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즐거움 - <걷기예찬> 그 후 10년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왜 걸어야 할까? 내가 걷는 이유는 단 하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뭐 굳이 시간을 내서 걷자면 그건 운동 효과를 위해서일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같은 이유로 걷는 것 아닐까?

 

이 책은 '걷기예찬'을 담고 있다. 혼자 조용히 걷는 것, 그 행동을 통해 우리는 철저히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 수 있다. 고요한 곳에서 오로지 내 안에 집중하고 나 자신과 대화를 하면 좀 더 깊은 명상에 빠질 수 있고 나를 살펴보는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물론 꼭 조용한 곳을 찾아 걸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간 빨리 걸으며 놓쳤던 것들, 길 위에서 지금까지 그냥 지나쳤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도 말하는데,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느리게' 걷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것은 걷는 것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를 목적으로 두라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흔히 그저 바쁘게 사는 것이 성공의 길이라 생각한다. 특히 도시에서의 걷기란 최대한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일에 불과하다. 마음이 바쁘기에 천천히 걸으며 사색에 잠길 여유도 없다. 그런데 바쁜 중에 잠시 쉬어갈 때가 있다. 본인의 의지라기보단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갑자기 멈춰야만 할 때가 있다. 예전에 있었던 일이다. 손을 써야 하는 직업을 가진 나는 한동안 손을 다쳐 깁스를 해야 했으므로 모든 걸 멈춰야만 했다. 손을 다치고 나니 할 일이 없었다. 한 달이 넘게 집에만 있으려니 죽을 맛이었다. 너무 답답해서 옷을 대충 걸쳐입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집 주변에 공원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지금처럼 아파트들의 산책로가 마련되어있던 때도 아니었다. 그저 큰길이 아닌, 아파트 주변의 골목길, 작은 길들을 아무 생각 없이 걷기 시작했다. 크게 숨을 쉬고, 천천히 걷다 보니 그간 쌓였던 답답한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땐 크게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걸었기 때문에 마음의 안정을 얻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보고 감탄했다. 저자는 어떻게 '걷기'라는 단순한 움직임을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행위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걸으면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 만들어질 것만 같았다. 요즘 '힐링'이라는 단어가 대세이다.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만이 힐링이 아니다. 가까운 곳에 조용히 걸을 수 있는 곳을 찾고 남는 시간을 이용해 잠시 그곳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면 진정한 힐링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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