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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의 과부 1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소설은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십대에 임신을 하고 결혼한 매리언은 남편 테디와 사이가 안 좋을 때 사랑하는 아들 둘을 교통사고로 잃는다. 시간이 흘러도 그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그녀는 남편 일을 돕기 위한 죽은 아들들 또래의 아르바이트생 에디를 만나면서 아들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며 사랑을 대신한다. 그런데 하필 둘의 잠자리 모습을 네 살배기 딸 루스에게 들키고 만다.
그러니까 꽤나 자극적인 셈인데 그렇다고 말초신경이나 자극하려고 작정한 그렇고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어쩌면 인물들과 상황과 사건들이 얽히면서 그들의 심리 묘사가 문장마다 촉촉이 배어나며 깊은 회한과 사랑,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물 흐르는 듯한 묘사들은 작품 속에 몰입을 불러일으키면서 작가의 이야기꾼적인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긴 세월을 두고 사람과 사랑을 쫓아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나가면서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주고받는 애정과 증오는 깊은 상처를 낳고 상처를 어루만질 상대를 그리며 욕망과 갈등 속에서 발버둥 치고 고통스러워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적나라하게 펼쳐놓는다.
즐거운 나의 집을 연상시켜야 마땅할 가정이 사실은 온갖 사랑과 상처의 온상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때는 씁쓰름하고 떫은 맛을 떨치기 어렵다.
아쉽다고 해야 할까 다행이라 해야 할까 존 어빙이라는 작가를 이 작품으로 이제서 처음 만났다. 첫 만남의 감상을 얘기하자면 소설은 무척이나 재미있었고 가치는 재미를 뛰어넘는다고 해야 하겠다.
방대한 길이의 그의 장편 소설을 놓고 늘어놓는 찬사가 그저 허풍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오랜만에 좋은 소설을 만나 기갈 들린 한 독자로서 가뭄에 단비를 맞아 잠시 갈증을 해소하듯 즐기며 소설을 쉼 없이 읽었다.
그리고 나는 ‘존 어빙’이라는 작가와 『일년동안의 과부』라는 이 한 권의 소설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 같다.
이야기가 가진 묘미와 매력이 위력적으로 표출되어 마치 분화구 안에서 꿈틀대는 붉은 열기과 불기둥의 분출을 꿈꾸는, 내재된 욕망을 함께 흡수하는 것 같아 포만감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