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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간의 여정 - 먼 길 떠난 엄마를 위한 조홍시가
최우미 지음 / 림앤림북스 / 2022년 4월
평점 :



조홍시가는 조선 서조 때 박인로가 지은 연시조로 노계집에 실려 있다.
먹음직스럽고 고운 홍시를 품에 안고 달려가서 어머니께 드리고 싶지만 이미 어머니는 세상에 안 계시기 때문에 서러워진다는 내용이다. (-7-)
집안에 구조대원들이 있었다.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듯 하다. 구조대원들 사이로 길게 뻗어 누워 있는 엄마의 몸이 보인다. 그 뒤에 우선이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
"내가 일 끝나고 집에 왔는데 엄마가 화장실에 쓰러져 있었어." (-25-)
상담사는 적장한 곳이 있다면서 한 곳을 추천했다. 그런데 말만 들어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우선이가 직접 가서 보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기로 했다.한 시간 남짓 지나고 나서 우선이가 사진을 보내왔다. 잔디밭 위에 검은 비석이 수평으로 놓여 있는 사진이다. 그걸 평장이라고 했다. 한 비석에 두 자리가 들어가는 형태이고 사진을 찍은 그 위치가 햇볕이 잘 들고 바로 앞에는 시야가 가려지지 않아서 전망이 좋다고도 했다. (-37-)
결국 나는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선이도 함께 왔다. 평장의 비석에 새겨 넣을 문구를 의논하기 위해서다. 일단은 제일 위에 고인의 이름과 생일, 사망일을 적고 그 아래에 자식들의 이름이 들어간다고 했다. 우리는 엄마에게 한 마디 더 하고 싶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자주했던 말이 있었다. '훨훨'이라는 단어였다.아마도 젊은 시절부터 몸이 불편해 제약이 많았던 엄마는 자유롭게 다니고 싶은 마음을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한동안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문구를 결정했다.
"엄마, 이제 아프지 말고 훨훨 날아다니세요!" (-64-)
우선이는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 11평 작은 곳을 전세로 얻어 시작하다가 20평형대로 옮겼다.그렇지만 전세는 보증금도 계속 올려 줘야 하고, 여의치 않으면 이사를 해야 하는 점이 무엇이나 어려운 문제였다. 공부방의 특성상 이사를 자주 하면 학생들이 그만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곳에 자리 잡고 움직이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우선이는 알맞은 장소를 찾아서 매매하기로 했다. 그런데 돈이 문제였다. 우선이는 은행 대출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게다가 경제관념이 부족해서 어렵게 장만한 공부방을 날릴 수도 있다고 엄마는 걱정했다.
그래서 엄마가 생각한 것은 엄마가 가진 돈을 대출금인 것처럼 해서 우선이한테 비려주고 그 돈을 엄마가 다시 회수하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대출을 내 명의로 한다. 그러면 우선이가 어쩔 수 없이 끝까지 다 갚으리라는 계산까지 한 것이다. 그래서 그 돈에 대한 관리는 내가 맡아서 하고 있었다.
엄마는 다른 것에 대해서는 미리 유언처럼 남겨서 깨끗하게 정리를 했지만 이 통장은 그렇게 처리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엄마는 내가 관리하고 있다가 우선이가 형편이 어려워지면 언니가 주는 것처럼 해서 도와주라고 했지만 나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102-)
우리는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언젠가는 죽음이 찾아온다. 가족이 사망할 때도 있고, 내가 세상르 떠날 때도 있다. 그럴 때,내가 살아있다면,가족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살아있다면 , 가족의 흔적을 스스로 수습해야 하고,장례를 치루게 된다. 장례절차 뿐만 아니라, 수목장을 할 것인지,화장을 할 것인지, 매자을 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스스로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망자가 앞서 ,유가족을 위해 유언장을 반드시 남겨야 하는 이유다.최우미 작가의 『49일간의 여정』는 엄마의 죽음을 정리하는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는 여동생 최우선이 등장하고 있었다. 공부방을 운연하는 최우선, 갑자기 넘어져서, 거동이 힘들어진 엄마, 그것이 엄마의 슬픈 장례식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엄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어떻게 평온하게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특히 이혼 후 아버지와 거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아빠에게 엄마의 죽음을 알려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누군가 사망하게 되면,어떻게 장례를 치룰 것인지 알아야 한다. 사망진단서를 끊어아 하는 문제가 생기고, 유품을 정리하고, 병원에서 사망하지 않을때는 경찰이 망자의 시신을 부검해야 하는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 그 하나하나에 대해서, 책에서는 작가 최우미의 시선에 따라서, 담담하게 엄마의 죽음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49일이란,우리가 생각하는 장례식 이후 49제에 해당되며, 49일동안 죽음을 정리하고, 부모의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딸의 입장에서, 아픔과 상처,위로르 치유하는 방법을 얻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