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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삽니다, 다정빌라 ㅣ 손잡는 나무
김우주 지음, 쏘우주 그림 / 씨드북(주) / 2025년 12월
평점 :
가정형편상 새로운 곳으로 이사가고 전학까지 가게 된 우정이. 예전 집 내 방을 잃게 만든 엄마아빠가 밉다. '어디서든, 그 안에서 지내고 있는 우리가 중요하다는' 엄마의 말이 와닿지 않는다.
정이 안가는 다정빌라에서 자주 마주치게 된 같은 반 수호와 공부방 다정샘, 까칠한 할아버지와 혼자 사시는 소쿠리 할머니, 아이가 넷인 가정까지. 여덟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다정빌라에 각각의 사연을 품고 우정이와 관계를 맺고 이어진다.
다정샘의 서사가 깃든 '시간의 경계'가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이다. 옛날엔 잘 나가던 다정빌라. 그곳에서 떠난 아빠를 기다리던 다정샘은 어른이 되어 내면의 어린아이를 만나고, 우정이에겐 새로운 공간이기를 바란다.
가만보면 나도 서울에서 안양으로 이사오면서 다정샘처럼 한 집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키가 자라고 밥벌이를 하고 어른이 되는 시간 동안 한 집에서 머무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안다.
다정빌라처럼 다세대주택이라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 공간을 지나쳐간 이웃들이 떠오른다. 지금은 그 때 만났던 아이들도 중년, 어른들은 노년을 살고 있을텐데 시간의 흐름이 소용돌이치듯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반려견 호호의 뼛가루로 만든 메모리얼 스톤과 소쿠리 할머니의 텃밭을 지키기 위한 사투. 다정한 이웃들의 손을 빌어 다시 찾게 된 메모리얼 스톤과 소중한 틴케이스를 나누는 아이들의 우정이 빛난다.
"나도 알아. 소중한 걸 뺏기는 기분. 내 방, 내 친구들..."
우정이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순간 과거의 내 미술작품들이 떠올랐다. 작은 집이었지만 중학교 다닐 때 미술을 좋아해 유화그림 몇 점과 쇼핑백을 직접 만들어 전시해 놓았었는데, 학교 다녀온 사이 아빠가 버렸다. 그 때의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이 퍼뜩 떠올랐다.
아, 그때 그랬었지. 지금의 난 어떤가. 딸아이의 소중한 작품들을 지저분하단 이유로 버리고 있진 않은지.. 아이에게 소중한 것들을 잘 챙겨주어야겠다.
다정빌라의 표지를 가만히 보니 이 책의 주인공과 이웃들이 다 담겨있다.
다정샘과 형제많은 아이들, 1층 할아버지, 수호와 호호, 수호네 소쿠리 할머니, 우정이.👨👩👧👵👦🐕👨👩👧👦👨👩👦👦👴🧑🏫
이들의 삶을 엿보았을 뿐인데 이웃들의 따뜻한 손을 잡은 것처럼 온기가 느껴진다. 이웃간의 다정함과 친구사이 우정. 정이 오가는 사람살이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오늘부터 삽니다, 다정빌라> 서평단에 선정되어 씨드북 @seedbook_publisher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리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