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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늘 ㅣ 푸른사상 소설선 72
이수현 지음 / 푸른사상 / 2025년 9월
평점 :
#도서협찬
영롱한 보랏빛 옷을 입은 <비늘>을 한참 들여다 봤다. '비늘은 상처가 아닌 살아낸 흔적'이라고 쓴 저자의 필체를 보며 궁금함에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배드 파더스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변호사인 주인공이 의뢰인들의 양육비를 받도록 지원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각각의 사연 속에 아이들은 하나같이 아팠다. 신체적 상처, 정서적 학대 등 건강하지 못한 어른과 상황 아래 고통받고 신음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이혼전문 그 중에서도 양육비 전문 변호사의 일과를 엿보며 최근 읽은 <두번째 기회를 위한 변론> 왕미양 변호사의 마음이 생각났다. 이 소설 속 변호사 강도희도 양육비가 단순한 돈이 아니라 아이가 세상과 연결될 수 있게 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는 기본적인 조건임을 강조한다.
특히 가정폭력과 학대 속에 자란 딸은 아버지 같은 사람을 공정한 법의 잣대로 처리하고, 엄마와 아이들을 억울하게 살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인면어를 만나 접촉한 이후 의뢰인을 바라보며 눈부처를 통해 상대의 과거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고, 여러 사건을 준비할 때 도움을 받는다.
🤵♂️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했고,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명우의 눈동자엔 여전히 그 시절의 아픔이 고여 있었다. 71p
변호사 도희는 아픔이 있던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가정폭력의 주범이었던 아버지를 다시 만나며, 죽음까지 목격하는데 그 일련의 과정 속에 상처와 같던 자기 안의 비늘이 벗겨지는 것을 느낀다.
💧톡. 톡. 창밖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밖을 바라보았다. 빗물이 창을 타고 흐르는 모습이 마치 우리의 삶과 같았다. 때로는 더렵혀지고, 때로는 끊임없이 떨어져 내리는 듯 보이지만, 그러나 우리는 흘러가며 길을 만들어간다. 가끔은 빗물에 묻혀 그 변화가 느리고, 보이지 않을 만큼 미묘하게 달라졌더라도, 결국엔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그 속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133p
사건 속 크고작은 사정과 반전, 사람의 진심이 묻어있는 음성, 아버지가 물려준 강한 집착 같은 것이 도희를 둘러싸고 극적으로 변화할 땐 숨죽여 읽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타인의 과거를 눈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 도희에겐 특별한 게 아니라 '내 안의 상처를 끌어안고도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강인한 마음'을 깨닫게 해주었고, 그건 생의 치유였다.
소설을 읽으며 우리 사회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났다.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 비늘같은 상처를 벗겨내고 회복하는 과정, 내면의 단단함 등 삶을 이어갈 자양분을 얻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들이 이 보랏빛 책 한 권에 담겨있다.
위 서평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chae_seongmo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수현 @dltngus1515 작가님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