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의 얼굴들 - 철학은 지적장애를 어떻게 보아왔는가
리시아 칼슨 지음, 이예린.유기훈 옮김 / 심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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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인 측면에서 사유하는 지적장애의 역사가 궁금했다.
이 책은 지적장애의 철학적 세계에서 권위의 얼굴, 짐승의 얼굴, 고통의 얼굴, 거울의 얼굴을 다룬다.
철학적 담론에서 지적장애인이 배제된 이유는 '앎의 주체'로서의 능력이 결여된 존재로 규정되었기 때문이다.

✏️ 비장애 중심적인 사회가 생물학적 조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해석에 기초한 경험이 장애화된다는 것이다. 174p

함께 살아가는 인간 세계는 결코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저자.
짐승의 얼굴들에서 설명하는 지적장애인의 애완동물화는 상당히 불편하고 불쾌하기까지 했다.
'지적장애인의 동물화'는 홍은전 작가의 <나는 동물>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종차별과 생명이 있는 존재에 대한 장애와의 연관성을 설명하여 집중해서 읽었다.

✒️ 많은 장애 당사자와 지적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주장하듯, 그들의 고통을 초래하는 좀 더 중대한 원인은 장애에 대해 차별적 견해를 지닌 사회, 그리고 장애인의 충만한 삶을 가로막는 구체적 장벽을 지닌 사회에 있다. 315p

이 책을 통해 지적장애의 여러 얼굴과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다. 지적장애를 둘러싼 철학적 탐구를 바탕으로 오늘날 지적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

위 서평은 <지적장애의 얼굴들> 서평단에 선정되어 푸른숲 @prunsoop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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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좋은 어른의 시간 - 시니어 IN 그림책 ㅣ IN 그림책
최혜정 지음 / 생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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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시기를 꽤 살았다. 앞자리수가 4라는 걸 이제야 익숙하게 받아들이는데 매년 먹는 나이에는 놀란다. 42가 적응할만 하면 43이 되고, 43이 적응할만 하면 44가 된다. 이제 4는 고정이요, 뒷자리수만 적응할만 하면 바뀐다. 점점 어른, 시니어 등의 단어에 관심이 간다.
이 책도 그렇게 내게 왔다. <오히려 좋은 어른의 시간>📗

책 초반에 '숫자에 불과한 나이'에서 '산다는 것은 세는 것이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란 문장에 시선이 간다. 드넓은 세상에 작은 흔적을 남기는 게 삶이라고 말하는 저자.
그림책을 선택할 때에도 인생을 사유할 수 있거나 계절이나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책들을 선호한다. 이 책에서도 그런 그림책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반짝반짝 봉선아>, <모두에게 배웠어>, <그레이엄 할아버지께>, <나는 죽음이에요> 등 새로 만나 이름을 알게 된 책친구들을 검색하고 적느라 손가락이 분주하다.

특히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이란 챕터에서 읽은 <반짝반짝 봉선아>는 당장 그림책을 펼쳐보고 싶을 정도로 책과 이야기가 궁금했다. 소중한 일상을 담은 그림책 페이지마다 시간을 흐름이 스며든 삶이 담겨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의 저자이자 생애출판사 대표인 최혜정 작가님이 인생in그림책 시리즈 작가님들을 한 명씩 부르며 반짝반짝 빛난다고 말하는 부분은 뭉클하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처럼 나도 모르게 양손을 반짝반짝 하게 된다.

🔮 누구나 꿈을 꾼다. 꿈을 꾸지 않는 인생은 무료하고 건조하다. 아이들의 꿈은 떠오르는 해처럼 찬란하고, 어른의 꿈은 달리는 말처럼 역동적이다. 그리고 노년의 꿈은 원로 가수의 노래처럼 깊고 우아하다. 그리하여 모든 시간의 꿈은 아름답다. 106p

<모두에게 배웠어>에게서 배운 '훌륭한 어른 되는 법'(사유, 배움, 소통)과 <그레이엄 할아버지께>에게서 배운 넓어지고 아픔에 공감하는 일을 다시 마음에 새긴다.

이 책의 피날레는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챕터다.
성장이란 키워드의 빨간색 책에서도 등장한 <나는 죽음이에요>가 한번 더 등장한다. 사실 이 챕터는 총 여섯 페이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울림이 커서 읽고 읽고 또 읽었다. 여섯 페이지 안에 삶과 죽음을 껴안은 인생이 담겨있어 통필사의 욕구를 자극한다.

🧚‍♀️ 그림책 속 죽음이 말하듯 삶과 죽음은 하나다. 삶이 있던 자리가 죽음의 자리이며, 죽음이 있던 그 자리에 또 다른 생명이 피어난다. 죽음의 음성이 빛난다. 136p

별다른 인사도 없이 떠난 청춘을 그리워하다보면 애석하고 헛헛한 마음이다. 책과 함께 시작한 두번째 청춘을 살고 있어 행복한데, 앞으로 '오히려 좋은 어른의 시간'도 꿈꾸게 된다. 싱그러운 초록을 간직한 채 무르익어가고 보다 넓어지는 가을빛 인생을 살고 싶다.

위 글은 생애 서포터즈에 선정되어 @saeng_ae_book 도서출판 생애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감동적인 책 감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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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다시 돌봄이 시작되었다 - 요양보호사이자 돌봄 전문가의 가족 돌봄과 자기 돌봄 이야기
백미경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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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시기를 40Km 속도로 달리고 있어서인지 가끔 숨이 찬다. 마흔 초반, 한참 마흔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 '마흔을 풍요롭게 하는 책'이란 폴더에 차곡차곡 정리해두었다.
점점 오십이란 제목에 시선이 간다. 오십이면 지천명, 하늘의 명을 안다는데 이제야 새롭게 보이는 것들도 많으니 책과 함께 무르익어야겠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는 열정적인 돌봄전문가다. 부모 부양과 자녀돌봄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50대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머지 않은 내 모습 같기도 해 친근하게 느껴졌다.

나의 오십은 돌봄을 넘어 늘 봄이면 좋겠다고 말하는 저자. 오십 중반은 '스산한 가을의 문턱이 아니라 몇 번의 계절을 돌고 돌아 또다시 봄의 계절 앞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원장님이 재개발로 일을 멈추게 되면서 아버지의 돌봄을 매일 몇시간씩 지원한다. 어떻게 보면 부모와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다. 저자가 엄마에게 가족을 지켜낸 이유를 묻는데, 어머니의 대답에 관록이 묻어나고, 온기가 새어나온다.
"고생은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행복이고, 너희들을 지켜낸 것은 축복이지."
행복과 축복으로 점철된 삶이라니. 결국 이 세상에 남는 건 사랑이라는 두 음절의 단어가 떠오른다.

👩‍🦳 '늙음'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다. 우리의 늙음이 재난이 되지 않도록 배우자와 서로 돌봄을 주고받고, 노인이 스스로 돌볼 수 있기를 바란다. 50p

저자가 세운 중년 로드맵이 하나씩 이루어지는 걸 보며 읽는 이도 힘이 난다. 응원하게 되고, 같이 하고픈 마음이 든다. 백미경 작가님이 언젠가 돌봄 책방을 오픈하게 되면 꼭 들러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저자는 함께하는 돌봄이 가장 자연스럽고 성숙한 돌봄이라고 정의한다. 한국에선 모든 게 신청주의에 기반해 이루어짐으로 노인들이 몰라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노후에 고립되지 않고 안전하게 늙어가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특히 돌봄받을 권리를 강조하고, 다양한 돌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어버이날을 고작 1시간 지난 밤이라서일까.
내가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나서도 부모님은 늘 곁에 계셨다. 나의 부모이자, 팬이자 친구이며, 스승인 엄마 아빠를 보고 오기 잘했다. 두 분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사랑을 전한다.

위 글은 푸른향기 서포터즈 13기에 선정되어 @prunbook 도서출판 푸른향기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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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필사 100일 - 손으로 쓰며 만나는 명문장
윤서진 엮음 / 달먹는토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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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은 시간을 견딘 문장들이다'라는 설명으로 시작하는 <세계문학 필사 100일>✍️
작년 후반부터 필사의 매력에 빠져 필사를 이어오고 있다. 세계문학작품의 문장들을 쓸 수 있다니 이렇게 기쁜 일이!🥹

<안나 카레니나>의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르모습으로 불행하다"부터 <인간의 대지>의 "사랑이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문장까지. 서평 기간이 있어 모든 페이지의 문장들을 다 쓸 순 없었지만, 눈으로 곱씹어 읽고 음미했다.

읽었던 책에서 마주한 문장은 반갑기 그지 없고, 맞닥뜨린 문장이 감동적이어서 여러번 읽게 된 페이지는 적어두었다가 그 책부터 읽어야지 하고 리스트에 추가한다.
필사하면서 고전 리스트가 쭉쭉 늘었다.😅
고전이 괜히 명작이 아니구나 느끼는 시간들이다.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려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일이었다. (빨간 머리 앤)
🐻 행복이란 멀리서 찾아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지금 옆에 있는 존재를 알아보는 마음이라는 것을. (곰돌이 푸)

세계 문학작품의 명문장을 필사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와 견디는 힘을 배운다.
모든 것은 순간이며, 모두 지나간다는 것. 지나간 것은 결국 사랑스러워진다는 것.
'우리의 고통은 우리 뒤에 살아갈 사람들에게 기쁨으로 옮겨갈' 것이란 걸 기억하며 살아야겠다.

문장을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는 시간 동안 행복했다. 한페이지를 고스란히 적었을 때의 뻐근한 감각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위 서평은 <세계문학필사100일> 필사단에 선정되어 달먹는토끼 @hwangsomediagroup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필사하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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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민정 지음 / 리브르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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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작가노트에서 이 책을 '무력감과 죄책감을 떠안게 된 우리 모두에게 바친다'고 썼다.
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참사 12주기였다.

이 소설은 화자가 단원고 교사였던 언니를 추모하며 써내려간 이야기다. 남매 넷 중 사고로, 참사로 소중한 아이를 둘이나 잃은 부모의 심정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잠깐 떠올려보다 패닉이 올 것 같아 그만 두었다.

이야기가 이끄는 힘이 있다는 걸 믿는다.
교사가 되기 전 고시원과 학원을 전전하며 힘든 시간을 보낸 언니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학교와 팽목항도 넘나든다. 20140416에서 시간이 멈춘 이들은 세월호와 관련된 시공간을 초월한 이야기를 이해하며 이야기에 빨려든다.

특히 팽목항에서의 이야기는 독자들도 팽목항에 가있는 착각이 든다. 패닉과 공포, 혼돈의 카오스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팽목항으로 달려갔지만, 사람은 구조하지 않고 브리핑만 하는 정부 관계자들. 근처 어부들이 달려갔으나 다 구조되었다는 언론의 오보에 골든타임만 놓친다. 배가 기우는데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만 계속되고, 정작 선장일행은 빠져나왔다는 말도 안되는 현실.
더 이상 나라를 신뢰하지 못한 부모들이 직접 배를 구해 바다로 나갔을 때, 그 큰 배의 선체 일부만 보이고 모든 게 사라진 후였다.
해경은 배 주위를 돌기만 한다. 구조활동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생지옥이 따로 없다.

🤬 잘못된 구조 소식만 아니었으면!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아니었으면!! 토할 것 같다. 115p
🚢 세월호. 세월. 이름부터가 불길한 재수 없는 이름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곳에서 세월은 가족들의 심장을 한 점 한 점 발라내고 있다.

이 소설은 "잘 가, 언니."로 끝을 맺는다. 세월호를 인양했는데도 시신을 찾을 수 없는 가족들은 장례를 치른다. 이제 고통을 끌어안고 추모하는 마음으로 살아내야 한다.

2014년 안산 합동분향소에 다녀왔다. 비현실적으로 압도적인 개수의 영정 사진에 숨이 멎을 뻔 했다.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흘렀다. 소중한 아이들을 잃은 슬픔이 전국민을 관통했다.

세월호와 관련된 책들을 찾아 읽으며 진실에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진실을 마주할수록 아프고 괴로웠다. 권력을 지닌 자들이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있다. 우매한 자들이 이제 그만 하라고 한다. 아니, 계속 기억해야 한다. 기억하려고 애써야 한다. 그래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고,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다.

위 서평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chae_seongmo 서평단에 선정되어 리브르북스 @unnie.minjung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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