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삶 - 사유와 의지
한나 아렌트 지음, 홍원표 옮김 / 푸른숲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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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암시된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 윗선의 특징이다. 달리 표현하면, 위선자는 악을 기뻐하고 자신의 즐거움은 자기 주변에 은폐하는 악한이 아니다. 위선자에게 적용되는 시금석은 "네가 보이고 싶은 대로 있어라"라고 밝힌 노년기 소크라테스의 주장이다.(-89-)


의식은 사유와 동일하지 않다. 의식활동은 '지향적'활동이며, 이런 이유로 인지적인 활동이기도 하다. 따라서 의식 활동은 감각 경험과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반면에 사유하는 나는 무엇을 사유하지 않고 무엇에 대해 사유한다. 이러한 활동은 문답적이다. 사유는 소리 없는 대화라는 형태로 진행된다. 자기자각이란 의미의 의식이 없었다면 사유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사유가 끊임없는 과정 속에서 실현하는 것은 의식 속에 단순한 원재료로 주어진 차이다. 따라서 의식은 이러한 인간화된 형태 속에 단순한 원재료로 주어진 차이다. 따라서 의식은 이러한 인간화된 형태 속에서만 신도 동물도 아닌 인간인 어떤 사람의 두드러진 특징이 된다. 은유가 한편으로는 현상세계, 다른 한편으로는 여기에서 진행되는 정신 활동들 사이의 간격을 좁히듯이, 소크라테스의 '하나 속의 둘'은 사유의 고독성을 치유한다. 사유의 본질적인 이원성은 지구의 법칙인 무한한 다원성을 시사한다.(-293-)


내가 말하는 세 가지는 존재하는 것, 인식하는 것,의지하는 것입니다. 나는 존재하고 인식하고 의지하기 때문입니다.나는 인식하고 의지하면서 존재합니다. 나는 존재하고 의지하는 것을 인식합니다.그리고 나는 존재하고 인식하는 것을 의지합니다. 이 세가지를 식별할 수 있는 사람에게 생각하게 하소서. 하나의 생명, 하나의 정신, 하나의 본질이 어떻게 분리 불가능한가를...그럼에도 구별은 있습니다. 물론 이 비유는 '존재가 성부이고,인식이 성자이며,의지가 성령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아우구스티누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단지 정신적인 '내'가 분리 불가능하면서도 구별되는 세 가지 완전히 다른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456-)


한나 아렌트는 1906년 독일 하노버 인근 도시 린덴에서 태어났다.제2차 세계대전을 피하여, 프랑스로, 미국으로 이주하면서,그녀의 정치 철학은 깊이를 더해가게 되었다. 전체주의에 대한 인식과 전환점을 마련하였고,그의 불세출의 저작 <예루살렘과 아이히만>이 있다.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의 원흉이었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악행에 대해서 '악의 평범성' 을 규정함으로서 유대인들의 공분을 일으키게 된다. 그 이유는 한나 아렌트가 유태인이면서, 아돌프 아이히만을 두둔하는 듯한 철학전인 언사를 내밷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의 이런 견해는 시간이 지나 옳았다는 게 검증되었고, 그녀의 정치철학은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게 되었다.


책 <정신의 삶>은 그런 측면에서 한나 아렌트의 유고작이며, 이 책을 온전하게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한나 아렌트의 저서들은 번역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려운 문제들로 인하여 어려웠으며, 번역 과정에서 매끄럽지 않은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한나 아렌트의 저서 <정신의 삶>은 기존의 번역과 달리 매끄럽고 깔끔함을 드러내고 있다.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한나 아렌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번역의 반역이라 할 정도로 그동안 형편없었던 번역책과는 차별을 두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사유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고대 그리스의 철학부터 칸트의 대표작 ,3대 비판서까지 아우르고 있다.책 <정신의 삶>은 크게 사유,의지, 판단으로 분류되는데, 이 책은 판단이 빠진 사유와 의지만 언급하고 있다.그건 이 책이 미완성이며, '판단'편이 쓰여지기 전에 한나 아렌트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떳기 때문이다.인간의 사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하여, 인간은 사유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정리되고 있다. 사유는 인간의 의지와 연결되고 있으며, 인간이 보여주는 추상적 가치인 의지에 대해서 자연적 자유의지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자연적으로 인간이라면 주어지는 자연적 자유의지는 자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또한 의지는 파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때에 따라 공격적인 특징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 인간은 사유에 의해서 생각을 획득하게 되고, 사유는 의지와 연결되면서,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힘에 의한 의지로 표출하려고 한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말할 때, 그 순간 우리는 스스로 '의지'를 발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들이 지나게 되면, 판단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드러내게 되는데,한나 아렌트가 언급하고자 하는 '판단'의 가치는 칸트의 3대 비판서 중 마지막 저서 '판단력 비판'과 결부지어서 설명하면,한나 아렌트가 생각하는 '판단'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지 상상하게 되고, 유추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사유,의지, 판단을 기점으로 해서 자신의 정치철학을 구현하려 했으며, 그녀의 인생 그 자체에 녹여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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惡女について (新潮文庫 (あ-5-19)) (改版, 文庫)
아리요시 사와코 / 新潮社 / 198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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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를 처음 만난 건 1952년 가을이었습니다.니혼바시의 라면 가게에서 만났어요.내가 대학생일 때였는데, 집에서 용돈은 넉넉히 보내줬지만 그래도 아르바이트라는 걸 해보고 싶었습니다.아직 철모르던 때라서 별 생각 없이 여자만 보면 혹하던 그런 나이였어요.얌전하고 조용하고 얼굴이 하얀 아가씨라서 잠깐 넘어갔던 거라고요. (-49-)


하지만 왜 그렇게 죽었는지 모르겠어요.전혀 짐작도 가질 않습니다.그녀가 몇 년 전에 텔레비전에 출연하면서부터 나한테는 사업적인 상담은 전혀 하지 않더라고요.남들 눈에 띄면 큰일이라면서 옛날처럼 마음 편히 여행도 하지 않았어요.그전에는 마누라 모르게 해외여행도 다녔는데 말이죠. (-136-)


토요일 저녘 , 아들을 따라 조용히 들어오는 그 여자는 한 송이 백합꽃처럼 보이더군요.선한 느낌이라는 게 첫 인상이었어요.아들이 그런 모습에 깜빡 홀렸던 거, 나도 똑같이 속아 넘어갔으니까 나무랄 수도 없어요. 나이도 스무 살 정도로만 보였거든요. 말씨가 어찌나 공손한지, 내가 말을 건네면 조용조용 대답하더라고요. 부모님이 안 계신데 어쩜 이리도 착하게 자랐을까.내심 놀랐을 정도에요..(-173-)


화류계에서 아무리 티격태격 부대끼며 살았어도 그렇게 악랄한짓을 하는 여자는 본 적이 없어. 내 비취와 사파이어는 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어떻게든 다시 찾아볼 생각으로 그 보석점에도 가봤어.그랬더니 보석 감정사라는 남자가 마치 주인처럼 나와서 그러더라고.(-269-)


누가 그렇게 소리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아무튼 저는 조심조심 그녀를 무리 없는 자세로 눕혀줬습니다.7층에서 떨어졌으니 출혈이 심했을 텐데도 빨간 드레스였기 때문에 그게 잘 보이지 않았죠.인형처럼 아름다운 죽음이었어요. (-381-)


어머니 쪽에서 형제간을 차별 대우하는 건 없었어요. 단지 형은 공부를 잘 하고 나는 공부라면 질색이었으니까 형제라고 해도 성격은 완전히 달랐잖아요. 그래서 형에게는 형에 맞게, 나한테는 나한테 맞게 어머니가 늘 말하던 '사랑'으로 감싸준 거예요.나도 엄청 혜택을 받으면서 살았죠. 네.(-451-)


그녀가 7층에서 뛰어내렸다. 그녀의 이름은 도미노코시 기미코였거, 스즈키 기미코였다.그리고 책에서 말하는 악녀였다.하지만 스즈키는 악녀의 전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얀 얼굴에 조용조용히 지내는 그녀에게 기품이 있었고, 자신만의 색깔이 있었다. 사업을 하고, 유명인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런 그녀만의 독특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악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도미노코시 기미코는 분명 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악녀였다.


책에는 그녀와 엮인 27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각자 그녀를 보는 시선은 상당히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30년전 중학교 때부터 봐왔던 이들부터 , 그녀가 낳은 두 아들까지, 사회에서 만난 사람,그녀와 함게 지냈던 이들이나 연인관계였던 사람들, 그들에게서는 그녀에게 보는 시선은 각기 다른 측면을 보여주고 있었다.그녀가 악녀였다고 고발하는 신문 기사를 보면서, 어떤 이들은 그녀가 악녀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었다. 도미노코시 기미코는 사람을 이용할 줄 알았다. 귀금속에 관심이 많았고, 돈을 모를 줄 아는 여자였다. 남자들과 염문을 뿌리면서, 때로는 자신을 숨기면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바꿔 말하면 꽃뱀이었고, 때로는 아수라였다. 사람에 따라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카멜레온 같은 존재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거짓말을 능숙하게 해낼 수 있었고, 결정적인 순간에 눈물을 흘려서 자신을 보호할 줄 알았다. 진실이 진실이 아니듯, 거짓이 거짓이 아니듯, 그녀의 존재로 인해 주변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들이 되어야 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는 지금 현재,도미노코시 기미코와 같은 비슷한 사람을 알고 있다.물론 나는 그 사람을 멀리하고 경계하고 있다. 독특하면서, 매혹적인 느낌을 얻을 수 있는 소설 한편을 읽게 된다.우리 사회가 규정하는 악녀란 어떤 존재인가 곰곰히 따져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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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악녀에 대하여
아리요시 사와코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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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에 대하여그 여자를 처음 만난 건 1952년 가을이었습니다.니혼바시의 라면 가게에서 만났어요.내가 대학생일 때였는데, 집에서 용돈은 넉넉히 보내줬지만 그래도 아르바이트라는 걸 해보고 싶었습니다.아직 철모르던 때라서 별 생각 없이 여자만 보면 혹하던 그런 나이였어요.얌전하고 조용하고 얼굴이 하얀 아가씨라서 잠깐 넘어갔던 거라고요. (-49-)



하지만 왜 그렇게 죽었는지 모르겠어요.전혀 짐작도 가질 않습니다.그녀가 몇 년 전에 텔레비전에 출연하면서부터 나한테는 사업적인 상담은 전혀 하지 않더라고요.남들 눈에 띄면 큰일이라면서 옛날처럼 마음 편히 여행도 하지 않았어요.그전에는 마누라 모르게 해외여행도 다녔는데 말이죠. (-136-)


토요일 저녘 , 아들을 따라 조용히 들어오는 그 여자는 한 송이 백합꽃처럼 보이더군요.선한 느낌이라는 게 첫 인상이었어요.아들이 그런 모습에 깜빡 홀렸던 거, 나도 똑같이 속아 넘어갔으니까 나무랄 수도 없어요. 나이도 스무 살 정도로만 보였거든요. 말씨가 어찌나 공손한지, 내가 말을 건네면 조용조용 대답하더라고요. 부모님이 안 계신데 어쩜 이리도 착하게 자랐을까.내심 놀랐을 정도에요..(-173-)


화류계에서 아무리 티격태격 부대끼며 살았어도 그렇게 악랄한짓을 하는 여자는 본 적이 없어. 내 비취와 사파이어는 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어떻게든 다시 찾아볼 생각으로 그 보석점에도 가봤어.그랬더니 보석 감정사라는 남자가 마치 주인처럼 나와서 그러더라고.(-269-)


누가 그렇게 소리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아무튼 저는 조심조심 그녀를 무리 없는 자세로 눕혀줬습니다.7층에서 떨어졌으니 출혈이 심했을 텐데도 빨간 드레스였기 때문에 그게 잘 보이지 않았죠.인형처럼 아름다운 죽음이었어요. (-381-)


어머니 쪽에서 형제간을 차별 대우하는 건 없었어요. 단지 형은 공부를 잘 하고 나는 공부라면 질색이었으니까 형제라고 해도 성격은 완전히 달랐잖아요. 그래서 형에게는 형에 맞게, 나한테는 나한테 맞게 어머니가 늘 말하던 '사랑'으로 감싸준 거예요.나도 엄청 혜택을 받으면서 살았죠. 네.(-451-)


그녀가 7층에서 뛰어내렸다. 그녀의 이름은 도미노코시 기미코였거, 스즈키 기미코였다.그리고 책에서 말하는 악녀였다.하지만 스즈키는 악녀의 전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얀 얼굴에 조용조용히 지내는 그녀에게 기품이 있었고, 자신만의 색깔이 있었다. 사업을 하고, 유명인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런 그녀만의 독특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악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도미노코시 기미코는 분명 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악녀였다.


책에는 그녀와 엮인 27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각자 그녀를 보는 시선은 상당히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30년전 중학교 때부터 봐왔던 이들부터 , 그녀가 낳은 두 아들까지, 사회에서 만난 사람,그녀와 함게 지냈던 이들이나 연인관계였던 사람들, 그들에게서는 그녀에게 보는 시선은 각기 다른 측면을 보여주고 있었다.그녀가 악녀였다고 고발하는 신문 기사를 보면서, 어떤 이들은 그녀가 악녀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었다. 도미노코시 기미코는 사람을 이용할 줄 알았다. 귀금속에 관심이 많았고, 돈을 모를 줄 아는 여자였다. 남자들과 염문을 뿌리면서, 때로는 자신을 숨기면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바꿔 말하면 꽃뱀이었고, 때로는 아수라였다. 사람에 따라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카멜레온 같은 존재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거짓말을 능숙하게 해낼 수 있었고, 결정적인 순간에 눈물을 흘려서 자신을 보호할 줄 알았다. 진실이 진실이 아니듯, 거짓이 거짓이 아니듯, 그녀의 존재로 인해 주변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들이 되어야 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는 지금 현재,도미노코시 기미코와 같은 비슷한 사람을 알고 있다.물론 나는 그 사람을 멀리하고 경계하고 있다. 독특하면서, 매혹적인 느낌을 얻을 수 있는 소설 한편을 읽게 된다.우리 사회가 규정하는 악녀란 어떤 존재인가 곰곰히 따져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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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최후의 19일 - 하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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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의 집안이 어떤 집안입니까? 그의 아버지 허엽은 화담 서경덕의 수제자이면서 서산 대사와 친구였고, 큰 형 허성은 선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을 뿐 아니라 서인들과도 가까운 친분을 유지하였으며, 작은 형 허봉은 서애 류성룡,손곡 이달,석봉 한호 등과 호형호제하면서 사명 대사와도 친하지 않았소이까? 이런 가문의 일원이었기에 허균은 아버지와 작은 형으로부터 학풍을 이어받았고, 큰 형을 통해 오성 이항복과 마음을 만났으며, 작은형의 친구 서애 류성룡을 통해 퇴계의 학풍을 ,손곡이달을 통해 성당의 시를 익혔고, 서산대사나 사명 대사로부터 불교의 정수를 배웠던 겁니다.(-42-)


"대감! 소첩은 매창이 아니어요.소첩을 통해 매창을 보시겠다면, 다시는 이곳으로 오지 마세요.소첩은 이매창이 아니고 추섬이랍니다."
그제서야 허균은 이매창에 대한 그리움을 접고 열여섯 살의 기생 추섬을 발견했다.이매창을 많이 닮긴 했지만 추섬은 이매창보다 두뼘이나 더 키가 크고 앙증맞은 보조개까지 있었다. (-160-)


네 인생의 주인이 너 자신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너의 인생은 네가 만난 사람들, 네가 읽은 책들, 네가 본 사물들과 풍광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게다. 그리고 너 역시 그들의 삶에 개입하는 것이고.(-227-)


"술에 취하는 데는 각기 적절함이 있는 법입니다.꽃에서 취할 때에는 해의 광명을 받아야 하고,눈에서 취할 때에는 밤을 이용하여 눈의 청결을 만끽해야 하고,득의에 의해 마실 때에는 노래를 불러서 그 화락을 유도해야 하고, 이별에 의해 마실 때에는 바리때를 두들겨서 그 신기를 장쾌하게 해야 하고, 문인과 취할 때에는 절조와 문장을 신중하게 하여 그의 수모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하고, 주인과 취할 때는 술잔의 기치를 더하여 그 열협을 도와야 하고, 누각에서 취할 때에는 여름철을 이용하여 그 시원함을 의뢰해야 하고, 물에서 취할 대에는 가을철을 이용하여 그 상쾌함을 돋우어야 하지요."(-287-)


"우선 대역 죄인 허균은 우경방, 현응민, 하인준, 김윤황을 오늘 당장 능지처참하시옵소서.그리고 원종, 봉학, 돌한, 추섬, 성옥 등도 살려 둘 수 없사옵니다."(-401-)


저작거리에 효시된 다섯 개의 머리가 장대 끝에서 일제히 흔들렸다.필운산을 넘어온 강쇠바람 때문이었다. 좌우로 벌려선 의금부의 군졸들이 길게 하품을 해 댔다.주위를 둘러싼 의금부의 군졸들이 길게 하품을 해 댔다. (-411-)


허균은 조선시대 금수저였다.그러나 그는 비주류였다.그가 가지고 인맥은 남들이 넘보지 못하는 존재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의 횡보는 그것을 잘활용하지 못하였고, 조선기대 기벽의 대표인물로 남게 된다. 죽음 앞에서 물러나지 않았던 그의 기개는 지금의 시대적인 모습으로 보자면 때로는 무모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가 추구해왔던 정치와 삶의 방식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삶을 살것인가에 대한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누릴 수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내려놓고, 자신이 뜻한 바대로 살아왔던 그의 삶의 방식은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임진왜란이 끝나고 , 조선의 권력을 쥔 광해군에게 도전하였고, 그는 처참하게 깨지게 된다.


결과는 뻔하였다. 하지만 그는 무모했지만, 수는 있었다. 돌이켜 보면 조선의 아웃사이더 허균은 지금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있다.실패했지만, 결코 실패하지 않았던 그 가치들, 그는 깨졌지만, 그의 정신은 지금까지 남아있었다. 살아가기 위해서 결코 비겁해지지 말아야 한다는 거, 허균의 삶의 방식을 김탁환 작가의 시선으로 다시 보고 싶었던 이유는 그 시대의 사회의 모습이 지금 우리 사회에 다시 반복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자와 그 기득권에 항거하는 자들 사이의 시소 게임은 그렇게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과 마주하게 된다. 결국 허균은 죽임을 당하였고, 머리는 효수되었다. 잔혹한 죽음 앞에서 초연했던 그의 모습들은 많은 이들에게 자신이 주어진 것을 보존하면서 살아가면 결국 우리 스스로 도태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가 보여주고자 했던 혁명은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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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최후의 19일 2
김탁환 지음 / 푸른숲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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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의 집안이 어떤 집안입니까? 그의 아버지 허엽은 화담 서경덕의 수제자이면서 서산 대사와 친구였고, 큰 형 허성은 선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을 뿐 아니라 서인들과도 가까운 친분을 유지하였으며, 작은 형 허봉은 서애 류성룡,손곡 이달,석봉 한호 등과 호형호제하면서 사명 대사와도 친하지 않았소이까? 이런 가문의 일원이었기에 허균은 아버지와 작은 형으로부터 학풍을 이어받았고, 큰 형을 통해 오성 이항복과 마음을 만났으며, 작은형의 친구 서애 류성룡을 통해 퇴계의 학풍을 ,손곡이달을 통해 성당의 시를 익혔고, 서산대사나 사명 대사로부터 불교의 정수를 배웠던 겁니다.(-42-)


"대감! 소첩은 매창이 아니어요.소첩을 통해 매창을 보시겠다면, 다시는 이곳으로 오지 마세요.소첩은 이매창이 아니고 추섬이랍니다."
그제서야 허균은 이매창에 대한 그리움을 접고 열여섯 살의 기생 추섬을 발견했다.이매창을 많이 닮긴 했지만 추섬은 이매창보다 두뼘이나 더 키가 크고 앙증맞은 보조개까지 있었다. (-160-)


네 인생의 주인이 너 자신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너의 인생은 네가 만난 사람들, 네가 읽은 책들, 네가 본 사물들과 풍광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게다. 그리고 너 역시 그들의 삶에 개입하는 것이고.(-227-)


"술에 취하는 데는 각기 적절함이 있는 법입니다.꽃에서 취할 때에는 해의 광명을 받아야 하고,눈에서 취할 때에는 밤을 이용하여 눈의 청결을 만끽해야 하고,득의에 의해 마실 때에는 노래를 불러서 그 화락을 유도해야 하고, 이별에 의해 마실 때에는 바리때를 두들겨서 그 신기를 장쾌하게 해야 하고, 문인과 취할 때에는 절조와 문장을 신중하게 하여 그의 수모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하고, 주인과 취할 때는 술잔의 기치를 더하여 그 열협을 도와야 하고, 누각에서 취할 때에는 여름철을 이용하여 그 시원함을 의뢰해야 하고, 물에서 취할 대에는 가을철을 이용하여 그 상쾌함을 돋우어야 하지요."(-287-)


"우선 대역 죄인 허균은 우경방, 현응민, 하인준, 김윤황을 오늘 당장 능지처참하시옵소서.그리고 원종, 봉학, 돌한, 추섬, 성옥 등도 살려 둘 수 없사옵니다."(-401-)


저작거리에 효시된 다섯 개의 머리가 장대 끝에서 일제히 흔들렸다.필운산을 넘어온 강쇠바람 때문이었다. 좌우로 벌려선 의금부의 군졸들이 길게 하품을 해 댔다.주위를 둘러싼 의금부의 군졸들이 길게 하품을 해 댔다. (-411-)


허균은 조선시대 금수저였다.그러나 그는 비주류였다.그가 가지고 인맥은 남들이 넘보지 못하는 존재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의 횡보는 그것을 잘활용하지 못하였고, 조선기대 기벽의 대표인물로 남게 된다. 죽음 앞에서 물러나지 않았던 그의 기개는 지금의 시대적인 모습으로 보자면 때로는 무모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가 추구해왔던 정치와 삶의 방식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삶을 살것인가에 대한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누릴 수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내려놓고, 자신이 뜻한 바대로 살아왔던 그의 삶의 방식은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임진왜란이 끝나고 , 조선의 권력을 쥔 광해군에게 도전하였고, 그는 처참하게 깨지게 된다.


결과는 뻔하였다. 하지만 그는 무모했지만, 수는 있었다. 돌이켜 보면 조선의 아웃사이더 허균은 지금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있다.실패했지만, 결코 실패하지 않았던 그 가치들, 그는 깨졌지만, 그의 정신은 지금까지 남아있었다. 살아가기 위해서 결코 비겁해지지 말아야 한다는 거, 허균의 삶의 방식을 김탁환 작가의 시선으로 다시 보고 싶었던 이유는 그 시대의 사회의 모습이 지금 우리 사회에 다시 반복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자와 그 기득권에 항거하는 자들 사이의 시소 게임은 그렇게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과 마주하게 된다. 결국 허균은 죽임을 당하였고, 머리는 효수되었다. 잔혹한 죽음 앞에서 초연했던 그의 모습들은 많은 이들에게 자신이 주어진 것을 보존하면서 살아가면 결국 우리 스스로 도태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가 보여주고자 했던 혁명은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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