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바이올린 켜줄게 춤춰봐 춤춰봐 춤춰봐 - 할머니가 쓴 육아에세이 : 나는 이렇게 손자를 키웠다
원숙자 지음 / 유씨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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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한결이가 없는 틈을 타 오래간만에 북한산 종주를 했다.피곤해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똑같은 시각에 잠이 깼다. 거실로 나오니 한결이 고무신이 눈에 들어왔다.고무신을 사긴 샀지만 혹시 싫어할 수도 있겠다 싶어, 안 신으면 강아지 기르듯이 집에 놓고 볼 작정이다. 잠만 깨면 주방으로 통통 걸어 나와 내 치마폭에 싸이는 그의 모습이 환상처럼 떠오른다. (-31-)


바탕골 미술관은 가는 길도 정답다. 겨울이라 산이나 들, 논과 밭이 쓸쓸해 보이긴 해도 미술관 가는 마음은 항상 풍성하다. 무수리하는 동네를 지나가고 ,속새벌 버스정류장을 지나간다. 쇠뫼기음식점이 지나가고, 토담골음식점도 지나가고, 곤드레음식점도 지나간다.돼오닭? 음식점인데, 대체 무슨 뜻일까? (-99-)


이 숲속을 거닐던 사람들이 언제쯤 앉아서 쉬었다가 떠났을까? 울창한 숲속 깊숙한 곳에 낡은 나무탁자와 나무의자가 그리움처럼, 기다림처럼,외로움처럼 놓여 있다.수목원은 미로 같았다. 휴대폰이 들어 있는 가방까지 내려놓고 혼자만 올라온 것이 겁이 난다. (-157-)


해살이 마을은 압직도 200년 전 막사발을 만들던 움막이 남아 있어 '사그막' 또는 '사기막' 이라고도 불리는데, 지금도 사기를 굽던 가마터와 사기그릇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고 한다. 막사발은 옛날 서민들의 밥그릇이기도 했고, 술잔이기도 했고, 찻잔이기도 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해살이마을은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골짜기도 많다. (-208-)


우리 집처럼 장항아리가 많은 집은 드물것이다. 친정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는 장을 꼬박 담아 먹었다. 이웃집에서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베란다의 장항아리를 보며 아파트에 살면서 어떻게 이렇게 많이 놓고 사느냐고 놀라곤 했다.모르고 살아왔지만 친정어머니가 담아주셨던 장이 정말 옛 맛, 옛날식이었을 것이다. (-257-)


냄비는 어머니의 주름살처럼 우그러져 주름이 생겼고, 어머니의 몸체가 작아지듯이 냄비 몸체는 쭈그러들었고, 어머니의 피부에 생긴 반점처럼 냄빙릐 까맣게 탄 자국은 벗겨지지 않았다.그 냄비는 어머니의 젊은 시절부터 할머니, 증조할머니가 되어 마침내 병석에 누워계시기 직전까지 어머니가 쓰시던 생활용품이었다. (-301-)


저자는 육아일기라 하지만, 육아라는 주제를 빌어 쓴 산문 에세이처럼 느껴진다. 어릴 적 내 아이의 아이를 키우던 지난날의 간이 오롯이 그려져 있었으며, 순수한 맛과 멋, 때묻지 않은 아날로그적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지고 있었다. 딸은 학교 선생님이었고, 사위는 방송사에 근무하고 있었다.맞벌이 부부로 인해 손주 한결이는 저자 원숙자님에게 맡겨지게 된다. 미술관, 박물관 ,숲을 지나가도, 그곳에는 자연 그대로의 놀이공간이 있었다. 빨리 빨리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일회용 학습이 아닌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시하는 저자 나름의 육아일기였으며, 삶에 대한 깊이가 묻어나곤 한다.시간을 흘려버리는 여정 속에는 오감발달 육아로 채워지게 된다.


도시의 삭막함에서 거리를 두며, 산과 들, 동식물이 지나가는 그 공간을 손자 한결이는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눈앞에 보이는 것을 꼭 탐색하고 지나갔으며, 그 안에서 연민과 공감을 표하게 된다. 자연 속에서 아픔과 슬픔을 체득하였고, 할머니의 시선으로 본 손자의 행동 하나하나가 캐치되고, 캡쳐되어진다.그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박물관 체험, 미술관 체험관과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 박물관에 다다르기 전, 앞선 여정이 우선되어야 하며, 그 안에서 숨어있는 삶의 근원을 파헤치고 있었다. 단순이 아이의 성장과 발달이 아닌 사람이 되기 위한 근원적인 이해와 공감, 배려가 요구되고 있다.여정과 관찰이 비춰지게 되면, 온전히 현상에 본연적인 가치만 남게 되고, 그 가치가 어떻게 존재하였는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게 된다. 엄마의 육아와 할머니가 바라본 육아 철학이 서로 다른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살아감이 아닌 살아가는 여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해주는 책, 2012년 한결이는 어느덧 ,2022년 고등학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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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1-26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