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동시 사전
최종규 지음, 사름벼리 그림 / 스토리닷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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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놓치게 되고, 잊으며 살아간다.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아이같은 어른.어른이지만,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 아이쩍 기억들을 품고 살아가면서, 그때의 기억들을 잠시 어딘가 한 켠에 내려 놓고, 내 기억 속의 소중한 추억조차 내것이 아닌 것처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살아가게 된다. 여유가 사라지고, 물질적인 욕구만 추구하다 정작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는 어른들의 자화상, 한 권의 동시를 정하면서, 삶의 여유를 느껴보았다.


동시는 아이들에게도 필요하지만, 어른들에게도 유용하다. 아이들은 자연을 품고 있는 동시를 통해서 자신의 언어를 풍요롭게 하고 있다. 어른들은 동시를 접하면서, 자신이 놓쳤던 언어들, 잊고 있었던 단어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졸졸졸, 찰랑찰랑, 틈, 개골개골, 현대인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의식하지 않으면 잘 쓰여지지 않는 의성어들이 동시를 읽으면서 다시금 어릴 적 기억들을 상상하게 되고, 자연과 벗했던 그때의 기억들이 샘물처럼 내 기억 속에서 머물러서 내 삶에 작은 여유를 선물해 주고 있다.


이 책은 동시 사전이다. 동시면 동시지 왜 사전일까, 사전 속에는 또다른 의미들로 채워지고 있다.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들을 동시로 재현하면, 하나의 단어에 다양한 의미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같은 동사인데도 다양한 의미들을 간직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한 권에 들어있는 264편의 동시를 부모와 아이가 같이 읽게 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하였다. 아이에게는 언어의 다양한 표현들을 만날 수 있게 되고, 어른에게는 자신이 어릴 적 자연 속에서 뛰어 놀았던 소중한 기억들이 퐁퐁 솟아 나올 수 있다. 


그러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그대로 써 본 것이다. 나는 어릴 적 기억들을 잊고 있었고, 추억을 놓치고 있었다. 시골 외할머니 집에서 메뚜기를 잡고, 잠자리를 잡았던 기억들,겨울철 고구마를 구워 먹었던 기억이 언젠가부터 사라지고 말았다. 분명 내 기억속 어딘가 존재한 추억들인데, 그걸의 소중한 가치들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시간들,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틈과 틈 사이의 공백들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내가 만들어 놓은 공백들에 누군가 들어올 수 있다면, 나와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동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삶의 여유를 얻고,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순간 순간 마주하는 것들을 느끼고,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것이 동시가 가져다 주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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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9-01-31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하고 열한 해를 시골놀이를 하면서 누린 이야기를 고스란히 썼어요.
열한 해에 걸쳐서 썼지요.

그리고 이 ˝우리말 동시 사전˝에 실은 264꼭지 글은
지난 열한 해 동안 만난 200분쯤 되는 이웃님한테
그때그때 엽서만 한 종이에 연필로 적어서
선물로 드리기도 했던 동시예요.
(어떤 이웃님은 여러 자리에서 뵙느라 여러 장을 받으셨어요)

한꺼번에 다 읽으셔도 좋고
두고두고 하나씩 누리셔도 좋으리라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깐도리 2019-01-31 10:16   좋아요 0 | URL
필사하면서 읽고 싶은 책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