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유정희 외 지음 / 아이네아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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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어인은 현재는 보잘 것 없고 하찮은 존재지만, 자신을 초월하고 우주 최강자가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유일무이한 존재인 것이다. 프리더의 생각을 통해 그의 태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사이어인은 역시 한계를 알 수 없는 전투력을 숨기고 있는 것 같군. 전투를 거듭할수록 크게 향상된다. 물론 나한테는 별거 아니지만,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미리 싹을 꺽어버려야 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래서 강자의 대열에 동참했지만, 인종적인 이유로 강자 사이에서는 소외받는 민족의 이야기,그래서 특유릐 호전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강해지려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전사민족 사시어인'의 이야기는 근대 일본인의 실제 역사를 통해 만들어온 자신들의 정체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은 19세기 말 산업화를 통해 제국주의 열강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지만 이내 그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러일전쟁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서구 열강은 일본의 존재를 애써 무시했다. (p97)


 이 책은 일본의 근대의 역사를 비추고 있다.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 인기가 있었던 드래곤볼 이야기, 나 또한 예전에 42권짜리 구판 드래곤볼을 가지고 있어서 이 책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일본인의 특징, 일본의 역사, 일본의 성향이나 문화, 더 나아가 일본의 제국주의와 서구의 제국주의의 특징을 만화 드래곤볼의 주인공들과 그들의 활약상을 통해서 19세기 중반의 일본 사회의 모습과 그들의 정체성은 어떠했으며, 그들이 바라 본 서구 사회와 아시아 사회를 분석해 볼 수 있으며, 사구 제국주의와 맞섰던 일본 사회의 열등감과 자부심의 실체를 들여다 보았다.


드래곤볼의 주인공은 손오공, 베지터의 시선으로 보자면 카카로트이다. 지구에서는 손오공이라 부르고, 베지터의 기준으로 보면 카카로트였다. 전세계 우주를 집어 삼키려 했던 프리더와 사이어인의 야욕은 일본의 생각과 겹쳐지고 있다. 아시아를 삼키려 하는 일본은 그렇게 만화 한편을 그려내더라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이 책을 보면 흥미진진하면서 때로는 소름끼치게 된다. 사이어인 베지터의 전투 본능은 일본인들의 성향과 일치하고 있으며, 베지터와 손오공의 대결은 일본에서 평화주의 시민단체와 극우파들의 충돌을 묘사하고 있다.


미국 제국주의는 프리더였다. 프리더는 대체로 전투에 소극적이지만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의 모습은 미국 제국주의 그 자체였으며, 루즈벨트 대통령을 향하고 있었다. 프리더와 함께 다녔던 도도리아는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과 흡사하며, 영국의 제국주의의 요체이다.자봉은 프랑스 제국주의 였으며, 프리더-도도리아-자봉은 서구 사회의 제국주의의 실체라고 말할 수 있다. 손오공과 손오반은 일본 전후의 시민 사회의 구성원이었으며, 만화 속에서는 하급전사라 말하고 있다. 반면 베지터는 자존심이 상당히 강하며, 고집이 세며 엘리트 전사이다. 만화 드래곤볼에서 나중에 미래의 모습 속에 비춰지는 베지터와 트랭크스의 이미지를 보자면, 부전자전이라 할 정도로 자존심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베지터 조차도 눈물을 흘릴 때가 있는데, 그것을 슬픔에서 우러난 눈물이 아닌, 분노에서 비롯된 눈물이다.프리더의 손과 발이 되어서 우주 정복에 나섰던 베지터는 그렇게 토사구팽 될 처지에 놓여지게 된다. 베지터와 네퍼,손오공의 형 라데츠는 일본 제국주의의 실체에 가까운 캐릭터였으며, 네퍼는 사이어인 손오공과의 싸움에서 지게 되고,전투력이 떨어지자 베지터의 손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게 된다. 내성적이면서 때로는 잔혹한 일본인의 본성이 온전히 베지터의 몸과 마음에 축약되어 있었다. 


손오공이라는 캐릭터는 상당히 복잡다단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급 전사로 나와서 고아나 다름없이 방치되어서, 전 우주 곳곳에 보내지게 된다. 사이언인이 가지고 있는 특징, 지구와 붙어있는 달이 품고 있는 에너지를 흡수하게 되면 괴물로 변하는 사이어인은 우주에서 최악의 존재가 될 수 있다. 손오공이 지구에 도착하게 된 것은 지구와 지구 안에 살아가는 존재들이 상당히 유약한 존재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만화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의 포악한 성격은 유약한 지구인에게 의해서 잠재우게 되었고, 사이어인의 계획은 실패가 되었다. 손오공의 할아버지 손오반은 손오공의 포악함을 만들어주는 꼬리를 자름으로서, 손오공은 괴물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것은 또다른 전환점이었으며, 사시어인의 본성으로 보자면, 손오공은 돌연변이에 가깝다. 베지터와 손오공의 싸움에서 손오공이 이기고 난 뒤, 프리더가 지구에 찾아오게 되는데, 프리더는 손오공의 과거에 대해 언급하면서, 손오공으 약점을 건드리게 된다. 그러나 손오공은 프리더의 농간에 휘말리지 않았고, 자신과 무관한 과거라고 말하면서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그것은 일본 사회가 지금 본여주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과거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 21세기 지금 현재 그 과거를 지우려 하고, 과거의 일본은 과거이고, 현재의 일본은 현재의 일본이라 말하는 것과 겹쳐지고 있다. 이처럼 손오공이 가지고 잇는 캐릭터는 상당히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이 책은 프리더와의 전투 이전의 이야기까지만 다루고 있다. 프리더가 죽은뒤 인조인간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물론 손오공이 성장과정에서 만났던 마인 부우도 나오지 않으며, 인조인간들,베지터의 아들 트랭크스도 증장하지 않으며, 부르나도 나오지 않는다. 그냥 사이어인의 실체가 바로 일본인 그 자체이며, 베지터도 손오공과 다른 캐릭터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 또한 일본인의 또다른 모습이라 말할 수 있다. 그 하나 하나 분석해 나가는 그 과정 하나 하나 흥미로웠으며, 내 기억속의 만화 드래곤볼의 스토리를 소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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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3-22 0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래곤 볼이 이렇게 해석되는 군요... 좋은 내용 배워 갑니다.^^:)

깐도리 2019-03-22 07:32   좋아요 1 | URL
더 많이 써야 했는데 너무익숙한 만화 스토리라서 소름 끼칠정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