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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 - 남에겐 친절하고 나에겐 불친절한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우르술라 누버 지음, 손희주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평점 :
가끔 나도 내가 왜 우는지 모를 때가 있다. 여자라면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어려서는 여리고 소심한 성격 탓에 많이 울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때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엄마한테 혼나서라든지, 뛰어가다가 넘어져서 라든지 하는. 그런데 20대를 넘어 30대로 향하는 지금, 난 이 책의 제목처럼 내가 제일 어렵다. 내 마음인데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화가 나고, 또 슬프고 때론 눈물도 나는데 이유를 모른다. 이유 없이 그러는 걸까? 아니다. 이유는 분명 있는데 내가 찾지 못할 뿐이다. 이유도 모른 채 그 스트레스가 나날이 쌓여가다 보니, 이젠 화가 나다 못해 자괴감이 들 정도이다. '난 왜 이럴까, 왜 이것밖에 안 될까, 왜 이렇게 약해 빠진 걸까' 등등. 이런 감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 날 놓아주지 않는 상태가 되면 점점 모든 게 힘들어지고 무기력해진다. 그렇게 되면 결국 우울증에 빠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나를 그렇게까지 몰고 갈 순 없다. 그렇다면, 한때 밝고, 활기찼던 나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p256
"우울증은 검은 옷을 입은 여인과 같습니다. 이 여인이 나타나면 일단 내쫓지 말고 탁자에 앉으라고 권하세요. 그리고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귀울이세요."
위 이야기는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의 조언이다. 우울감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시한 채 밖에서 원인을 찾으려고 하면 악순환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우울할 때 다른 것은 멈춰두고 왜 우울한지에 대해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자신과의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면 내가 왜 우울한지 그 이유가 명확해질 텐데 그 종류는 참 다양할 것이다. 사회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라던가, 인간관계 등등 여러가지다. 그런데 그 모든 원인의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모든 게 나의 탓'이라 여기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다. 누군가와 관계가 틀어져도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성에 관한 문제라면 나의 외모가 더 매력적이지 않아서라고 자기 자신을 비하한다.
얼마 전 여자 넷이 모여 커피를 마시던 중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남자는 거울을 보며 늘 꽤 괜찮아 보인다고 생각하고, 여자는 항상 난 왜 이렇게 못생겼지, 오늘도 별로야 하고 말한다는 이야기다. 모두가 그 말에 공감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거울 앞에 앉아 화장하고 단점부터 찾아내고는 온 신경을 거기에 집중한다. 분명 예쁜 곳이 단 하나는 있을 텐데 기어이 찾아낸 단점들에 어느새 묻혀버린다. 왜 여자들은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할까? 왜 매력 포인트는 무시하고, 단점이 될 수 있는 것만 굳이 찾아내고야 마는 걸까?
여자들 대부분이 이렇게 자기 자신을 부족하다 여기고 하찮은 존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옛말에 '남 탓하지 말라'고 했던가? 그것은 자신의 책임까지도 모든 걸 남의 잘못으로 돌리고 이기적인 태도를 취하면 안 된다는 말이지, 자기 자신을 낮추다 못해 바닥으로 끌어 내리라는 뜻이 아니다. 이 책은 이런 여자의 아픈 심리들을 콕 집어내어 조언해주고 있다. 마음은 슬프고 힘든데 '왜'라는 이유를 찾지 못했을 때에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나부터 자신을 소중히 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남들 또한 나를 하찮은 존재, 무시해도 되는 존재로 생각할 것이다. 지금까지 착한 게 제일이고, 배려심과 겸손함이 미덕인 사회관념에 맞추려다 보니, 정작 자기 자신은 돌보지 않았다면, 다 내려놓고 일단 나부터 챙겨야 한다. 내가 존재해야 나의 세상도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우선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