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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과 수리공 - 과학을 뛰어넘은 엔지니어링 이야기
권오상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책의 서두만을 읽으면서도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학이라는 단어와 엔지니어링 이라는 단어의 차이와 그 의미, 사람들이 느끼는 생각에 대해. 그 분야의 사람이 아닌 일반인인 나로선 과학과 엔지니어링은 그저 '한 묶음'에 불과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보니, 나 역시 엔지니어링을 과학에 종속되는 분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부끄럽게 여겨졌다.
과학자와 기술자(수리공)의 어감 차이가 굉장하다. 뭔가 직업의 귀천이 갈리는 느낌이다. 저자가 꼬집어 말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왜 사람들은 이처럼 잘 못된 인식을 안고 살아가는가?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오래전부터 과학자가 칭송받는 것에 비해 기술자들은 하찮은 직업을 가진 자들로 취급받아 왔던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기술자들이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남겼는지를 조목조목 따져가며 이해시켜준다.
책을 읽어나가며,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고, 한편 이 책을 만나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굳이 분야를 따지자면 나 역시 '기술'을 업으로 삼고 일하는 사람이다. 흔히 3D 업종이라 일컫는 분야이다. (3D가 무엇인지는 알 것이다.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을 일컫는다.) 물론, 같은 공학분야는 아니지만 나 역시 다른 분야의 '기술자'이다. 부모님도 왜 그렇게 힘든 직업을 택하느냐 말리셨고, 주위에서도 나를 특이하게 볼 때가 많다. 굳이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필요보다는 내가 좋아서, 그저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 달리 이렇다 할 이유를 댈 게 없다. 그런데 좋아서 시작한 일이어도 선뜻 내 직업을 자랑스럽게 말하지 못하는 자리도 가끔 있었다. 심지어 나의 선생님도 자신을 '공돌이'라 표현하신 적이 있는데 순간 마음이 저릿했다. (물론 농담이셨으리라 믿지만.) 같은 직업이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장인'이라 표현하는데, 우리나라에선 '공돌이'라 표현한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책에서는 우리의 위인 이순신 장군도 어떤 면에서는 엔지니어였다고 하니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하게 느껴지던지. 얼마 전 지인께서 그런 말을 하셨다. 이제는 기술이라고, 기술을 배워야 오래가는 거라고. 내가 택한 직업에 자부심보다는 부끄러움이나 과연 이것이 나의 길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았는데, 반성하게 된다. 이 책이 미래의 엔지니어들에게 참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본다면, 앞으로 자신의 미래를 더 확고히 할 의지가 생기고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