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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학실록
이성규 지음 / 여운(주)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조선왕조실록은 참 익숙한 데 비해 조선과학실록은 왠지 낯설다. 조선이라는 단어와 과학이라는 단어가 안 어울린달까? 조선왕조실록에서 과학에 관한 이야기만 쏙 뽑아내어 엮은 책이라니 호기심이 생겼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는 학교에서 국사 시간에 배운 게 전부였는데, 뭔가'수박 겉 핥기' 식이랄까, 명칭과 학자이름 외우기에 급급해 그 깊이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는데 모처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 것 같아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총 22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차례를 훑어보니 알고 있던 것들 보다는 모르는 내용이 더 많았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구나 싶었다. 장마다 실록의 부분을 발췌해 적어놓은 부분이 있는데, 이 책의 매력은 실록에 남아있는 기록 몇 줄을 보고 그때의 상황을 상상해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오로라 이야기나 상상 속의 괴수의 이야기는 판타지적 요소까지 담고 있어 그 재미를 더했다.
최근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 영화, 드라마에서도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상상력을 더해 아주 기발한 내용의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도 광해군일기의 한 부분에서 따온 내용을 모티브로 제작되었고,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했던 한 뮤지컬은 이순신이 쓴 난중일기의 찢어진 부분을 소재로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이 작품들이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것은 100%의 허구가 아니라 우리 역사 속에 기록된 진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데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온 단 몇 줄의 기록으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기술이나 과학이 지금처럼 발달한 것도 아닌데 학자들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감탄도 했는데 한편 반성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 역사를 너무 몰랐던 것에 대해 말이다. 요즘 사람들은 '과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을 먼저 떠올릴까? 전기나 전자, 혹은 인터넷의 발명?! 혹은 노벨상을 탄 그 발명가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난 이제 과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조선의 과학,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과거 없이 현재는 없다는 말처럼, 과거 그들의 지혜와 새로운 시도, 노력이 없었다면 현재의 과학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는 어렵고, 머리 아프다고만 생각하는 이들에게 '과학'이라는 재밌는 소재를 통해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