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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의 삶은 이지하지 않다
채도운 지음 / 삶의직조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우리 시은이 ,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실망이다."
시은은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실망'이라는 말이 얼마나 큰 파괴력을 가진 말인지, 선생님이 자신에게 나눠준 애정과 신뢰를 한순간에 거둬 버리다는 사실이 얼마나 무서운지 말이다. 시은은 순식간에 자신이 도덕적으로 타락한, 엉망진창의 ,되바라진 아이가 된 것만 같았다. (-10-)
유미는 도마에 고기를 철퍽 내려놓았다.고깃덩어리는 묵직하고 거대해서 도마에서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유미네 식탁에서 고기는 빠지지 않는 메뉴 중 하나였다.가벼운 반찬과 국에도 늘 고기가 들어갔다. 메추리알 장조림에도, 미역국에도, 김치 볶음밥에도, 하다못해 비빔밥에도 고기가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유미는 마트에서 5킬로 남짓한 고깃 덩어리를 사온 찬이었다. (-48-)
"이게 내가 사는 방식인데,누가 뭐라고 해!"
이진이라고 처음부터 이렇게 억척스럽지는 않았아. 이진도 자신의 부모가 아득바득 삶을 살아내는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핀잔을 주곤 했다. 이진의 부모는 그녀를 두고서 '매사가 그렇게 정의롭게 살아지는 줄 아느냐' 순박하기 그지없다'고 말하곤 했는데, 이진이 최근에 명이에게 하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63-)
우리는 세상을 회일성과 다양성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가치 있는 것과 가치 없는 것으로 구별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가치 혹은 값어치를 논하는 이유다. 문제는 사람마다 가치의 기준이 다르고, 평가의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이 무심코 건넨 말이 상대방에게 비수가 되거나, 인생과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속담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가 그냥 생긴 것은 아니다.한국인의 의식구조에는 말에 대해,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소설 『이진의 삶은 이지하지 않다』은 세 편의 단편소설로 구서되어 있다. 첫번째 이야기 『드림래더』의 주인공은 시은이다. 시은이가 학교 다닐 적, 바보라고 소문난 남자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와 함께 하였으며, 담임 선생님의 부저적인 말 한마디가 ,시은이가 성장하고,사회생활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시은이의 모습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반복되고 있으며, 어른들이 건넨 말 한마디는 뿌리 깊은 상처가 된다, 시대가 바뀌었어도, 여전히 근면,성실을 강조하는 사회 속에서, 악착같이 살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여유로운 삶을 살아도 한국에는 여전히 일중독자들이 많은 이유도, 시은이와 비슷한 이들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
세번째 이야기 『이진의 삶은 이지하지 않다』의 주인공은 이진이다.이진의 살을 보면, 우리 삶이 누군가에게 항상 관찰되고,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을 볼 때,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유,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나 성과를 낼 때도, 항상 타인을 의식한다.자신이 해오던 일에 대해서, 핀잔 받거나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진에게 가족은 바로 그런 존재다. 항상 부모의 말과 행동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게 돠었고,그것이 이진의 삶이 EASY 하지 않은 이유다. 여기서 이진의 삶도,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게 되는데,무서운 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 했던 며느리가 시어머니처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사라지고, 본인조차도 무서운 시어머니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이런 모습이 우리 삶 곳곳에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