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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디자이너의 흥미로운 물건들
김선미.장민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4월
평점 :
지금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은 무엇일까? 집안을 둘러보았다. 글쎄 수시로 바뀌어 자리잡은 물건들 뿐 오랫동안 내가 아끼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는 물건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그 중에 정이가는 걸 꼽자면 노란색 토끼 핸드폰 케이스, 상큼한 컬러의 꽃무늬 스냅백이다. 이것만으로 짐작해 본다면, 나는 귀엽고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판단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히 정리하려니 뭔가 재미없고 빠진것이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취향이라...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다. 취향이라는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배우고 모방할 필요는 없지만, 이 책은 좀 특별하게 다가왔다. 책 속에는 11인의 디자인 관련 종사자들이 자신이 가장 아끼는 물건을 말해주고, 그것을 좋아하는 이유를 토대로 그들과 취향에 관해 나눈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디자이너들의 취향이라니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취향은 곧 그 사람을 반영한다. 그 사람의 성격도 어느정도 나타내주고, 성향도 엿볼 수 있다. 특히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취향을 나타내는 것에 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보다 더 예민하게 생각할 것이다. 대학교에 다닐때의 일이다. 나 역시 디자인을 전공했고 남들과 같은 것 보다는 나만의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었고 주여주고 싶었다. 책 속에서 박영하 디자이너가 애플의 랩톱을 빨간색으로 도색한것처럼 나 역시 나의 물건은 남과 다른 디자인이길 바랬다. 그래서 기성품에 만족하지 못하고, 카드케이스를 직접 만들었던 적이 있다. 빈티지한 느낌의 원단과 레이스를 결합해 만든 디자인이였는데, 친구들이 그 케이스를 보고 한 말이 나에겐 무엇보다 기분좋은 칭찬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딱 네거다, 딱 네 스타일이야."
디자이너들이 무언가를 만들었을때 대체 무엇을 표현한건지 모르겠다, 이해가 안간다는 말은 매우 절망적인 평가이다. 내가 만든 물건을 보고 예쁘다고 말하는 반응도 매우 기분이 좋겠지만 어쩐지 저 말이 참 기분좋은 칭찬으로 들렸던 이유는, 아마도 나의 디자인 스타일, 나의 취향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된다고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내 취향을 반영한 물건이라 아끼기도 했지만, 그 날 이후로 더 애착이 갔다.
이 책을 보고나니, 취향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취향이라는 것이 단순히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는 것, 그것을 가지는 나만의 만족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과 생각을 반영하는, 나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는 거울같은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 취향이 반영된 물건이 타인과의 소통도 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는 것이다. 취향이라는 두 음절도 이루어진 짧은 단어가 이토록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나조차도 몰랐던 나의 취향에 대해 다시 깊이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