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박건웅 지음, 님 웨일즈 외 원작 / 동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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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은 항상 제일 빨리 읽고 싶다. 텍스트는 상상력을 요하지만, 직관적으로 읽히는 만화적 연출은 쉽게 빨려들어갈만큼 재밌다. 그래서 8월의 여러 책들중에서도 그래픽노블 [아리랑]을 제일 먼저 읽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독립운동가 김산의 일대기를 다뤘다. 김산은 익숙하지 않은 이름인데, 아마도 그가 공산주의를 공부한 혁명가라서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삶은 낯설고 괴롭지만 또 뜨겁고 장렬했다. 생과 사는 인과가 아닌 우연일뿐일 것 같고, 선과 악은 흑백으로 분명히 나뉘는 게 아니라 때에 따라 어두워지고 밝아질 회색빛 같다. 시대와 인생이 뒤죽박죽 섞인 혼동의 역사를 보고 있자니, 현재를 흘러가는 나의 작은 삶을 보다 거시적으로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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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의 믿지 못할 이야기는 중국에서 취재활동을 하던 님 웨일즈라는 미국 작가로 인해 빛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박건웅 만화가의 판화스타일 연출방식이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구현해주었다. 책이 두꺼운 편이고 금액대도 있지만 (내용이며 구성이) 쉽게 볼 수 없는 스타일의 책이라 추천하고 싶다. 8월에는 역시 독립운동하는 얘기를 봐줘야지. 기억해야할 이름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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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의 상상력 - 질병과 장애, 그 경계를 살아가는 청년의 한국 사회 관찰기
안희제 지음 / 동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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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만성질환인 크론병을 앓고 있다. 책은 크론병 발병시기부터 발병 전후의 달라진 삶, 현재의 삶과 태도를 보여준다. 나는 미디어에서 스치듯 지나갔던 크론병이 어떤식으로 몸의 생태계를 망치는 병인지를 알게 되었고, 사회에서 보통 이하의 체력을 가진 사람에게 주어지는 시선과 페널티가 어느정도인지 인식하게 되었다. 책 초반에는 그가 말하는 낯선 울림을 크게 느꼈다면, 후반에서는 그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나의 컨디션에 의문이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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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근원으로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나는 점점 그가 말하는 언어들이 푸념처럼 느껴졌다. 푸념이 백가지 정도로 나열되면, 절로 우울해진다. 이건 아픈 가족을 두었을때의 우울과 비슷하다. 나는 점차 독서중에 기력이 저하되었다. 저자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듯이 이렇게 짚어주는 부분이 있다. "왜 나는 이렇게 '힘 빠지는' 소리만 줄기차게 하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나에게 그런 '힘'이 살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을 긍정하는 열정적인 소수자들 사이에서 나는 금방 지친다. 그 사람들이 싫어서도 아니고 뜻에 동의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그저 금방 지치는 몸 때문이다.(p.254)" 이래서 아프다, 저래서 아프다는 얘기가 사람을 죽죽 처지게 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 역시 (우리가 흔히 기운을 얻는) 열정파, 건강파 사이에서 외로움과 힘듦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한다. 지쳐가는 내 모습을 보며 '내가 왜 이럴까'하는 의문에 휩싸였는데, 어떻게보면, 내가 글을 읽으며 지쳤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저자가 말하는 '환자로 살아가는 삶'이 세상에서 지워져 있다는것의 증거였다. 나는 난치의 삶을 몰랐고, 또 그걸 알아가는게 버거웠다. 그래서 이 책은 내가 다른 세계로 접속케하는 하나의 관문처럼 여겨진다. 누군가에겐 현실이고 나는 그걸 바라볼 뿐이겠지만, 그래도 몇가지 사실을 알게되어 더이상 내 세상에서만 갇혀있지 않을 것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계속 부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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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네임 - 이름이 지워진 한 성폭력 생존자의 진술서 너머 이야기
샤넬 밀러 지음, 황성원 옮김 / 동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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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지워진 한 성폭력 생존자의 진술서 너머 이야기'
책의 부제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자 샤넬 밀러는 파티에 다녀온 후 성폭행을 당했다. 그는 아마 처음에는 이 사실을 이렇게 글로 쓰게 될 줄 몰랐을 것이다. 그는 사건 이후 조사를 받고, 법정에 서고, 지지부진한 소송을 겪는다. 과정은 길고 험난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와 피해사실만 오가는 공방 속에서 '나'라는 '인간'이 지워지는 경험을 했다. 꾹꾹 눌러담은 듯한 펜의 촉감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꽤 두꺼운 책이지만 여기에도 분명 다 못한 말이 있을 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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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폭력에 대한 경험과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사람에 따라 트리거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서 봐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자아가 지워진 경험이 있다면 읽어 볼 것을 권하고 싶은 양가적 감정이 든다. 책은 불필요한 묘사나 과잉되는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려고 노력한 느낌이다. 따라서 샤넬이 걸어온 상황을 같이 짚어나감으로써 오히려 다친 마음을 회복하는 경험이 들수도 있겠다 싶고..
우리가 때때로 [김지은입니다]나 [디어 마이 네임]과 같은 기록을 응원하는 이유는 이 기록이 단순한 리코딩을 넘어서는 함의가 있기 때문이다. 읽는 것만으로도, 아니 그저 단지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사실에 대해 연대할 수 있다. 나는 성폭력 범죄와 관련한 몇 개의 사건과 사실을 알고 있다. 계속 주시할 수도 있다. 행동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은 이상, 샤넬 밀러를 기억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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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의 기쁨과 슬픔 - 탈모 심리 픽션 에세이
부운주 지음 / 동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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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탈모(모발이 빠짐)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의 형식을 빌린 심리 픽션 에세이로, 원형탈모증부터 시작해서 전신탈모증을 겪기까지 수많은 방법을 써보며 헤쳐나간 시간들이 담겨있다. 가벼운 탈모를 생각하고 들었다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읽어 나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털이 있다가 없어지는 몸에 변화에 대해 이렇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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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현재 의사이고 현재의 그는 어떻게 살고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작가의 인터뷰를 보니 이 글을 쓰는 동안 내면의 심리를 치유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탈모가 치료가 되었느냐에 대한 물음에 긍정적인 대답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책을 내는 것이 그의 응어리를 풀어준데에는 톡톡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깟 터럭이 뭐라고 없고 있고가 사람의 정체성을 휘두를 정도라니, 누군가와 '다르다'는 것 자체가 주는 고립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제목이 [머리카락의 기쁨과 슬픔]인데,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 생각나기도 한데다 그와 비견될만한 유머는 적고 읽을수록 침참해지는 기분이 들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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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무기력이 찾아왔다 - 우울증과 번아웃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나에게
클라우스 베른하르트 지음, 추미란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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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신건강 중에서 우울증, 번아웃, 무기력으로 이어지는 심리를 진단하고 문제해결방안을 제안한다. 7월 장마철에는 유독 정신과 심리, 우울증에 관한 책을 많이 읽게 되었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어쨌든 책은 '우울증'이라는 증상을 해부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 복잡다단한 마음을 우울증이라고 퉁치기 전에, 그 이전에 나의 모습, 나의 감정은 어떠한지 살펴본다. 연구 사례를 곁들여 과학적으로 분석하기에 유심히 읽어내려갔다. 후반부 부터는 비타민D를 비롯한 영양소의 섭취와 각종 자기관리를 얘기하는데, 아는 말이라 그런지 초반의 감동보다는 덜했다. 아는 말이지만 맞는 말이다. 클래식이 왜 영원하며, 어른들이 왜 혼자 살수록 잘 씻고 잘 먹고 다녀라고 했겠나. (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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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억에 남는 연구는 "트레드밀 위에서 걷기 vs 밖에서 걷기"의 비교결과 였다. 심리문제 해결에 있어 더 좋은 방향은 밖에서 자연을 보며 걷는 것이었는데, 트레드밀 위에 있으면 시선이 모니터에만 집중되기 때문에 안구운동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신체 운동에 안구 운동이 결합되어야 기분변화에 도움이 된다고. 산책 좀 해라는 얘기도 다 이유가 있다. 이제 밤 산책이 좋아지는 계절이 왔으니, 슬렁슬렁 다니면서 기분 전환을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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