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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
최경숙 지음 / 맛있는책 / 2014년 4월
평점 :
결혼할 나이가 되어서일까? 요즘 좋은 엄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상 어려서부터 아이들이 학교공부뿐 아니라 학원 공부에 치이는 걸 보면 참 안쓰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나라고 현실을 비껴갈 수 있을까? 그러다 내 아이만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그도 힘들 것이다. 그래도 좀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 볼 수는 있다. 어린 시절을 책상 앞에 앉아 공부만 하는 시간으로 채우기보다는, 좀 색다른 공부방법을 제시하는 것. 단순히 '공부'만이 아닌,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 말이다.
이 책이 제목부터 참 마음에 든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두 자녀를 둔 건축가 엄마인 저자가 아이들을 위해 건축 공부 여행을 하며 역사 공부도 하고, 추억도 쌓는 내용을 담은 책이라는 점. 저자의 아이들이 당장은 느끼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런 엄마에게 참 고마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그 내용을 딱딱하게 적어 내려간 것이 아니라 곳곳에 아이들의 사진이 보여 어떤 마음으로 한 여행인지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나도 공부를 한다기보다는 그들과 여행하는 기분으로 편하게 책을 읽어나갔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적힌 '선조들의 지혜'라는 문구를 무심코 넘긴 적이 있다. 그땐 그저 공부라 외우기에 급급했고, 무엇이 지혜인지도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조금씩 알게 되었다. 우리 조상들의 건축물에는 문 하나 창문 하나도 그냥 있는 법이 없었다. 서른이 다되도록 도대체 우리 전통에 대해 아는 게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에 반성하게 됐다.
얼마 전 TV에 나오는 해외여행 프로그램을 보며 서양 건축에 대해 접할 기회가 있었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건축가였고 그 방송을 보며 꼭 나중에 여행 가서 저 건축물을 봐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우리 전통 건축물에 관해서는 아는 것도 없고 꼭 봐야겠다는 마음도 없었다. 먼 곳에 있는 남의 것을 보기보단 가까이에 있는 우리 것을 먼저 볼 줄 알아야 할 텐데 말이다.
무조건 빨리빨리, 많은 것을 보려 하는 여행보다는 이렇게 느리게 조금은 쉬는 느낌으로 우리 가까이 주변을 둘러보는 여행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거창하고 화려한 계획 없이도 분명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이 책에 나온 곳들을 가족들과 함께 하나하나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방법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