지만, 살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면, 못살것도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베로니카는 죽고자 했지만, 죽지 못했고,
시한부 통보를 받았다. 비록 그것은 거짓말이었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심장 발작의 고통을 느끼며, 그녀는 자신에게 남겨진 하루 하루를 보낸다. 어릴적 꿈을 찾고.
그리고 사랑도 한다.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기억해내고,
피아노를 친다. 그녀가 치는 피아노는, 다른 환자들에게 조금은 틀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녀는 마지막을 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보내기 위해 병원을 빠져나간다. 그녀의 사랑하는 사람인 에뒤아르와 함께.
자신의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알게 된다면 우선은 '절망감'부터 느끼게 될 것이다. 그 삶이 오래 남았거나, 적게 남았거나 상관 없이. 
하지만, 하루 하루를 삶의 마지막 날처럼 여기며 보낸다면, 꽤 멋진 하루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베로니카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다른건 모르겠지만... 아마 다시,

자살을 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 길을. 아주 약간은. 그 길을 보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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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아프리카 - 아프리카에 두고 온 서른한 살
정은선 지음 / 이가서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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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그곳은 어쩐지 미지에 쌓여있는 느낌을 주는 나라이다.
저자가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읽다보면 마치 내가 그 장면을 보고 있는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의 초반, 주인공이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의 국경을 넘어가는데 우리나라 외교관의 대충대충 외교에 의해 불편을 느꼈던 점을 이야기할 때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여행을 할 때 허술한 외교로 인해 피해 받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나라는 대부분 비자가 필요 없다는데, 우리나라는 대충대충 한 외교 탓에 비자를 받아야만 통과할 수 있다니, 더군다나 같이 간 사람들이 그 때문에 나를 불쌍하다는듯이 쳐다본다면,
즐거워야 할 여행의 첫 시작부터 무언가 엉켜버리지 않을까.

어딘가에 나의 나쁜점을 두고올 수 있다면, 무엇을 두고올까.
나태, 선입견, 내숭, 예민, 짜증, 열등의식, 환상, 충동, 주정, 착각, 자만, 집착, 절망, 상실감, 부주의... 버리고 싶은 것은 많다.

내가 정말 버리고 싶은것은 열등의식과 예민함, 그리고 두려움. 쓸데없이 걱정하고, 신경쓰는 버릇을 고치고 싶다. 그리고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필요 이상의 진지함, 그리고 충동 구매,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걸 확실히 조절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치려고 한다면 생각나는것은 셀 수 없이 많이 나올것이다. 그렇다면 작은 것 하나라도 지금부터 고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아프리카에 두고 온 서른 한 살, 그리고 버리고 온 서른개, 가지고 온 하나.
아직 서른은 되지 않았지만 몇가지는 참고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30대에 지켜야하는 하나, 이기주의.
여기서 말하는 이기주의는 나쁜 의미의 이기주의는 아니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라는 책에서도 말했듯이,
'착한 여자'가 되어봐야 나중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으니까.
어느정도는 이기적으로 사는것도 우리에게는 명심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과하면 안 좋더라도,
어디까지나 과하지만 않으면, 잘 조절할 수만 있다면 어느정도 인생에 도움이 되게 할 수도 있을테니까.
나도 어느정도는 '나'를 위해 살아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래의 나를 웃게 만들려면, 먼저 지금의 내가 좀 더 나아져야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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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둔의 기억 1 - 제1부 저항군, 제1권 수색
라우라 가예고 가르시아 지음, 고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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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둔의 기억, 굉장히 멋진 작품이었다.
처음에 책을 받았을 때는, 굉장히 두꺼운 것에 놀랐지만, 그 두꺼운 책이 부담이 안 될 정도로 빠르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해리포터, 혹은 타라 덩컨과 비교해봤을 때 크게 떨어지는 곳 없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갑자기 잭에게 찾아온 크나큰 불행, 귀가한 잭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살해당한 부모님. 그리고 잭의 부모를 살해한 마법사, 엘리온과, 흑마법사 아슈란의 명을 받고 저항군을 쫒아다니는 .암살자, 키르타슈.
아슬아슬하게 잭을 구한 것은 '저항군' 알산과 샤일, 잭은 그들의 손에 이끌려 림바드에 가게 된다. 그리고 림바드에서 구체적인 사정을 듣고, 저항군이 되어 키르타슈와 맞서게 된다..
이야기는 점점 깊게 들어간다. 갖가지 사건이 터지고, 주인공들은 정말로 힘들어하지만, 그 힘겨움을 견뎌내며 조금씩 성장해간다.
이 마법의 세계는 굉장히 장대하고, 또 섬세하며, 환상적인 곳이다.
등장 인물 하나 하나의 이야기가 굉장히 구체적으로 잘 짜여있고, 그들의 운명 또한 어느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정도로, 잘 짜맞춰져있다.
'네 안에는 네가 아는것보다 더 많은게 들어있어'
책 뒷편에 적혀있는 글처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이런 장르의 글을 쓸 때, 주인공이 사춘기 소년, 혹은 소녀인 이유는, 아직 자신의 잠재성을 깨닫지 못한, 그런 그들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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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 - 사라진 DC 미니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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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작가 츠츠이 야스타카의 작품 파프리카.
시작부터 놀라운 흡입력으로 나를 책 속 세상으로 안내해주었다.
꿈, 인간은 무의식중에 꿈을 통해 많은것을 나타내고는 한다고 한다.
만약 꿈을 찍을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어떨까.
꿈을 찍는것만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대단한 작품이 나올지도 모른다.
아마- 파프리카는 그런 생각을 토대로 써진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파프리카', 꿈 탐정.
정신병이라는 것을 직접 드러낼 수 없고, 비밀스런 치료가 필요한 이들에게 찾아가는 비밀스런 소녀.
마음에 병이 있는 이들은 어떤 꿈을 꿀까. 아마 평범한 사람들이 꾸는 꿈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꿈을 꾼다는 것은 무방비상태에 빠진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꿈을 조정할 수 있다면 사람을 조정하는것도 어려운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파프리카-에게 다가온 위험...의 신호가, 바로 그것.
DC-미니 라는, 꿈 접속기.
...이것은 위험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의 꿈을 또 다른 사람이 꾸게 만들수도 있었다.
그것이 평범한 꿈이라면-
별 일 없을지도 모르지만.
정신병 환자들의 꿈이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지.
파프리카가 비밀스런 손님들의 꿈 속을 찾아가 그들이 불안해지는 이유를 짚어내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뒷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진다. 가장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끊긴듯한 이야기...
설마 그걸로 끝은 아니겠지...

 

...그렇게 기다려보고 싶다.

'나머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깁니다-'

라는 말도 정도가 있지.

...최소한 완결에서 네발자국, 보다는 가까이 있어줘야 어느정도 작가의 의도를 짐작하고 상상할 수 있지.

한참 궁금하게 해 놓고 마지막은... 너무 베일에 감싸진상태로 끝나버렸다.

...정말로 뒷 이야기는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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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 최고의 나를 만나라
김범진 지음, 임승현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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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적에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안 들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느린 거북이 슬론, 이름에 걸맞게 느긋하게, 그러나 모든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그렇게 자라난 슬론이였지만, 그런 슬론을 변하게 만든것은... 주변의 시선. 느리다고 따돌리는 친구들과, 걱정하는 부모, 주변의 거북들, 그래서 슬론은 독하게 마음을 먹고 바뀌기 위해 노력한다. 사색의 즐거움을 대신해서, 놀리는 이들이 없어졌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슬로는 계속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그렇게 자란 슬론과 달리기 시합을 하게 된 라잇, 그리고 시작된 경기.
예상을 뒤엎고 승리는 슬론에게 돌아갔다.
슬론은 단박에 영웅이 되었고, 유명해졌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 달리기를 하는 부분만 잘라내서 듣는다면, '아아~ 토끼와 거북이구나~'라고 말할 수 있을정도다.
하지만 뒷 이야기가 남았다.
동물세계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공장이 생기고, 경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 새끼 거북이들이 물개 마을에 가서 헤엄치는 법을 배웠다.
슬론은 거북이용 조깅화를 만드는 회사에 간판모델로 취직하게 되었다. 그리고 토끼용 조깅화를 만드는 회사에 취직하게 된 라잇과 함께... 또다시 시합을 하게 되었다.
본디가 거북이와 토끼가 달리기 경주를 한다고 할 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병든 토끼랑 돌연변이 거북이라고 해도 거북이가 이긴다에 표를 걸 사람이 있을까 말까한데, 처음은 우연이라 치고, 두번째까지 이길것을 기대한다는 건 상당히 오만한 생각이었다.
슬론은 결국 졌다. 아쉽게 졌다. 라잇은 결국 토끼잠 시간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몇초 차이로, 라잇은 슬론을 이길 수 있었다.
이기는 자가 있으면 지는 자도 있는법이다. 그런데 세상은 왜 이기는 자만 바라보는 것일까.
이 책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여주는것 같기도 하다. 한글을 배우기도 전에 영어를 배우게 한다고 조기 유학을 떠나는 아이들, 그리고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에서, 느리게, 느긋하게, 차분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어째서인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사회. 그런 세상에, 이 책은 하나의 경종을 울린다.
'나'를 굽기 위해서는 내가 들어가있는 가마의 온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급하게 온도를 올리면 열을 견디지 못하고 깨어져버릴지도 모른다. 천천히, 조금씩 1250도를 향해 가마의 온도를 높여보자, 최고로 아름다운 나를 굽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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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250도 최고의 나를 만나라
    from 격물치지 [格物致知] 2007-10-09 19:06 
    1250℃ 최고의 나를 만나라 - 김범진 지음, 임승현 그림/중앙북스 부초 가끔 삶을 돌아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는 곳에 내가 와 있는 것을 확인한다. 열심히 살긴 한 것 같은데... 많이 놀지도 않고... 아마 10년전에 나는 10년후의 내 모습으로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북이 슬론 이 책의 주인공 슬론은 원래 느리지만 사려깊은 거북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토끼와의 경주에서 이기게 되고 그의 인생은 부와 명예가 넘치는 인생이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