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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태와 김영자 1956-2024
박정원 지음 / 마이 라이프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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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 지역은 의병과 독립운동 뿐 아니라 기독교 활동 역시 활발했던 곳이다. 일찌감치 교회들이 세워져 유교권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된 여성들의 교육열을 흡수하였다. 대성 계성고등학교 등을 대표로 하는 기독교인들의 하교 교육은 많은 학생을 서울대에 진학시킨다. 광복과 미군정, 한구전쟁기를 거친 직후의 1950년대 중반, 유교 양반가의 딸과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인 수재의 결합은 이 시대 유교와 기독교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실마리가 된다. (-15-)
박시태가 교사가 아닌 목사로서 새로운 삶을 선택할 때, 그녀 또한 교사 아내가 아닌 목사 사모로서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오늘날의 시점으로 보면 이러한 선택을 한 이들 부부에게는 충분히 시련이 예상된다.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이들 부부가 진정한 종교적 신앙으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93-)
1994년, 박시태가 떠난 지 2년 째 되던 해에 딸이 남편의 뒤를 이어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하며 김영자가 손녀 희원이를 돌보기 시작한다. 새로운 생명을 돌보면서 김영자의 삶의 리듬과 기쁨을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한다. 구산동 마을 집에 새로운 임차인을 들이고 모처럼 새로운 옷을 사보기도 한다 (-157-)
약 1년 여 준비 끝에 2002년 1월,박시태의 10주기를 추모하는 유고집 『아버지의 선물』이 출간된다. 유고집 출간은 딸의 후배가 대표로 있던 곳에서 흔쾌히 맡아주었다. (-194-)
누군가의 인생을 정리하고,추모하며,기억하는 일은 그 과정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삶의 편린들 속에서, 지금의 나 자신이 존재하기 위해서, 수많은 생명들이 오고 가며,수많은 우연과 필연이 오갔기 때문이다. 타인이 아닌, 내 가족을 기록하는 일은 더 의미있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책 『박시태와 김영자 1956-2024』은 한 가족의 가족사 이면서, 추모이며, 유고집이다. 작가 박정원은 박시태와 김영자 사이에서 태어난 장녀이며, 4남매 중 둘째이기도 하다. 1992년 암으로 돌아가신 아빠 박시태는 기독교인의 삶을 살았다.양반 가문의 딸 김영자와 결혼하였고, 고달픈 서울 생활을 시작하였다. 대구 계성고 출신 박시태의 삶은 교사의 직분에서, 목사의 직분으로 옮겨가게 된다. 균명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큰 아들 형민이 태어났으며, 1963년 큰 딸 박정원이 태어났다. 그후 수민, 창민이 태어났으며,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전셋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기독교 집안과 유교 집안은 이렇게 삶을 연결해 나간다. 의성을 연고로 하는 박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서로 마음이 맞아서, 의성에서 결혼한 다음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서울에 정착하였다. 이 책은 이화여대 연구 교수로 일하고 있는 큰 딸 박정원의 부모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였으며,가정에 충실한 어머니의 삶을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았다. 교사에서,목사가 되면서,자연스럽게 김영자는 교회사모가 되었다.이후 남편은 암으로 사망하였으며, 아내 김영자는 교회 권사로, 새로운 인생을 살았다. 책에는 네 남매의 어린 시절 뿐만 아니라,대학교 졸업 사진,결혼 사진을 담았다. 특히 한 사람의 아내이자, 엄마로서,김영자는 알뜰한 삶을 살았으며, 부부가 서로 존중하고,배려하는 모습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내 자녀가 잘 되려면, 부모가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갈 이 책에서 확인시켜 주고 있다. 큰 딸 박정원이 이 책을 쓴 이유도, 잎으로 태어날 손자와 소녀들을 위해서 썼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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