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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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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애하는 악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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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로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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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곽미성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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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멀리서 보면 그럴 듯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는 모조품처럼, 나의 프랑스어에는 빈틈이 여전히 많다고,그것이 나의 프랑스어 수준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단 한가지라고. (-25-)



언어가 서툰 상태로 외국에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체념의 자세가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벌어지는 부당한 일, 불편한 상황 앞에서 할 말이 없는 게 아니지만 외국어로 온전히 표현할 수 없으니 약자의 본능으로 입을 다물고 마는 일상을. 그 경험이 쌓여 만들어지는 순응의 습관을 잘 알고 있다. 이민자들의 마음 속에는 더운 불씨를 머금은 장작 몇 개가 잿더미에 덮여 있을 것이다. (-64-)



해외 생활의 가장 한스러운 순간이 언제인지, 이로써 알게 됐다.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이 위독할 때, 혹은 마지막 인사를 나눠야 할 때, 곧바로 달려갈 수 없는 그 원통함을 어떻게들 다스리고 사는지 모르겠다. (-125-)



유학생인 내게는 모든 학생들이 다 여유있게 사는 듯 보였지만, 그 안에서도 구별되는 아이들이었다. 모두가 보풀이 다 일어난 낡은 모직 코트를 입을 때,윤기가 흐르는 가죽 무스탕을 입고 다니고 겨울 방학이 되면 스위스의 별장으로 스키를 타러 가던 아이들,나와 친하게 지냈던 '보통의' 프랑스 친구들은 그들을 '피스 아 파파'라고 불렀다. (-163-)



지금 현재 나의 생각,가치관,관점, 세상을 바라보는 진리나 지식과 지혜는 언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떤 어려운 단어나 문장, 색다른 언어가 내 앞에 놓여진다 하더라도,그것이 언어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모국어는 나에게 익숙하면서 ,어렵게 느껴지고, 외국어는 낯설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새롭게 느껴진다. 나의 생각과 가치관의 해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어는 권력이 되고, 내 삶을 변화시키고, 사람의 마음을 모으는 힘이다.



자가 곽미성은 영화 공부를 위해 파리에 유학하였으며, 스무 해 넘는 세월동안 프랑스어르 잀아처럼 쓰고 있다. 한국에서 한국어를 쓴 시간 만큼 긴 시간동안 프랑스인과 소통하고, 프랑스어르 쓰면서 살아가지만, 언제가 자신의 약점을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에 대해서, 스스로 자괴감,절망감을 느끼며 살고 있었다. 매순간 약자로서, 체념과 순응의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었다. 결국 이 책은 자가 곽미서의 언어가 내 삶에 어떤 변화를 끼쳤고, 그 변화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하나의 언어는 온전히 새로운 언어로 대체되기 힘들다. 한국어가 영어로 번역되면,그 번역의 질이 깨지고,달라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가 박경리의 토지가 번역되기 힘든 이유다. 


번역이 반역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우리는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일본 지식인에 의해 서구권의 여러 언어들을 일본식 한자로 번역하려 쓰여지고 있다는 걸 비추어 볼 때, 언어는 지금이 다르고,내일이 달라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신조어는 태어나고, 낡은 언어는 사람들에게 쓰여지지 않음으로서, 서서히 언어의 가치와 의미가 사멸되는 게 정상이다.이런 요소들이 모여서, 언어의 위로가 되었고,우리는 그 언어 속에서 새로운 생각과 가치관 소속감과 민족성을 드러내며 살아간다.작가 곽미성의 언어의 위로는 20년간 프랑스어를 쓰며 살아온 자신을 체념과 순응의 시간들을 위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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