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성

짐승의 성 ㅣ 스토리콜렉터 51
혼다 테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12월

혼다 테쓰야의 <짐승의 성>은 실제 일본에서 일어난 기타큐슈 일가족 감금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허구와 사실 그 경계선에서 그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실제 일본에서 일어난 그 살인사건은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보다 잔인하고,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이 현실이 되었다. 여기서 이 눈여겨 볼것은 그 사건의 행위가 사람이 행동의 이유이다. 잔인한 묘사와 행동들이 소설속에 내포하고 있음에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었고, 실제 저런 일이 있었던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혼다 테쓰야는 조금더 잔인하게 쓸 수 있었지만 그 선을 넘지 않는 그 안에서 한 사건을 비추고 있으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걸 생각하였다.


<짐승의 성>을 읽으면잠시 읽어 보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이라는 범주 안에 살아가면서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이들, 그들은 왜 그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것일까 궁금하게 한다. 온전히 가해자로 존재하는,소설 속에서 귀축(鬼畜) 이라 불리는 우메키 요시오와 그에 의해서 움직이는 실종된 사람들...여기서 그 사람들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였다. 그것이 이 소설 속에서 그들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였으며,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라는 걸 알게 된다.


소설은 크게 두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요코우치 신고와 동거하는 나카모토 세이코의 이야기와 마치다 경찰서 소속 기와다 에이이치가 어떤 기괴한 사건을 수사하는 것. 이 두가지 이야기 속에서 두가지 이야기 사이에 연결고리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두 이야기를 연결시켜주는 이가 세이코의 친아버지 사부로였다. 신고와 세이코가 사는 집에 갑자기 들어온 세이코의 친아버지라는 사람 사부로는 신고의 입장에선 귀찮고 번거로우면서, 불편한 존재였다. 항상  세이코의 곁에서 빈둥빈둥 거리는 모습 속에서 어디론가 사라지는 사부로의 모습, 신고는 스스로 그의 행적을 쫒아가기 시작한다. 여자 화장실에서 나오는 사부로의 모습과 그가 한 행동들.그 하나 하나를 확인해 가는 신고의 모습 속에서 신고가 사부로를 보면서 느낀 것, 내가 신고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고민하게 된다.


선코트 마치다 403호에서 일어난 어떤 일련의 사건 속에서 피해자 고다 마야가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나타난 고다 마야. 여기서 그 안에는 다양한 사건들이 중첩되어 있었다. 이런 일들의 배후에 숨어있는 그 남자는 소설 속에 현존하지 않으며, 경찰의 입장에서는 마야의 진술과 403호에 남아있는 여러가지 흔적들을 통해서 사건들 하나하나 유추하게 된다. 403호 욕실에서 체취한 DNA 흔적들..그들의 신원은 확인했지만 그들은 사라졌으며,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렇게 403호를 중심으로 여러가지 정황들에 대해서 퍼즐 맞추기를 하고 있으며, 그 안에 숨어있는 인간의 잔인함과 마주하게 된다. 온전히 가해자로 존재하는 한 인물이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사람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어떻게 조종하는지 말이다. 또한 소설은 개인적인 한 사건으로 치부하지만 실제 국가라는 거대한 형태로 합법적으로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북한이나 여러 독재국가들이 이런 형태의 잔인한 방법을 동원해서 인간을 이용하고 버리는 것이 아닐까, 과거 우리의 독재 정권 속에서 실제로 행해졌던 많은 고문과 폭행들, 그걸 혼다 테쓰야의 소설 <짐승의 성>을 통해서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