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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리영희 선생은 놀랍도록 맑은 영혼을 가진 지식인이었다. 지식인으로서의 바른 삶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선생의 글이 막대한 감화력을 발휘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여러차례 투옥되는 시련을 겪으면서도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진심을 말하는 용기를 잃지 않았다. (-48-)
맬서스는 시종일관 진지하게 말했다. 굶어 죽는 사태를 예방하려면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도록 하라고.굶어 죽는 것보다는 병들어 죽는 것이 죽는 사람 본인에게나 보는 사람에게나 더 견디기 수월한 일로 보았던 모양인데,이것이 의학적 사회학적 심리학적 견지에서 타당한지 나는 모르겠다. (-79-)
『인구론』은 빗나간 화살이었다.그 책이 나온 후 유럽 산업국 노동자의 임금은 자꾸 올라가 최저 생존 수준을 현저히 넘어섰지만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았다. 맬서스는 천재였지만 또한 '편견 덩어리'였다. 사회를 '가치 있는 상류 계급'과 '가치 없는 하류 계급'으로 나누었으며, 유럽 밖의 세계에 사는 인간을 '야만인'으로 취급했다. (-87-)
맹자는 현실에서 철저히 실패한 지식인이었다. 법가와 합종횡가를 비롯하여 대다수의 수많은 지식인들이 군주에게 부국강병의 비결을 제시함으로써 크고 작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기회를 누렸지만 맹자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전국 시대 그 많은 지식인들 가운데 맹자만큼 오래 살아남은 지식인은 없다. 제자들이 그의 언행을 기록한 책 『맹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126-)
정치적 해석은 좀 다를 것이다. 나는 주인공을 자살에 이르게 한 것은 결국, 절망적인 두 조국의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명준의 절망은 어느 정도 작가의 절망을 반영한 것이리라 짐작했다. (-155-)
주인공 슈호프는 수용소의 104반 동료들과 함께 모르타르가 금방 얼어붙는 혹한 속에서 진심전력을 다해 벽ㄷ졸를 쌓는다. 작업 종료 신호가 울린다. 집합에 늦으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는데도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마치 그 일에 목숨이라도 걸린 것처럼 벽돌을 쌓는다. 아무 죄도 없이 억울하게 수용소에 갇혀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힘든 강제 노역에 동원된 죄수들이, 노동 그 자체가 주는 순수한 즐거움에 몰입하는 것이다. (-201-)
그는 혼자 세상을 떠나면서 오두막에 유서를 남겼다."어떤 종류의 예배와 의식도 하지 말고 신속하고 값싸게 화장해주기 바란다."라고 썼다. "재는 바다 또는 바다로 흘러가는 큰 강에 뿌리고" 어느 때 어느 곳을 막론하고 , 명칭이나 성격이 어떠한 것이든, 묘석, 묘판, 비명, 초상, 액자, 비문 또는 기념비를 세워 나를 기념하거나 나의 이름으로 건립하지 말라"라고 했다.(-241-)
조지는 문명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했다. 물질의 진보가 만인의 풍요를 가져오는 합리적인 사회질서를 세울 수 있다고 확신했다. 지리의 힘을 믿었으며, 지리를 알고 그것을 따르려는 인간의 본성을 신뢰했다. 빈곤과 불평등이'오로지' 토지 사유 때문이라는 그의 주장이 완전한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토지 사유가 물질적 진보와 빈곤이 함께 존재하는 매우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269-)
뵐은 지식인으로서 현실에 적극 참여했다. 1956년 소련의 헝가리 민중 봉기 무력 진압을 규탄했다. 슈에즈 운하 이전을 지키려고 이집트를 공격한 프랑스와 영국을 비판한'세계 지식인 105인 선언'에 참여했다. 유럽 68혁명 때는 독일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며 수도 본에 결집한 7만 시위대를 앞에 두고 연설했다. (-288-)
책 『청춘의 독서』은 2009년에 쓰여진 책이며, 유시민 작가가 1970년대~1980년대 , 20대에 큰 영향을 끼친 책 15권을 정리해 놓고 있다.그는 스스로 지식 소매상이라 부르고 있었다. 지식을 파는 작가 이자, 누군가 쓴 저서를 발췌,인용하여,나의 색을 입히는 것이다.즉 인문학적 연구가 아닌 , 누군가가 쓴 인문학 저서에 ,자신의 생각,가치관을 반영하였고, 그 안에 설명과 이해, 통찰을 돕고 있다. 그것이 그가 책을 쓰는 목적 중 일부다.
책에 소개하고 있는 열다섯 권 중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이 보았다. 실패하고,때로는 실수하고,진리에 벗어나기도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맬서스의 책을 읽는 이유는 그 책이 우리의 미래를 예견하고, 걱정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기준으로 볼 때, 편견과 오해, 오독이 난무하지반, 그 당시에는 어느 정도 먹혀 들었고, 그 시대에 맞는 예측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책은 우생학을 낳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이 책에는 지식 소매상 답게,그의 인생에 어떤 책이 영향을 끼쳤는지 읽을 수 있다.그리고 각자 20대에 읽을 책 15권은 고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마다 선택하는 책, 선호하는 독서 취향은 다르다. 그리고 그 취향이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독서 큐레이션이 가능하고, 다양한 책 중에서, 하나의 추천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인간이 진리보다 이익을 쫒는다는 말를 들으면, 대로는 억울하더라도, 멈추어야 할 때를 알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물러섬을 알수 있다. 우리가 선택하는 것에 따라서, 나의 선택에 대해 스스로 책임 질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어쩌면 그가 쓴 책 한 권이 나에게 새로운 삶의 기준이 될 수 있고, 원칙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리고 유시민은 이 책에 소개하고 있는 열 다섯 권이 책 을 읽으면서,자신의 책이 열 여섯번째 책이 되길 원하는 듯 하다. 내가 쓴 책이 생전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죽은 이후에도, 읽혀지길 원한다. 시대를 뛰어 넘어서, 내가 쓴 책에 시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그것이 지식 소매상 유시민 작가가 원하는 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