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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맛 : 아무렇지 않을 준비가 되었어 ㅣ 띵 시리즈 11
룬아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9월
평점 :

처음에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이기에 용기가 필요할까 생각했습니다.
[아무렇지 않을 준비가 되었어]는 엄마 배속에 있을 때부터 여러 차례 크고 작은 위기를 지나온 아이와 모든 순간을 함께 이겨나가는 가족의 이야기 입니다. 담담한 필체로 일상을 적어놓은 듯 무심함이 느껴졌지만 아이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용기가 느껴지는 내용입니다. 책의 표지도 내면을 들여다 보는 하나의 그림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 읽고 나면 표지그림이 공감이 됩니다.

경험주의자
대부분의 음식을 잘 먹지만 정말 안먹는 음식이 몇개가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싱싱한 석회'가 그렇습니다. 남들은 없어서 못먹는다는 석회를 용기있게 한입 먹어본적이 있는데 정말 바다의 맛이 느껴지고 물컹한 식감은 석회뿐 아니라 모든 물컹한 음식을 다 연결시켜서 거부하게 되었습니다. 작가와 똑같이 겪은 석회의 맛이 남들에겐 좋은 영양소 가득한 음식이지만 나에게는 아닐수도 있다는것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변인에게 음식을 권할때 하는 말들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느껴지는게 아닙니다. 어른스럽게 바다의 맛을 느끼고 싶지만 내 감각을 혹사 시키면서 즐기고 싶지는 않다는것이 남들이 봤을때는 편식인걸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나는 일단은 해보는 사람이다'
작가의 성격이 느껴지는 구절입니다. 경험으로 느끼고 누군가 귀뜸으로 말해주는것보다 내가 직접 넘어져보고 믿는 스타일이라서 충분히 도전해보고 앞으로 걸어나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기를 가지기 위한 과정도 이왕 여자로 태어났으니 엄마가 되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해서 아기를 가지는 과정이 당연하지는 않습니다.

삶의 조종사
아이를 갖기 위해서 병원에서 겪은 과정들이 무척 힘이 들었다고 말해줍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어서 임신이 잘 되지 않을수도 있다고 하니 처음부터 쉽지 않은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원인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에서 권하는 치료를 받았지만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나중에는 마음을 비우고 나니 아이가 찾아 왔습니다.

루이보스차
임산부가 되면서 커피를 대부분은 끊어버립니다. 카페인이 태아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고도 하고 하루 한잔은 도움이 된다고도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루이보스차입니다. 몸에 좋다고 하면 많이 하게 되지만 처음 겪는 모든 일에는 얼마만큼 사려야 하는지 모르는것이 엄마 마음입니다. 뱃속에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도 하혈과 양수가 새는 과정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알게된 아이의 심장에 작은 구멍이 있다고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아이를 수술로 낳고 산후조리원으로 오게 되지만 아이는 다시 응급실로 가게 됩니다. 심실중격결손으로 심실과 심실사이에 작은 구멍이 난것인데 요즘은 한번의 수술로 완전 교정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라 폐정맥 한 개가 잘 못 붙어있어서 이 두개가 한꺼번에 오게 되면서 가볍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수술이 잘 되었다는 의사의 말은 계획대로 모든 수술이 마쳤다는 말이지 수술뒤 회복의 과정은 길고 험난했습니다. 그 뒤의 과정은 환자의 몫입니다. 퇴원을 알수 없는 그 막연한 기다림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수가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면서 평범하고 싶지만 평범하지 않은 육아의 길을 가는 과정을 무심한듯 뚜렷하게 적어놓았습니다.
누구나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알수 없습니다. 건강하게 태어나는 아이들이 제일 부러웠던 적도 있다고 하지만 이제는 내 아이가 아니면 안된다고 말합니다. 책의 제목이 다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됩니다. 모든 과정을 겪고 앞으로도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모든것을 다 받아들이고 아무렇지 않을 준비가 된 지금의 모습은 가장 용기있고 멋진모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세상에 한발 한발 용기내어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도 행복하게 자라라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