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 루나파크 : 회사를 그만두고 런던으로
홍인혜 지음 / 달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는 루나파크 컨텐츠로 만화를 그리고 카피라이터로 업을 살며 시인이 되어 시를 쓴다. 이 모든걸 다 해내는 열정파 인물. 그의 첫 에세이집인 이 책은 2011년 출간되었다. 책은 꾸준히 인기를 얻어 에세이 부문 스테디셀러에 올랐고 작년에 샛노란 표지로 개정판이 나왔다. 내용은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 평소 갈망하던 영국 런던으로 가 8개월을 살며 마주하는 나를 담고 있다. 한 달 살기가 트렌드인 지금 시류로는 상당히 뻔한 오프닝인가 싶지만 낯선 곳 탐방은 어떤 책을 봐도 재밌다. 소심하지만 착한 친구의 일기를 엿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나 역시 런던 판타지가 있기에 텍스트로 상상하는걸 즐겼다.
.
오늘도 서점가 메인 매대에는 퇴사 추천 도서가 한가득이다. 아프면 퇴사가 약이고 장기해외여행을 가려면 퇴사 해야되고, 또 별 일 없으면 퇴사하는게 좋다는 만능 퇴사 이야기들. 링 위에서 더 버틸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수건을 던지고 나와서 캐리어를 챙긴다. 런던에서는 별 일 없는 평범한 하루가 담백한 위로가 되어 돌아온다. 별 일이 생겨도 나는 점점 더 강해지는 곳. 다들 그래서 여행가는거지. 레벨업해서 다른 던전 가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는 남태평양 보라보라섬으로 떠나 9년을 살았다. 이 책은 이국적인 섬에서의 나날들과 과거시제인 한국살이, 미래시제인 몇 개의 꿈을 그려냈다. 바다를 건넌 자들의 에세이는 대부분 환상적인 자연 한 스푼에 특별하지 않은 현실 아홉 스푼을 마구 넣는다. 지독한 세금이나 물자가 부족한 마트, 밤새도록 살점을 뜯는 모기들 뭐 이런 현실. K-아파트에서 평온히 읽는 남의 나라 사정은 나는 그런덴 못 살겠다고 가늠하게 하지만, 그럼에도 홀가분한 마음을 상상하며 대리만족 해본다.
.
어쩐지 우리의 동년배들은 찾기도 어려운 머나먼 곳으로 계속 떠나는 중이고, 나는 그들이 유별나다기보다 납득이 가능한 쪽으로 기울어진다. 그들은, 우리들은, 답을 얻고 떠나는게 아니라 이어지는 질문을 따라 걷는 것 같다. 마음 속 떠오르는 질문들을 흐린 눈으로 흘려 보내지 않고 또렷이 직시하기. 왜 행복한가 왜 불행한가 왜 되는가 왜 안 되는가 같은 질문들을 인정하고 또 계속 질문하기. 책을 읽으며 답을 찾으려는 욕구를 조금씩 내려 놓아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운동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나이. 날이 갈수록 양 어깨가 무겁고 다리도 뻣뻣해진다. 그런데. 당위가 부족한것도 아닌데, 운동하러 가는 길은 왜 이렇게 천리길처럼 아득해지는지 모르겠다.
.
이 책은 운동을 해야 되는 건 알지만 운동하기 쉽지 않은 보통의 여자사람 일기다. 작가는 다양한 운동에 도전해왔다. 그가 복싱을 배울 때는 내 안의 야성이 꿈틀꿈틀했고, (책 표지에도 그려져 있는) 아쿠아로빅을 하러 가면 다시 수영을 배울까 고민되었다. 체험한 운동의 정보만 담겨있는 건 아니다. 운동하면서 바뀐 운동의 목적에 대해, 운동하는 곳에서 발생하는 사회적인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가볍고 톡톡 튀는 젤리 같은 책이다만 형성되는 공감대는 곰탕국물같이 찐한 느낌. 그래서 내일은 정말 헬스 등록할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
김수정 지음 / 달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휴먼 라이브러리(리빙 라이브러리), 소위 사람책 도서관을 경험한 후기를 담았다. 이 도서관에서는 책을 빌리는게 아니라 사람을 빌려서 대화를 나눈다. 대여 목록에 있는 사람들은 퀴어부터 싱글맘, 평범한 직장인까지. 이들은 자신을 대여한 사람에게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나는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도 흥미롭지만 이야기를 하려는 '사람책'들의 마음도 궁금했다. 혹자는 본인 얘기 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왜 자신을 이야기하려고 나왔나. 내 말을 들어 줬으면 좋겠어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100명이 모이면 100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처럼, 사람의 삶은 단언하기 어렵다. 상상하는 것도 어렵다. 대화를 통해서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책은 영국이 배경인데 한국의 라이브러리는 어떨까 궁금하다. 서울에는 하는 곳이 있는 듯. 전혀 다른 사람들이 대화 가능한 장은 우리나라에도 필요한 기획이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은 흐려도 모든 것이 진했던
박정언 지음 / 달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정언 피디의 글은 일찍 떨어진 나뭇잎 같이 쓸쓸하다. 이 잎은 단풍같이 붉지 않고, 미처 다 물들지 않은 검붉은 초록빛을 띄었다.
책은 그의 피디 인생에 겪었던 사회적 사건들과 이직과 같은 개인적 사건들을 짧게 그리고 느슨히 묶어냈다. 세월호 사건 당일, 라디오 방송 중 받았던 전화 연결은 지독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묵직한 충격을 준다. 종현이 라디오 방송하던 나날, 그의 인영을 짧게 회고하기도 한다. 그가 마주한 찰나의 순간들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나 역시 비슷한 감정의 선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