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피스텔에 산다
전민식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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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스네는 토스트와 바나나우유를 두 개씩 산다. 둘은 다게 앞 계단에 앉아 말없이 제 몫의 토스트와 우유를 먹는다. 창범은 처마 밑의 간이 테이블을 손으로 가리키려다 접는다. 사람들은 처마 밑 테이블보다 계단에 앉아 뭐든 해결했다. 술도 마시고 커피도 마셨다. (-13-). 


다시 다리가 저리는군.똑같은 자세로40년을 서 있어보게나 . 전신에 쥐가 나네.자네가 옥탑방에 살 때가 생각나는군. 매일 밤 종아리에 쥐가 나서 끙끙댔지. 하루 서너 시간만 잤으니 그럴 수 밖에 .그래서 건물주가 되기도 했곘지만 그렇게 지독하게 살 거까지는 없었지. (-32-)


"남자들은 거의 밤의 세계 혹은 은밀하게 이서을 접촉할 수 있는 세계에서 사는 여자들의 삶에 대해 궁금해하거든요. 게다가 진짜 명품처럼 살아온 여자라면 더욱 궁금해하죠."
명품이라는 말에 미연의 입이 살짝 찢어진다. (-72-)


금희의 비명이 복도에 가득하다. 3층에 사느 사람들 몇몇이 문을 반쯤 열어놓은 채 내다보고 있다. 창범이 308호로 들어간다. 별 볼일 없는 살림살이들이 펼쳐져 있다.그래도 아이 물건들은 새것인 양 반들거린다. 특히 아기 욕주가 눈에 띈다. (-110-)


"다른 방법이요? 우린 법적으로 보호 못 받는 직업입니다. 정부에서도 천대시한다 이 말입니다. 사교육 없애겠다고 다들 난린데 누가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기나 할 것 같습니까?"
"선생님 ,왜 자꾸 그런 쓸데없는 소리만 하십니까? 우리가 모인 건 미래에 대해 말하자는 겁니다. 막말로 우리 다섯 명이 우리 내몬 학원 앞에다 다른 학원이라도 세우자, 뭐 그런 진취적인 이야기를 하자고 모인 거란 말입니다." (-132-)


주위에서 아우성이 들리고 비명과 울은이 터진다. 희생자의 유족들이다. 그들은 인호에게 다가가 주먹질을 하고 경찰은 그들을 막느라 오피스텔 앞은 금방 아수라장이 된다. 경찰들은 인호를 데리고 오피스텔로 올라간다.  (-152-)


1980년대 우리의 기억 속에 서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주택이 있었고, 골목이 존재하였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도로는 정비되었고, 주택은 도시개발을 위한 명분, 도시의 미관을 없앤다는 이유로 하나 둘 해체하고 말았다. 소위 1980년대 하나하나 해체되고 있었던, 달동네라는 개념이 도시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도시재생의 현장 속에 들어가게 되고, 한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 서민들의 삶을 해체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달동네를 떠난 그들의 삶이 더 나아졌냐 하면 그렇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들은 달동네에서 벗어나 옥탑방으로, 오피스텔로, 모텔로, 장소를 이동하게 된다.


이 소설은 서민들이 살아가는 오피스텔에서, 그들이 비밀스러운 삶이 기록되고 있었다.흙수저로 살아온 이안 사장은 돈을 악착같이 벌어서,오피스텔 한 동을 짓게 되었고,세입자를 받아들이게 된다. 법적인 사각지대에 놓여진 이들의 쉴 수 있는, 옥탁방에 살았던 이들, 골목 속에 파고 들어갔던 이들이 오피스텔로 모여들게 되었고,그들만의 삶의 원칙과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심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소설에서 문득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있다.바로 오피스텔의 집 앞 복도가 과거 1980년대 골목에 해당되는 장소이며, 공간이라는 것이다. 복도는 골목에 비해 협소하며, 서로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그들의 직업은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최적화되어 있었으며,어떻게 살아가느냐 고민하기 보다는 왜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는게 더 빠른 ,21세기형 서민의 삶이 기록되어 있다.


그들은 법적인 테두리에서 벗어나게 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오피스텔 안에 있는 사람들만 아는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오피스텔을 관리하는 주체인 오피스텔 건물주 이안 사장,그리고 호수가 배정된 사람들, 복도에서 서로 스쳐지나가고,이사하며, 생활패턴이 읽혀지고, 집을 비우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지는 독특한 구조가 존재하게 된다. 사로 마주칠 수 있고, 사로에 대해 잘 알지만, 그것이 도리어 서로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즉 오피스텔이라는 시간과 공간이 서로에게는 따뜻한 온기가 될 수 있지만,상황과 조건이 만들어진다면, 가장 취약한 구조를 지닐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드러나고 있었다.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며, 서로의 환경의 취약한 것도 알고 있는 그들의 삶,서로 떨어져 있고,분리된 공간이 우리에게 어떤 느낌으로 간직하게 되는지, 오피스텔 안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면서 나타나게 되는 각자의 삶이 보여지고 있었다.우리가 알고 있는 것, 느끼고 있는 것, 이해하고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하나릐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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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2-20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