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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여행 -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책을 펼쳤다. 사진이 보인다.
가고 싶다...가고 싶다... 마침 여행이 그리울 때이다. 책 속 사진은 내년에 혹은 내후년에 꼭 가고자 하는 곳, 파리이다. 괜히 혼자 설렌다. 나도 저자가 그랬던 것 처럼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나는 왜 여행을 좋아하는가.
나는 언제부터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분명한 건 십년전엔 절대 아니었다는 것이다. 여행을 진정 좋아하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안의 일이다. 아마도 여행에 대해 큰 의미를 갖게 된 게 몇 년 전, 혼자 여행을 다녀온 이후인 것 같다. 꼭 그곳이어야만 한 것도 아니었고 미리 준비했던 여행도 아니다. 아주 갑자기, 어쩌면 무모하게 '가자' 라는 생각이 떠오른 것 같다.
그저 명확히 기억나는 건, 떠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는 것. 지금이 아니면 어쩌면 영영 용기내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여행을 떠난 계기가 바로 그 것이다. 지금에 와서야 나도 잘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땐 아찔한 실수도 여러 번 했었다. 잊고 있었는데 책을 보다보니 하나하나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p.40
'문제는 내 욕심이었다. ... ... ... ... 좀 쉬어도 됐을 텐데, 좀 천천히 가도 됐을 텐데... '
그 곳에 가면 이건 꼭 해야 해, 했던 것들이 무너지는 순간에 느끼는 허무함, 그때의 실망감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그런데 결국 그런 강박이 여행을 더 망친건 아닐까.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지난 후에 후회했던 순간들이 저자의 글에서도 보였다. 나만 그런건 아니었구나 싶어 조금은 위로받는 느낌?!
일상을 잠시 멈추고 떠나는 게 여행이지만 또 그 안에서 새로운 걸 배우게 된다.
이런게 여행의 묘미라 생각한다. 여행은 지쳤을 때 다시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때론 늘 익숙해 몰랐던 것들의 소중함도 알게 한다. 왜 이제야 여행의 즐거움을 알았을까, 정확히 말하면 이제서야 알기 시작한 것이다. 더 다양한 곳에 가고싶은 마음이 들지만 당장 떠날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어찌나 부럽던지... 다양한 곳, 많은 경험 그리고 저자의 느낌과 그때 느꼈을 마음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조금 늦은 후회이긴 하지만, 지금에 와서 내가 가장 부러운 사람들은 대학교때 배낭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혹은 20대에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 이들이다. -다른 여행도 아니고 굳이 워킹 홀리데이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제 나이가 걸리기 때문에 이제는 가고싶어도 조금 힘들어져버렸다.- 20대에 못가본 게 그렇게 후회가 된다.
여행이 저마다에게 다른 의미가 있듯, 또 한 사람에게도 여행마다의 의미가 다르듯 여행이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이 책의 제목이 그 의미와 딱 맞아떨어진다.
이렇게 남의 여행 이야기들 듣는 것도 직접 여행을 다녀오는 것 만큼이나 재미있게 느껴진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참 '여행같은 책' 이다.
떠나고 싶지만 당장 여건이 안된다면 조금은 낯선 공간에 앉아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잠시라도 그렇게 일상을 탈출해보길.
지친 일상속에 작은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