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은 항상 제일 빨리 읽고 싶다. 텍스트는 상상력을 요하지만, 직관적으로 읽히는 만화적 연출은 쉽게 빨려들어갈만큼 재밌다. 그래서 8월의 여러 책들중에서도 그래픽노블 [아리랑]을 제일 먼저 읽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독립운동가 김산의 일대기를 다뤘다. 김산은 익숙하지 않은 이름인데, 아마도 그가 공산주의를 공부한 혁명가라서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삶은 낯설고 괴롭지만 또 뜨겁고 장렬했다. 생과 사는 인과가 아닌 우연일뿐일 것 같고, 선과 악은 흑백으로 분명히 나뉘는 게 아니라 때에 따라 어두워지고 밝아질 회색빛 같다. 시대와 인생이 뒤죽박죽 섞인 혼동의 역사를 보고 있자니, 현재를 흘러가는 나의 작은 삶을 보다 거시적으로 보게 되었다. .김산의 믿지 못할 이야기는 중국에서 취재활동을 하던 님 웨일즈라는 미국 작가로 인해 빛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박건웅 만화가의 판화스타일 연출방식이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구현해주었다. 책이 두꺼운 편이고 금액대도 있지만 (내용이며 구성이) 쉽게 볼 수 없는 스타일의 책이라 추천하고 싶다. 8월에는 역시 독립운동하는 얘기를 봐줘야지. 기억해야할 이름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