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조작의 비밀 - 어떻게 마음을 지배하고 행동을 설계하는가
오카다 다카시 지음, 황선종 옮김 / 어크로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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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조작의 비밀

어떻게 마음을 지배하고 행동을 설계하는가

/ 오카다 다카시 지음 황선종 옮김 / 어크로스

 

사이비종교에 빠진 사람들과 그 속에서의 비인권적 착취 등으로 뉴스화되고 고발 다큐 프로그램으로 만나는 일은 드문 일은 아니다. 나는 그런 내용을 볼 때마다 우습고 두렵다.

항상 왜에?’ 하는 의문이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기에 우습다정도로 이해불가를 대치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보여주는 광폭한 모습은, 또 그들이 그 많은 사람들을 옴짝달짝 못하게 만들고 군림하면서 지배하는 양상을 보면 종교적 문제로 다루기 이전에 인간의 악한 모습을, 또 약한 모습의 민낯을 목도하는 일이라 몸서리쳐진다.

그렇다. 인간의 간악한 모습을, 또 인간이 끝없이 작고 작아지는 순간의 모두를 동시에 담고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심리조작의 비밀에 대해 나는 쉽게 이끌렸다.

대체 누가 누구를 어떻게 심리조작을 하며, 당한다는 말인가? 제목 하나만으로 내 안에서 질문은 스르륵~줄을 지어 흘러나왔다.

내용이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쉽지 않을 주제를 저자는 힘을 주지 않고 터벅터벅 걸어 종착지까지 안내하고 있다. 그래서 책 한 권을 읽을 때 잘근잘근 씹듯이 글자를 읽어대느라 느리기선수인 나같은 사람도 의외로 후루룩~읽는데 어렵지가 않았다.

물론 내가 초반에 궁금해했던 종교 관련한 내용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심리조작이 활용(?)되는 분야라면 어디서든 벌어지는 일임을 책의 몇 장을 넘기지 않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활용 분야가 다르더라도 방법 내지 매커니즘에 있어서는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의외였다.

이미 일본 내에서 오옴진리교 사건을 사회적으로 경험하여 컬트 종교로 명칭하여 다루고 있었지만 세계에서 벌어지는 포로 고문 방법으로 사용되는 내용도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인간도 참 취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구나 싶어 물리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때는, 무력해지는 느낌도 숨길 수 없었다. 인간이 인간을 대상으로 이렇게까지 주도면밀하게 시도하는 속성 앞에, 인간이란 종은 참 대단하다시퍼 감탄을 얹어 냉소적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자의 언급에도 있다시피 일본의 문예춘추에 실었던 내용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대중을 향한 전달력이 떨어지지 않아 읽는데 어렵지 않다. 어쩌면 이 또한 저자의 힘일 것이다.(난 저자의 책을 처음 읽었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책의 장점으로 번역을 꼽고 싶다. 물론 중간에 전문용어가 다소 어색한 부분도 보이지만(원서에서 그렇게 표현하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장의 흐름이 일본어 특유의 어투가 보이지 않아 좋았다. 하다못해 일본소설을 한권 읽더라도 그 거슬리는 일본어적인 문장 구성이나 표현이 이 도서에서는 눈에 띄지 않아 보는 내내 어색하지 않았다.

 

끝으로 인상 깊은 몇 구절을 옮겨본다면....

 

관계 회복과 더불어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다. (p289)

 

심리 조작 문제는 결국 자립과 의존의 문제로 귀결된다. 얼마나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p291)

 

모두가 마음의 문제를 살펴볼 수 없는 지금 이런 상황이기에 더욱 심리조작이라는 주제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거대한 형태로 심리 조작이 일어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었을 때다. (p294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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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출문제로 풀어가는 임상심리사 2급 실기 기출문제로 풀어가는 임상심리사 2급
김도연 지음 / 학지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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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 실기준비로 항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김도연교수님의 자세한 강의를 듣고 준비하고 싶네요. 점점 어려워지는 시험이기에 더욱 준비를 잘 해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습니다. 좋은 교재, 좋은 강의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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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가라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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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미스터리 장르로 접근한 것 같다. 아마도.

난 한강의 문장 줄기를 더듬어 나아가는데 급급했다.

그런데도 자그만치 책의 중간까지 문장안에서 갇혀 헤매고 있었다.

어디에서 어떤 부분으로 난 어떤 미스터리를 짐작 해야 하지?

 

유감스럽지만 다른 한강의 작품에 비해 더욱 막연했다.

그러나 한강 특유의 촉, 감성은 실로 놀랍다.

그는 평생 난치병을 앓고 있는 남자, 특히 활동은 최대한 자제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남자의 삶을 어떻게 상상하고 짐작했던 것일까?

그 그림자마저 아프게 한다.

그를 많이 다루지 않았지만 그의 주변인의 이야기는 바퀴의 축으로 같이 굴러간다.

 

읽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던,

내용의 실체에 다가갈 때는 난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난 한강의 작품을 찾을 것이다.

짧은 문장이 초성, 중성, 종성으로 글자들이 쪼개져 둥둥 떠 있는 착각이 생길지라도

글자에 박힌 아픔을 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난 그런 면에서 한강의 작품이 좋다. 그리고 한강이 좋다.

아픔을 은연중에 제대로 그려내는 작가, 제대로 상상할 줄 아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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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 - 안데르센 동화집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5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양미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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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어 만나는 안데르센의 동화세계....

어릴 적 내가 접한 동화는 다양성에 있어서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가운데에 유독 안데르센 동화나 그림 동화는 빈약한 동화 세계를 단비처럼 적혀주었고 지금껏 나의 척박한 어린 날의 지형에 우뚝 서서 등대처럼 상상의 나래를 이끌고 비춰 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푸르른 어린 날의 기억은 아름다움만을 품고 키워왔던 거 같다.
‘인어공주’의 욕망보다는 마지막 물거품이 주는 허무에 의미조차 이해가 부족한 속에서도 하염없이 슬퍼했으며, ‘성냥팔이 소녀’가 놓인 사회적 위치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턱이 없으면서도 그저 성냥을 켜서 그 속에 상상을 불어 넣는 소녀의 능력이 아름답다 여겼다.

왜 내가 처음 접한 동화 ‘백설공주’는 계모라는 존재와의 갈등에서 피해자로 전락해 목숨의 위협까지 받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지켜보면서 뜻 모를 공포에 떨어야 했는지......, 계모에 대한 이미지 구축은 동화 한두 편이 기여(?)한 것은 아니다.
신데렐라는 어떤가? 마지막 유리구두로 상징되는 왕자님과의 만남에서 신분상승이라는 반대급부가 주워졌으니 망정이지 계모와 새언니들의 핍박은 가히 대단한 학대의 표본이다. 거기다 ‘백조왕자’를 보면 이 사실들은 변함없이 세뇌에 가깝게 강조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궁금한 것은 계모들이 이렇게 난동(?)을 부리고 있는 동안 아버지들은 대체 무슨 생각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하는 점이다.
많은 동화 속에서 생물학적 아버지는 존재하되, 사회적인 역할로서 존재는 너무도 희미하다. 자식의 고통에도 이해는커녕 방관자로 물러서 있는 아버지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갈등 구조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 희생된 거라면 분명 난 이 어처구니없는 아버지들을 꼽고 싶다. 동시에 이율배반적인 모습으로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여성들의 강인한 힘이다.

안데르센. 그에게 그를 둘러싼 여성들은 대체 어떤 존재였던 것일까?
그가 피부로 느끼는 여성은 얼마나 가녀리고, 허공을 떠도는 물거품처럼 약한지, 허상을 비추는 성냥불에나 의지하는 동시에 눈의 여왕처럼 무지막지한 절대 권력의 차가운 존재이며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할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이지만 이런 성격의 존재들의 대척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인물들 또한 여자들이다.

그것도 약하고 착한 여자들.
눈의 여왕에게 납치되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파악조차 못하는 카이를 구하고자 하는 게르다. 오빠들은 속수무책으로 마법에 걸려 백조가 되었지만 그것을 풀고자 가시밭길을 걷는 소녀 엘리자.

그런가하면 안데르센 동화의 인물들은 참 슬프다.
약하고 무력하기 때문이다.
‘장난감 병정’이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나이팅게일’이 내몰릴 때 할 수 있는 일은 멀리 날아가는 것 밖에 없었다. 기다리고 노래하는 일.

뿐인가? 인어공주의 이야기는 가져서는 안되는 것을 탐한 죄에서 시작된다.
행복도 자기 스스로 만족하는 속에서 얻는다는 사실을 알게 하기 위해 그저 ‘오즈의 마법사’에서처럼 태풍에 휩싸여 머나먼 무지개 너머 세상을 꿈꾸는 도로시에게 잠시의 모험으로서 교훈을 안겨주는 애교(?)정도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 볼 수 없다.
원하거든 철저히 일대일 거래를 해야 한다.
그리고 철저히 부서지고 만다.
물론 난 인어공주의 욕망에 무조건 한 표를 던져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름다운 바다를 저버리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한번밖에 본 적 없는 왕자에게 첫눈에 반해서 모든 걸 내건다. 하긴 그것이 어디 왕자만을 이야기하는 것이겠는가? 왕자라는 표상 뒤에 숨은 자신이 갖지 못한 또 다른 조건들일 것이다.
물 속에 사는 인어에게 지느러미나 꼬리 대신 웬 다리에 대한 꿈이란 말인가?
푸른 바다보다 산과들을 꿈꾸고 300년 정도는 산다는 생명의 길이보다 인간만이 가졌다는 영원한 영혼이라니.
그러나 이런 욕망이 비극인 것은 이성적 판단의 소산물이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저렇게 접고 지우고 포기하고 잘라내서 현재의 자신에게 만족하는 지혜란 경전에나 있는 얘기라는 사실이 나의 인간됨이 갖는 또 다른 비극의 단면임을 어찌하랴.
내가 인어공주의 허황된 꿈에 질린다지만 내가 가진 또 다른 꿈은 때로는 인어공주 못지 않다는 걸 어찌 숨길 수 있겠는가? 그저 도로시처럼 한 순간의 꿈으로 끝나기를 바랄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안데르센 동화집 『눈의 여왕』을 읽고 감상 대신 투덜거리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어린 날의 감상을 끄집어 내면서 어린 나를 만나고 순간 순간 향수에 젖곤 했다. 그 때는 미처 몰랐다고 못은 박지만 왜 그 때 이런 저런 날카로운 면도날의 난도질이 필요했겠는가? 작고 예쁜 감상이 어린 나의 작은 세상에 더 어울리는 모습이라는 걸 왜 모르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모처럼 성인이 되어 읽은 안데르센 동화집은 뜻 깊은 시간의 선물이었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난 첫 장을 넘기며 눈의 여왕을 읽을 때 서늘한 궁금증과 슬픔이 밀려왔다. 왜 눈의 여왕은 남자 아이 카이를 납치한 것일까? 그녀에게 카이는 어떤 존재일까?
다른 것은 몰라도 그녀 역시 외로웠을 거라는 짐작만 안은 채......
화려한 삽화가 그려진 작은 책의 한 장 한 장을 조심스레 넘기며 읽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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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의 과부 1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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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십대에 임신을 하고 결혼한 매리언은 남편 테디와 사이가 안 좋을 때 사랑하는 아들 둘을 교통사고로 잃는다. 시간이 흘러도 그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그녀는 남편 일을 돕기 위한 죽은 아들들 또래의 아르바이트생 에디를 만나면서 아들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며 사랑을 대신한다. 그런데 하필 둘의 잠자리 모습을 네 살배기 딸 루스에게 들키고 만다.

 

그러니까 꽤나 자극적인 셈인데 그렇다고 말초신경이나 자극하려고 작정한 그렇고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어쩌면 인물들과 상황과 사건들이 얽히면서 그들의 심리 묘사가 문장마다 촉촉이 배어나며 깊은 회한과 사랑,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물 흐르는 듯한 묘사들은 작품 속에 몰입을 불러일으키면서 작가의 이야기꾼적인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긴 세월을 두고 사람과 사랑을 쫓아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나가면서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주고받는 애정과 증오는 깊은 상처를 낳고 상처를 어루만질 상대를 그리며 욕망과 갈등 속에서 발버둥 치고 고통스러워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적나라하게 펼쳐놓는다.

 

즐거운 나의 집을 연상시켜야 마땅할 가정이 사실은 온갖 사랑과 상처의 온상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때는 씁쓰름하고 떫은 맛을 떨치기 어렵다.

 

아쉽다고 해야 할까 다행이라 해야 할까 존 어빙이라는 작가를 이 작품으로 이제서 처음 만났다. 첫 만남의 감상을 얘기하자면 소설은 무척이나 재미있었고 가치는 재미를 뛰어넘는다고 해야 하겠다.

방대한 길이의 그의 장편 소설을 놓고 늘어놓는 찬사가 그저 허풍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오랜만에 좋은 소설을 만나 기갈 들린 한 독자로서 가뭄에 단비를 맞아 잠시 갈증을 해소하듯 즐기며 소설을 쉼 없이 읽었다.

그리고 나는 ‘존 어빙’이라는 작가와 『일년동안의 과부』라는 이 한 권의 소설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 같다.

이야기가 가진 묘미와 매력이 위력적으로 표출되어 마치 분화구 안에서 꿈틀대는 붉은 열기과 불기둥의 분출을 꿈꾸는, 내재된 욕망을 함께 흡수하는 것 같아 포만감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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