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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기 힘든 사람들 - 돌봄, 의존 그리고 지켜져야 할 우리의 일상에 대하여
도하타 가이토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5년 7월
평점 :
#도서협찬
인권 하면 떠오르는 이길보라, 홍은전 작가님이 추천한 책이라니 읽고 싶어 애가 닳았다. 게다가 돌봄시설 이야기가 아닌가. 일본의 돌봄시설을 책으로 기관견학 하듯 읽어내려갔다.
저자가 4년 동안 일한 곳은 정신과 주간돌봄시설이다. 정신장애인이 주로 있지만 지적장애를 동반한 분들도 이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첫 출근한 날 긴박한 상황에서 상사가 "대충 앉아 있어."라고 말하며 "있기(being)"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저자. 그는 임상심리사고 분명 돌봄보다 치료가 우월하다, 상위개념이다 라고 생각한 사람이다.
4년여의 시간을 보내며(시설에서 뭔 일이 있었던 모양이긴 하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어디든 말못할 속사정은 많다.) "대충 앉아 있어"의 의미가 "함께 있어"란 것을 몸소 깨달았다.
💚 준코 씨가 원했던 것은 치료 따위가 아니라 돌봄이었다. 그는 마음을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주변을 단단하게 다져서 안정시키길 원했던 것이다. 61p
🥦 열이 날 때, 다쳤을 때, 잠이 안 올 때, 눈물이 날 때, 우리의 '마음과 몸'은 마몸이 되어 누군가의 손길을 원한다. 98p
자립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에서는 의존 자체가 눈에 띄지 않게 되고, 그 때문에 사회에서는 의존을 받아주는 일의 가치가 하찮게 여겨진다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왜 꼭 무엇이든 스스로 해결해야 하나. 때로는 도움을 받으며, 서로 도우며 그렇게 살아갈 순 없는걸까. 장애학 등에서 한번쯤 곱씹고 넘겨야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 주간 돌봄시설이란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함께 '있기'를 시도해보는 곳이다. 132p
저자는 돌봄과 치료에 대한 메모에서 돌봄은 상처 입히지 않는 것이며, 치료는 상처와 마주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관계를 맺는 두 가지 방식이 돌봄과 치료인데, 두가지 가치에 우위는 없지만 현실에서 자본은 압도적으로 치료에 우호적이라고 꼬집는다.
우리 사회의 복지분야에서는 돌봄이 화두다. 더 이상 돌봄의 뿌리에 있는 "있기"가 폄하되지 않기를 바란다.
저자가 마지막에 진부한 단어들을 늘어놓으며 충분하다고 한 것에 생각이 깊어진다.
사람과 관계, 사회, 의존과 돌봄 관련하여 이 시기에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며, 이 책이 사고의 확장을 제공할 것이다.
위 서평은 <있기 힘든 사람들> 서평단에 선정되어 다다서재 @dada_libro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진솔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