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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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에게 책을 읽어주던 어른들의 목소리는 대부분 다정했다. 그건 이미 이야기의 결말을 아는 이들의 평온함,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얼마나 난폭하든 또는 얼마나 위험하든 주인공도 또 자신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것임을 아는 이들의 온화함이었다. 죽음을 자꾸 경험하고, 죽음을 반복할 때마다 번번이 살아 돌아온 이의 자신감 혹은 너그러움.

-그럼 그런 이야기는 없어요?

스스로 이야기를 짓기 시작한 뒤로 지우는 상사 속 흐린 형상의 어른에게 물었다. (-10-)



채운은 시선을 아래로 깐 채 손에는 예약증을 바라봤다. 가로로 긴 종이에 엄마 박태선의 수용 번호와 이름, 접수 일자 및 채운의 인적사항이 적혀 있었다.'그날' 이후 법정에서 검찰은 태선에게 오 년을 구형했고, 재판부에서는 삼 년 육 개월를 선고했다. 태선은 항소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곳에서 십 개월 가까이 지내고 있었다. 채운이 예약증을 보다 그날 일을 떠올렸다. (-48-)



엄마가 바다에 떨어진 칼을 주워 개수대 수돗물로 씻었다. 그러곤 부엌 바닥에 고인 피를 자기 손과 티셔츠에 묻힌 뒤 경찰서에 전화했다. (-57-)



지우는 지금 자신이 상상하는 바다와 그날 엄마가 실제로 마주한 바다는 얼마나 같고 또 다를지 가늠했다. 그러는 자신에게 태블릿 피시를 건네며 희미하게 웃던 엄마 얼굴을 떠올렸다. '내게 죽은 이라는 가장 큰 거짓말를 남기고 떠난 엄마, 나를 위한다면서 바다 쪽으로 한 걸음 또 한걸음 삶의 방향을 튼, 용서할 수 없는 엄마'를. (-90-)



그러고 나서 소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거였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특히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부모님을 멀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사춘기를 핑계로 아빠와는 어떻게든 거리를 둘 수 있었지만 엄마의 스킨십을 매번 거절하기는 어려웠다. (-97-)



처음 소리는 용식이 자신의 집에 머무는 두 달 여의 시간을 차곡차곡 기록해 앨범으로 만들려 했다. 지우가 자리를 비운 사이 용식이 어떻게 지냈는지, 무얼 먹고 어떤 장난을 치며 놀았는지 지우에게 자세히 알려주려는 마음에서였다. (-131-)



소리는 아빠가 애써 구금증을 감추며 자리를 피해주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곤 아빠가 저기 언덕 아래로 내려간 것을 확인한 뒤 다시 묘석 앞에 섰다. 삼 년 전 발인 날 이곳에 와본 이래 엄마와 이렇게 단둘이 있어보기는 처음이었다. (-187-)



담담한 목소리였다.그렇지만 지우는 위화감을 느꼈다.어저씨의 말이 참인지 거짓이지 모르겠는데도 그랬다. 상대가 불쑥 어떤 선을 침범한 기분이었다. 자기소개에 쓸 수 있는 수많은 정보 중 아저씨가 굳이 왜 그런 화제를 꺼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선호의 다음 말은 지우를 더 놀라게 했다. (-225-)




김애란 작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지우와 소리, 채운이다. 이 세 주인공은 각자 나름대로 가정 환경에 있어서 결핍이 있다. 그 결핍이 가난이 될 수 있고, 부모가 될 수 있었고, 조건이나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세 사람은 각자 나름대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서,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그 거짓말은 ,인간이 강조하는 잔리와 진실, 사실과 멀어지고 있다.채운이 처한 현실,아빠를 죽이고, 엄마를 살리는 게 목표다.

 소리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 두 사람이 서로 만난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거짓말이 내 살에 긍정적인 효과가 될 여지도 존재한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진시와 진리, 사실과 동떨어진 거짓과 비밀, 그리고 가식과 모순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채운의 어머니는 채운을 대신하여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채운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진다. 소리는 누군가에게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지우가 진실를 말하는 것보다 거짓을 말하는 게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이 될 수 있고, 가치나 의미로 남아있기도 한다. 어쩌면 소수가 보고, 느끼고 경험한 수많은 진리가.다수에 의해서, 사라지고, 소멸되고, 묻혀지는 건 아닌지, 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아름답지만, 매우 비극적이면서, 모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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