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읽어주는 여자 -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 찾는 법
민지혜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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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 관한 책은 언제봐도 즐겁다. 꼭 내 전공분야라서가 아니라 여자라면 패션에 관심 있는 건 당연한 거니까...(무조건은 아니겠지만;)

핫핑크와 블랙이 조화를 이루는 책 표지가 참 매력적이다. 가끔 표지가 별로인 책들을 보면 손이 잘 안 가게 되는데, 이 책은 표지부터 패셔너블하다. 표지를 보니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 찾는 법'이라 쓰여있다. 자신만의 스타일이라... 순간 뜨끔했다. 나름 패션 쪽에 관심이 많고 공부를 해온지 오래되어 그래도 일반인들보다는 패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내가 정작 나만의 스타일은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난 정말 나에게 맞는 최고의 스타일을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스타일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찬찬히 살펴보기로 했다.

 

시작은 명품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 패션을 논하면서 어찌 명품 얘기를 빼놓을 수 있으랴. 난 간혹 "명품 좋아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당신 기준의 명품이 대체 무어냐 묻고 싶다. 무분별하게 유명한 브랜드 상품이라 좋다, 라든지 비쌀수록 좋다라고 생각하는 건 분명 잘 못된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명품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명품이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 명품에 속해 있는 것도 있다"라고. 솔직히 명품이라고 다 예쁘진 않으니까, 별로인게 더 많으니까. 명품이라면 다 좋다는 사람들은 패션을 즐기는 게 아니라 그저 사치를 부리고 자기 허영심을 채우려는 것밖에 안된다고 본다.

 

명품을 떠올리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짝퉁"에 관한 이야기다. 책 속에서도 짝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떤이는 그것이 그 브랜드의 로고가 없다면 '진품인 척'하는 게 아니니까 짝퉁은 아니다, 어차피 브랜드 디자이너들도 다 누군가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것이지 않느냐, 이것은 비싼 것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합리적인 소비라고 말했단다.

 

디자이너들이 들으면 참 화날만한 말이다. 디자이너들이 어딘가에서 영감을 얻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모티브로 삼는 정도이지 완전히 베끼는 것은 아니다. 영감을 얻어 새로운 창작품을 만드는 것을 표절과 같게 취급하는 것은 곤란하겠다. 로고를 달지 않았어도, 혹은 다른 로고를 달았어도 누가 보나 이건 A 브랜드의 oo 백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건 이미 '짝퉁'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모 브랜드가 외국 브랜드의 가방디자인을 대놓고 따라 했다가 소송에 걸려 패소한 사례도 있다. (상표는 자신의 회사 상표를 달았다.) 디자인은 어디까지나 디자이너의 '지적 재산물'인데 그걸 도둑질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소비일까? 분명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떳떳지 못한 짝퉁까지 사는 걸까? 이유는 단 하나, 그게 좋아 보이니까. 그렇게 해서라도 나의 스타일을 돋보이게 하고 싶어서이다. 그런데 그렇게 명품(혹은 명품처럼 보이는 짝퉁)을 휘감는다고 해서, 나의 스타일이 좋아 보일까? 절대 아니다. 저자는 말한다. 무조건 비싼 제품이 좋은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저렴한 제품으로도 얼마든지 값어치 있어 보이는 스타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자신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출을 하고 늘 새로운 시도를 하며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라고 말한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데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연예인 누구의 스타일만 백날 따라 해봤자 나만의 스타일은 죽을 때까지 찾지 못할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고 겁내지 않고 개성을 표현한다면, 언젠가는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나만의 멋진 스타일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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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학실록
이성규 지음 / 여운(주)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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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은 참 익숙한 데 비해 조선과학실록은 왠지 낯설다. 조선이라는 단어와 과학이라는 단어가 안 어울린달까? 조선왕조실록에서 과학에 관한 이야기만 쏙 뽑아내어 엮은 책이라니 호기심이 생겼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는 학교에서 국사 시간에 배운 게 전부였는데, 뭔가'수박 겉 핥기' 식이랄까, 명칭과 학자이름 외우기에 급급해 그 깊이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는데 모처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 것 같아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총 22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차례를 훑어보니 알고 있던 것들 보다는 모르는 내용이 더 많았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구나 싶었다. 장마다 실록의 부분을 발췌해 적어놓은 부분이 있는데, 이 책의 매력은 실록에 남아있는 기록 몇 줄을 보고 그때의 상황을 상상해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오로라 이야기나 상상 속의 괴수의 이야기는 판타지적 요소까지 담고 있어 그 재미를 더했다.

 

최근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 영화, 드라마에서도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상상력을 더해 아주 기발한 내용의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도 광해군일기의 한 부분에서 따온 내용을 모티브로 제작되었고,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했던 한 뮤지컬은 이순신이 쓴 난중일기의 찢어진 부분을 소재로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이 작품들이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것은 100%의 허구가 아니라 우리 역사 속에 기록된 진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데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온 단 몇 줄의 기록으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기술이나 과학이 지금처럼 발달한 것도 아닌데 학자들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감탄도 했는데 한편 반성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 역사를 너무 몰랐던 것에 대해 말이다. 요즘 사람들은 '과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을 먼저 떠올릴까? 전기나 전자, 혹은 인터넷의 발명?! 혹은 노벨상을 탄 그 발명가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난 이제 과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조선의 과학,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과거 없이 현재는 없다는 말처럼, 과거 그들의 지혜와 새로운 시도, 노력이 없었다면 현재의 과학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는 어렵고, 머리 아프다고만 생각하는 이들에게 '과학'이라는 재밌는 소재를 통해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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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 - 남에겐 친절하고 나에겐 불친절한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우르술라 누버 지음, 손희주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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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도 내가 왜 우는지 모를 때가 있다. 여자라면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어려서는 여리고 소심한 성격 탓에 많이 울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때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엄마한테 혼나서라든지, 뛰어가다가 넘어져서 라든지 하는. 그런데 20대를 넘어 30대로 향하는 지금, 난 이 책의 제목처럼 내가 제일 어렵다. 내 마음인데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화가 나고, 또 슬프고 때론 눈물도 나는데 이유를 모른다. 이유 없이 그러는 걸까? 아니다. 이유는 분명 있는데 내가 찾지 못할 뿐이다. 이유도 모른 채 그 스트레스가 나날이 쌓여가다 보니, 이젠 화가 나다 못해 자괴감이 들 정도이다. '난 왜 이럴까, 왜 이것밖에 안 될까, 왜 이렇게 약해 빠진 걸까' 등등. 이런 감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 날 놓아주지 않는 상태가 되면 점점 모든 게 힘들어지고 무기력해진다. 그렇게 되면 결국 우울증에 빠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나를 그렇게까지 몰고 갈 순 없다. 그렇다면, 한때 밝고, 활기찼던 나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p256

"우울증은 검은 옷을 입은 여인과 같습니다. 이 여인이 나타나면 일단 내쫓지 말고 탁자에 앉으라고 권하세요. 그리고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귀울이세요."

 

위 이야기는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의 조언이다. 우울감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시한 채 밖에서 원인을 찾으려고 하면 악순환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우울할 때 다른 것은 멈춰두고 왜 우울한지에 대해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자신과의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면 내가 왜 우울한지 그 이유가 명확해질 텐데 그 종류는 참 다양할 것이다. 사회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라던가, 인간관계 등등 여러가지다. 그런데 그 모든 원인의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모든 게 나의 탓'이라 여기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다. 누군가와 관계가 틀어져도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성에 관한 문제라면 나의 외모가 더 매력적이지 않아서라고 자기 자신을 비하한다.

 

얼마 전 여자 넷이 모여 커피를 마시던 중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남자는 거울을 보며 늘 꽤 괜찮아 보인다고 생각하고, 여자는 항상 난 왜 이렇게 못생겼지, 오늘도 별로야 하고 말한다는 이야기다. 모두가 그 말에 공감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거울 앞에 앉아 화장하고 단점부터 찾아내고는 온 신경을 거기에 집중한다. 분명 예쁜 곳이 단 하나는 있을 텐데 기어이 찾아낸 단점들에 어느새 묻혀버린다. 왜 여자들은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할까? 왜 매력 포인트는 무시하고, 단점이 될 수 있는 것만 굳이 찾아내고야 마는 걸까?

 

여자들 대부분이 이렇게 자기 자신을 부족하다 여기고 하찮은 존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옛말에 '남 탓하지 말라'고 했던가? 그것은 자신의 책임까지도 모든 걸 남의 잘못으로 돌리고 이기적인 태도를 취하면 안 된다는 말이지, 자기 자신을 낮추다 못해 바닥으로 끌어 내리라는 뜻이 아니다. 이 책은 이런 여자의 아픈 심리들을 콕 집어내어 조언해주고 있다. 마음은 슬프고 힘든데 '왜'라는 이유를 찾지 못했을 때에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나부터 자신을 소중히 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남들 또한 나를 하찮은 존재, 무시해도 되는 존재로 생각할 것이다. 지금까지 착한 게 제일이고, 배려심과 겸손함이 미덕인 사회관념에 맞추려다 보니, 정작 자기 자신은 돌보지 않았다면, 다 내려놓고 일단 나부터 챙겨야 한다. 내가 존재해야 나의 세상도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우선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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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시
바비 토머스 지음, 이상미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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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엔 아주 멋져 보이는 여성이 빛나는 미소를 짓고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 바비 토머스이다. 단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그녀는 독자를 압도하는 느낌이다. 매우 당당해 보이는 그 자신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옷을 멋지게 입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했다. 괜찮은 스타일링 방법을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스타일링의 일부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스타일리시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무엇부터 해야 하는 것일까?

 

p23

스타일과 심리학은 본질에서 연결되어 있으며, 자신의 외모와 이를 통해 세상에 전달하는 메시지에 만족할수록 더욱 자신감 있고 강해지며, 결국 행복해진다.

저자는 먼저 자신의 내부에 집중하라 말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성격이나 가치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등 나의 성격과 성향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스타일은 곧 나를 표현하는 것이므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실히 알고 그것에 맞게 꾸미면 된다. 지금 트렌드가 무엇인지, 유행하는 연예인 스타일이 무엇인지는 전혀 중요하지도 않고, 절대 그것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온전히 내 안에 집중하고 나의 성격과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들 연예인 누가 스타일이 좋더라 하면 그것을 따라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이 '나만의 스타일' 이 될 수는 없다.

 

p47

'스타일리시' 하다는 것은 어떤 몸매를 가졌거나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아니다. 이는 여러분의 개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일할 때나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 자신의 영혼을 빛내는 것이다.

 

얼마 전 TV에서 중년 여배우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60이 넘은 나이임에도 젊은 사람들에게 스타일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사람이었다. 그 여배우가 명품으로 휘감았기에 모두가 동경했던 걸까? 절대 아니다. 인터뷰 중 "선생님, 옷을 어디에서 구매하세요?" 라는 질문에 주로 홍대에서 구매한다는 답을 했다. 디자이너 누구 제품, 어느 명품 브랜드 제품이라는 답이 아니기에 많은 사람이 놀랐다. 보통 중년의 품위를 유지하려면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고 착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는 달랐다. 그녀의 답이 의외였지만 그 누구보다도 자연스러운 '그녀만의 스타일'로 만들었기에 더욱 빛나고 멋져 보였다.

 

스타일이란 자신만의 매력을 표현하는 것인데 요즘엔 나만의 스타일이 있는 사람보다는 남을 따라 하고 모방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유행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 예쁜 연예인을 따라 하면 나도 저렇게 보일 거라는 착각 때문일 것이다. 나도 그간 이런저런 스타일을 시도한 채 나만의 스타일은 찾지 못했는데, 이 책을 보니 이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답이 나왔다. 나 자신을 파악하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확히 알아내고, 그것에 맞게 스타일링을 해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한 가지, 바로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스스로 당당하게 나의 스타일을 표현할 때 타인들도 그것을 받아들여 줄 것이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 생각을 하니 벌써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 오리지널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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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 즐거움 - <걷기예찬> 그 후 10년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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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걸어야 할까? 내가 걷는 이유는 단 하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뭐 굳이 시간을 내서 걷자면 그건 운동 효과를 위해서일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같은 이유로 걷는 것 아닐까?

 

이 책은 '걷기예찬'을 담고 있다. 혼자 조용히 걷는 것, 그 행동을 통해 우리는 철저히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 수 있다. 고요한 곳에서 오로지 내 안에 집중하고 나 자신과 대화를 하면 좀 더 깊은 명상에 빠질 수 있고 나를 살펴보는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물론 꼭 조용한 곳을 찾아 걸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간 빨리 걸으며 놓쳤던 것들, 길 위에서 지금까지 그냥 지나쳤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도 말하는데,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느리게' 걷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것은 걷는 것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를 목적으로 두라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흔히 그저 바쁘게 사는 것이 성공의 길이라 생각한다. 특히 도시에서의 걷기란 최대한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일에 불과하다. 마음이 바쁘기에 천천히 걸으며 사색에 잠길 여유도 없다. 그런데 바쁜 중에 잠시 쉬어갈 때가 있다. 본인의 의지라기보단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갑자기 멈춰야만 할 때가 있다. 예전에 있었던 일이다. 손을 써야 하는 직업을 가진 나는 한동안 손을 다쳐 깁스를 해야 했으므로 모든 걸 멈춰야만 했다. 손을 다치고 나니 할 일이 없었다. 한 달이 넘게 집에만 있으려니 죽을 맛이었다. 너무 답답해서 옷을 대충 걸쳐입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집 주변에 공원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지금처럼 아파트들의 산책로가 마련되어있던 때도 아니었다. 그저 큰길이 아닌, 아파트 주변의 골목길, 작은 길들을 아무 생각 없이 걷기 시작했다. 크게 숨을 쉬고, 천천히 걷다 보니 그간 쌓였던 답답한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땐 크게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걸었기 때문에 마음의 안정을 얻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보고 감탄했다. 저자는 어떻게 '걷기'라는 단순한 움직임을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행위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걸으면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 만들어질 것만 같았다. 요즘 '힐링'이라는 단어가 대세이다.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만이 힐링이 아니다. 가까운 곳에 조용히 걸을 수 있는 곳을 찾고 남는 시간을 이용해 잠시 그곳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면 진정한 힐링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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