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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을 빌려드립니다 - 복합문화공간
문하연 지음 / 알파미디어 / 2025년 4월
평점 :
#도서협찬
복합문화공간이라니 안양에 있는 장애인복합문화관이 떠올라 괜히 친근하고 관심이 갔다. 표지와 추천사만 봐도 온기있는 이야기겠구나 싶었는데 주인공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 사랑스럽다. 상처와 아픔을 나누고 연대를 이루며 더 단단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 한 권에 실려있다. '소풍'이란 복합문화공간이 주는 힘이다.
사연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이 책의 주인공 연재와 현의 인생이 드라마처럼 파란만장하다.
💧"내가 겪은 일은 특별하다는 환상, 아무도 나만큼 아픈 사람은 없다는 착각' 속에 빠져 내 상처를 키우고 확대하고 심지어 극진히 보관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168p
혜진과 제하, 강훈, 수찬은 또 어떻고. 우리네 살아가는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혜진의 아이 시우를 연재가 돌보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는데 아기를 안고 아기머리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 장면에서는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가 생각나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참 힘들었던 시기인데 보드라운 아기냄새만은 아직도 생생하다.
🌸 어린 시절엔 매해 피는 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꽃구경 가는 어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꽃이 그냥 피는 게 아니라 한겨울을 견디고 피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꽃은 그냥 꽃이 아니라 경이로운 꽃이고, 그 꽃을 보기 위해 기꺼이 길을 떠나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것에 경이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험난한 과정을 지나온 사람이 가지는 특권이자 그런 삶을 견딘 사람에 대한 위로인지도 모르다. 173p
퀼트모임, 요가모임, 북토크와 전시회, 음악회까지 소풍의 모임들이 풍성해지며 윤희 작가의 '괜찮아, 너라서 더 괜찮아'의 전시에서 모든 사연의 전말이 밝혀지는데 저자의 말을 빌어 '저마다의 고달픔이 서로의 어깨를 넘나들고 있었다'.
🫂 현에게 지금 필요한 건 개인의 돌봄이나 지지가 아닌 '받아들여지는 사회'인데 연재가 현의 사회라서 다행이란다. 228p
현의 친누나같은 고등학교 선생이었던 제하가 한 말이다. '받아들여지는 사회'란 여덟글자 안에서 생각이 깊어진다.
양극성 정동장애를 고백한 현이 복합문화공간 소풍에서 매니저로 일하며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공동체 '괜너괜'을 만들고자 할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ok를 한 연재 대표. 아름다운 것이 예술이라면 이게 바로 예술이라고 생각한 연재.
이런 주민이 발달장애인 곁에 있다면 어울려 살아가기 좋은 살맛나는 사회가 되겠다고 생각해본다.
연재도 소풍에서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고 아픔을 공유하면서 한층 더 성장했다. 이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시작을 한다. 죽은 언니에게 편지를 써내려가면서 글쓰기를 위한 시도를 하는데 연재가 쓴 글의 첫 소제목이 바로 이 책의 첫 장인 '낯선 도시의 이방인'이다.
소설의 재미와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우리사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기까지! 황보름 작가님이 추천글을 남길만하고, 회복과 연대라는 측면에서 되도록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만나길 바란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작은 온기와 희망, 적지않은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위 서평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chae_seongmo 서평단에 선정되어 알파미디어 @alpha_media_books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