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판정위원회
방지언.방유정 지음 / 선비와맑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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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부작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느낌으로 읽었다. <뇌사판정위원회>📓
드라마 작가 자매가 쓴 메디컬 스릴러 장편소설이라 그런지 예전에 TV로 보았던 몇 편의 메디컬 드라마가 머릿속에 스쳐가며 장면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의사로서의 사명을 품고 의료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존경받는 의사 오기태와 의술은 뛰어난 반면 사익이 우선되는 의사 차상혁.
사건은 차상혁의 의료과실이 기록된 서류를 오기태가 알아차리면서 시작된다.

'환자의 입장을 돌아보고 생명을 우선하는 관점으로 문제를 파악하라고' 늘 후배들에게 가르쳐 온 오기태. 그는 차상혁의 의료과실을 알아차린 후 자수하라고 권유한다. 명진의료원 이사장 자리가 코앞인데, 그 목적만을 위해 20년 넘게 달려온 차상혁이 순수하게 그럴리가 없다. 그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오기태를 위험에 빠트린다.

소설은 오기태의 뇌사판정위원회가 이루어지는 과정, 뇌사판정위원회 위원 6명의 입장과 시각에서 생생하게 쓰여있다.
얽히고 섥힌 이야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이야기가 검은색 책 속에 펼쳐진다. 특히 사람의 심리, 위기 속 논리와 협박, 쫄깃쫄깃한 심경변화 등이 묘사되어 있어 흡인력 있게 읽었다. 한번 잡으면 중간에 끊기 어려울 정도다.

🥊반칙은 반칙으로, 불법은 불법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딱 한번 반칙과 불법에 발을 디디면 딱 그만큼 윤리의 저울추도 기울게 된다. 딱 한 번은 두 번, 세 번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어둠의 흙탕물에 흠뻑 젖고 말 것이다. 184p

뇌사상태에 빠진 오기태를 둘러싼 여러 인물과 포지션을 보며 나는 어떤 인물에 가까운지, 우리 사회는 얼마나 정의롭지 못한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페이지가 줄어드는데 시원한 결론이 나지않아 애가 탔다. 아니나 다를까. 씁쓸한 현실에 마음 한 켠이 뻐근하다.

이야기의 끝이야 차치하고, 태움의 주동자로 지목된 어쩜 시스템상의 피해자 이하얀 간호사에게 마음이 갔다.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마음이 느껴졌고, 그런 이하얀의 노고를 인정하고 세워주는 오기태에게서 멋진 선배의 모습, 참된 어른을 만났다.

📟 하얀의 진심 어린 반성과 성찰, 지난 과오를 만회하기 위해 몸부림친 흔적이 십자가처럼 박혀 있었다. 199p

결국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제 자리를 지켜낸 이하얀 간호사도 멋지다. 소설 속 그녀의 마지막은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보고 살려내는 일'을 했던 그녀의 열심이 분명 여러 환자들에게 가닿았을 것이다.

차상혁이 오기태 부원장의 서류에서 발견한 '나는 영원히 살 것입니다'란 시는 먹먹함을 안겨주었다.
신체의 모든 조직을 새 생명을 살리는 일에 사용하게 해주시고, 내 영혼을 하나님께 돌려보내 달라니. 드라마나 소설 속 이렇게 온기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을텐데.

드라마같은 소설을 읽으며 사회에서 내 위치와 역할을 가늠해본다.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유용한 사람이 되고 싶다. 쓸모있는 사람으로서 사회에서의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나가야겠다. 열정과 마인드로 사람을 살리는 사회복지사로서의 역할을.

도서출판 선비와맑음 @clear_seonbi 에서 보내주신 책을 감사히 읽고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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