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하여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현 옮김 / 클로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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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시집 필사를 하면서 필사가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시집 필사와 문장 발췌 하며 필사를 하던 제가 고전을 필사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읽고 쓰면서 또 읽게 되니까 감동이 더 진해지는 것 같아요. 언젠가는 책 한권 통필사도 가능하지 않을까 꿈꿔 봅니다.😊

안톤 체호프의 <사랑에 대하여>는 사랑의 단면들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며, 사랑의 여러 속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듭니다. 열 두 꼭지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입체적인 사랑이 그려진다고나 할까요.

때로는 이중적인 사랑이 되기도 하고, 법적 테두리 밖에서의 사랑에 고통스러워하며, 헌신적인 사랑으로 자신을 잃어버리는 위기를 겪기도 합니다.
이 책은 단지 사랑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데요. 그건 사랑과 삶이 매우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일거예요. 지금 마주한 사람의 속마음은 알 수 없고, 사랑은 때로 삶을 더욱 생생하게 만듭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더 강하게 기억에 남기도 하고요. 그래서일까요. 사랑의 신비는 참으로 위대합니다.

🪔 수백 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인간의 삶은 과거와 현재가 끊어지지 않는 하나의 사슬처럼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279p

고전을 읽을 때마다 새삼 놀라곤 합니다. 시대는 변했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요. 시간이 흘러도 삶의 모습과 사회적 고민은 형태만 달라질 뿐 계속 이어지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랑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약혼녀'에서 나자의 어머니가 '삶을 프리즘을 통해 바라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어요. 삶을 프리즘을 통해 바라보면 이해하지 못할 삶의 영역이 없을거라고 생각해요.

#채손독 을 통해 도서협찬 받았습니다.
@sylviasunyoung
@klotz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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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마지막 피치
이서현 지음 / 한끼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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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이렇게 청량한 소설이 있을까.🍑 주인공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몰입되어 앉은 자리에서 더위도 잊고 책장을 넘기며 읽었다.

도깨비터에 오픈한 '다운클라이밍센터'라는 암장에서 각자의 사연을 품은 청년들이 넘어지고 실패하면서도 끝내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 전설은 성공이 아닌 실패에서 온다. 숱한 실패가 존재해야만 아주 작은 성공 하나가 유독 반짝일 수 있었다. 13p

타인의 시선에 도리어 자신을 옭아맨 요리유투버 주아가 재회의 벽을 완등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이 찬란했고, 신기가 빠진 젊은 무당이 '삶은 자신의 선택으로 움직이는 것'이란 깨달음을 마주했을 때 고개를 주억거렸다.

🧗‍♀️ 다들 성공하면 더는 안 하잖아요. 실패가 반복되는 것처럼 성공이 반복될 수도 있잖아요. 75p

자신의 목소리로 알람설정을 해놓은 성우, 현수의 이야기는 요즘 청년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렸다. 성우 공채로 발탁되었으나 2년 계약이 끝난 이후 계속 일거리를 찾아 전전했다. 오디션에 낙방하고, 녹음을 하며 비교당하고 욕을 얻어먹는 치욕스러운 순간들이 삶을 채워나갔다.
바람쐴 겸 형내외와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 가게에 갔다 조카 은우를 만나며 자신이 성우를 꿈꾸었던 시간들을 떠올린 현수. '직업 만족도 최상'이라고 말한 동기의 말이 생각났다.
은우의 요청에 따라 '꾸에에엑!' 공룡소리를 내며, 목소리 하나에 즐거움이 가득한 시간을 되찾았다.
누군가는 현수의 목소리를 진짜 좋아한다는 동기의 말이 떠올랐던 순간이지 않았을까.

🧗‍♂️ 간절히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성공도 실패도 만들었다. 조급함을 만들어내기도, 인연을 믿어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결과가 달라질 뿐이다. 원치 않는 결과에 운명을 탓하며 돌아서기도, 기적 같은 일을 마주하기도 하는 거였다. 243p

저자는 소설 속 인물들이 여름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지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 여름 이야기는 독자에게 찬란한 시절을 보여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치열하게 살았던 여름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일어서서 당신만의 속도로 살아가자고 다정히 손을 건네는 것만 같다.🤝

위 리뷰는 <여름의 마지막 피치> 서평단에 선정되어 한끼 출판사 @hanki_books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찬란한 여름을 만끽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름의마지막피치_이서현 오팬하우스 출판사한끼
우아한독서가🙋‍♀️ 책읽는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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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작별 - 돌보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남유림 지음 / 도서출판 독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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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이 세상의 모든 감정이 하나의 언어처럼 다가왔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상실, 그리움과 희망까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마음들이 문장 사이를 흐르며 조용히 나를 흔들었다.

10년 7개월. 아이는 3,865일 만에 죽음으로써 엄마로부터 독립했다.
'아이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고통스럽지만 용기있고, 순수한 사랑의 기록이다.

👨‍🍼 남편을 보며 사랑은 감정이 아닌 선택의 문제라고 느꼈다. 사랑하기로 하면 사랑하는 거다. 살기로 결정하면 사는 것이다. 나는 항상 잘 살기보다 죽기를 선택했다는 것을, 마지못해 사는 것을 택했음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43p

이른둥이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 일주일만 건강했다. 이후 열이 나고, 여러가지 병명이 붙었으며, 뇌가 완전히 망가졌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는다. 듣지도 보지도 먹지도 숨쉬기도 어려울 거라고 했다. 아빠는 아이가 사랑받는 것만 느끼고 알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볼 수 없지만 들을 수 있고, 목소리를 낼 수 없지만 표정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아이. 엄마 아빠에게 딱 붙어 스킨쉽으로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해든이다. 24시간 해든의 곁을 지키는 엄마는 딸로 인해 스스로를 필요하고 쓸만한 존재로 인식한다.

👶 해든의 생을 붙든 건 사랑이다. 열아홉 번의 전신마취에도 매번 그를 흔들어 깨운 건 그 사랑이다. 75p

장애인복지관 사례관리팀에서 일했을 때, 재가장애인 가정에 방문했던 적이 있다. 청소년이었지만 어린아이처럼 왜소한 체구였다. 침대에 누운 아이의 몸에는 호흡기와 각종 의료기기가 연결되어 있었다. 엄마는 매우 지쳐있었고, 외출을 하지 못한지 오래 되었다고 했다. 아이엄마의 이야기를 천천히 들으며,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고 기도했던 기억이 난다.

책에서 저자는 숨구멍을 원한다. 우리 사회에 중증 장애아이를 받아주는 기관이 거의 없다. 의료적인 행위라는 이유로, 의료 및 복지 종사자들이 함부로 이야기한 것에 대해 대신 사과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닿지 않는 지원은 존재하지만, 그건 부재와 다르지 않다. 어떤 친절은 때로 받는 이에게 구걸과 다르지 않다. 나는 구걸하며 산다. 110p

만성질환을 앓는 가족을 돌보는 이의 심경과 부모가 되어 아이를 극진히 돌보는 마음을 이보다 더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딸아이의 고통과 용기는 이미 차고 넘쳤다며, 이제는 엄마의 차례라고 생각해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한다.
이후 74일이 지나 해든의 삶이 멈춘다.

🫄해든 덕분에 나는 죽음을 좇다가 죽음을 통과해 드디어 삶에 안착했다. 죽음에의 갈망은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 사랑으로 눌러진 것, 덮인 것이다. 198p

책장을 넘기며 문장을 눈에 담을 때마다 먹먹해져, 몇 번이고 숨을 골라야 했다. 해든이 없는 세상에서 엄마 아빠는 재밌게 살거라고 말하고, 해든의 숨이 멎는다.

죽음을 갈망하던 여자가 아이의 죽음을 마주하며 죽음을 통과해 오늘을 살아간다.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 이 책이 말하는 건 결국 사랑이다.
저자는 창백한 푸른 점 지구에서 살아가는 동안, 사랑 없는 삶은 존재할 수 없음을 자신의 삶으로 증명했다.
@dokk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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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느껴질 때
임수현 지음, 김지혜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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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느껴질 때>는 시집 <미지의 아이>에 실린 한 편의 시가 예쁜 그림을 만나 한 권의 그림책으로 다시 태어난 작품입니다.

책표지에서는 시선이 위에서 아래를 향하는데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시선의 위치가 달라져 보다 생생하게 읽힙니다. 마치 시간의 단면, 삶의 조각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기분이랄까요.

바람이 불어도 꽃봉오리를 떨어뜨리지 않고, 넓은 하늘에서 구름이 길을 잃지 않으며, 시간이 동그라미 속에서 계속 흘러갈 때 돌멩이도 둥글어지는 것.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게 이상하고 신기합니다.
저자는 누구도 젖지 않도록 천사가 우산을 발명했다고 말해요.☂️ 귀여운 생각에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데요.😊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일상의 장면들이 새롭게 보일 때, 바로 천사가 느껴지는 순간이란 걸 이 책을 읽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제게 천사가 느껴지는 순간은 책과 책이 이어지고, 단어와 문장이 서로를 연결하며, 같은 책을 함께 읽는 기쁨을 나눌 때입니다. 일상의 작은 단면에서 뜻밖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순간마다 마음이 벅차오르곤 하는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모든 연결은 천사가 조용히 손을 내밀어 이어준 것만 같습니다.🧚‍♀️

여러분에게 '천사가 느껴지는 순간'은 어떤 때인가요?😇

위 서평은 뭉끄 7기에 선정되어 문학동네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진솔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mundong_pictur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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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돌
허은미 지음, 조원희 그림 / 만만한책방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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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하물며'라는 뜻을 다시 찾아봤어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그도 그러한데 더욱이. 앞의 사실이 그러하다면 뒤의 사실은 말할 것도 없다.' 는 뜻의 접속 부사입니다.

주인공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데 뜻대로 잘 되지 않는 모양이에요. 발에 걸려 툭 던져진 돌을 가만히 바라보고, 차라리 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돌🪨

엇? 돌이 됐네요!😯
돌이 되어 평온함을 느끼려는 순간, 바닥으로 떨어졌어요. 고양이가 감자냐, 빵이냐 묻다가 하필 돌이네 하면서 가버려요.🐈
땅 위에 뒤집힌 돌이 놓여 있습니다.
거꾸로 보니 세상이 다르게 보여요. 원해서 뒤집힌 건 아니지만 시선이 바뀌니 다시 찾아온 고양이도 반갑네요. 고양이의 하루가 궁금해졌어요. 돌 자신처럼 혼자였는지, 우리도 친구가 될 수 있는지도.
돌은 나중에 부서져서 작은 먼지가 되면 자유롭게 떠돌다가 나무, 새, 고양이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어요.

다시 원래의 주인공으로 돌아온 돌아이는 고양이를 남다른 시선으로 쓰다듬으며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

하물며, 차라리, 그런데, 하마터면, 마침, 하지만, 설마, 혹시, 하필이면, 아무리, 아무튼, 그래도, 어차피, 그래서, 언젠가, 만약에, 마침내.
이 책에 나온 부사들을 다 모아보니 이렇게나 많더라고요. 접속사 역할을 하는 부사들이 그림책의 장면과 장면을 이어주듯 우리 아이들에게도 자라나는 장면들을 이어줄 무언가가 필요하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그건 사람일수도 있고, 책일수도 있겠어요. 특히 책에서 돌이 된 주인공이 뒤집히면서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관점을 경험하게 된 건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었는데요. 거꾸로 보이는 세상에서 타인을 이해하는 시선을 갖게 되었을지도 몰라요.

자신과 타인을 생각하게 된 아이는 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겁니다. 작은 화면 속 누군가의 생각을 따라가는 아이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사람을 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하물며 돌> 서평단에 선정되어 만만한책방 @manmani0401 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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