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이발관 - 5집 가장 보통의 존재 [재발매]
언니네 이발관 노래 / 블루보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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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을 겪고 나서 초연해진 다음에 문득 마음이 자랐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상실감, 분노, 이별의 슬픔 등을 경험한 다음에 심적으로 어른이 되어 가며 단단해지는 현현(epiphany)의 순간을 맞이한다고 한다. 언니네 이발관 5집에 담긴 노래들은 나에게 그렇게 마음의 키가 자라야만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스스로가 남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이 세상 속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자각에서부터, 붙잡고 싶지만 놓아줄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것들과의 이별의 순간까지, 마침내 가장 보통의 존재라도 되고 싶다며 세상의 틀에 맞지 않는 내 모습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그런 모습으로 하루가, 한 달이, 계절이, 일 년이, 나의 삶이 흘러가고 있으며, 그 모습을 긍정할 수 있다는 홀가분함 까지.

 

 

언제부턴가 젊은 청춘들에게 힐링이라는 포장지로 손을 내미는 수많은 책과 자기계발서들이 서점에서 가장 시선을 많이 받는 진열대를 차지하며 모르는 이들에게 악수를 청하는 풍경이 익숙해졌다. 물론 그런 것들이 줄 수 있는 순간의 위안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위로받아도 그들을 힘들게 하는 현실이, 혹은 자신의 틀이 바뀌지 않는다면 치료는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청춘들의 쓰린 상처가 밖으로부터 나왔다면 과감히 저항하라는 메시지를, 자신으로부터 나왔다면 그런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볼 수 있는 거울을 주는 것이 정말로 상처를 치료하는것은 아닐까. 이 앨범이 주는 울림은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울림 속에서 항상 나를 비추어보게 되는 거울 같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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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스웨덴어 완전 첫걸음 (책 + MP3 CD 1장) 국가대표 외국어 완전 첫걸음 10
안요한.엔 베르겐 외 지음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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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으로 스웨덴어를 배우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지만 처음 스웨덴어를 접하는 분들에게는 권할만한 책입니다. MP3 녹음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른 기본서와 함께 보시면 좋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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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한국의 사회과학 개념 형성사 서남동양학술총서 32
하영선 외 지음 / 창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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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젤렉의 개념사 시리즈 몇 권을 읽고 든 생각은, 코젤렉의 개념사 시리즈가 매우 훌륭한 저작임은 틀림없지만, 한국적 맥락에 충실한 이와 같은 시도에 대해 읽어보는 것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똑같은 '개인' '민족' '평화'라는 개념이라도 한, , 일에서 서로 다르게 수용되었고, 그러한 개념이 독특하게 수용된 맥락에 현대의 한국 사회과학은 물론 일반적인 용례를 만들어 나가는 데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다행이도 이 책을 찾아 읽게 되니 평소에 별 것 아니라고 넘겼던 개념들이 매우 치열하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 전파되고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 중 한명인 하영선 교수의 말대로, 지금까지 서양 사회과학 중심의 공부를 해 온 사람들과 동양 전통에 능통한 사람들 사이에 있던 간극이 이러한 시도가 더 먼저 이루어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였고, 이러한 간극은 현재 한국의 대학 커리큘럼은 물론 일반인들의 상식과 독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이지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받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힘을 기르기는커녕 언뜻 보기에도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와 같은 현실을 외면하고 무언가 잘 정돈되어 있고 빨리 하나라도 더 건져야 할 것 같은외부로 시선을 돌려버리기 십상입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외국에서 유행하는 개념을 수입해오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 사회과학계와 인문학계에 많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이 연구방법론이나 연구 기법의 차원이라면 빨리 전파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더 이상 전문적인 배경지식 없이는(모순형용에 가깝습니다만) 이해하지도 못할 단어들을 줄줄 나열하면서 대단한 지적 발견을 한 것처럼 글을 쓰는 사람들이 더 주목받고, 이름값을 하는 세상에서 왜 한국인들은 시스템에 기반한 정치보다 인물 중심의 정치(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지’, ‘한국에서의 민족주의는 어떻게 자리매김하였으며, 현재 어떤 맥락에서 사람들을 움직이고 있는지와 같은 좀 더 일상적이지만 답을 찾아내야 마땅한 질문들을 진지하게 다루려는 이들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비록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시기가 21세기가 아닌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이라고 할지라도 충분히 현재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사회과학이 근대(현대) 사회의 자기 이해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누구라도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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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간다 시대의 설득전략
안토니 R. 프랫카니스 지음, 윤선길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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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 선동 그리고 프로파간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세계 1, 2차 대전때의 전쟁 동원, 히틀러의 나치 정권, 공산주의 국가들의 프로파간다와 세뇌 등을 떠올린다. 물론 이러한 역사적 행위들이 설득커뮤니케이션을 커뮤니케이션학 연구분과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1세기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선동과 선전, 프로파간다의 홍수는 메마르지 않았다. 오히려 뉴미디어와 인터넷의 보편화 속에서 날로 확대될 뿐이다. 20세기 전반기의 가장 핵심적인 프로파간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었다면, 2차 세계대전 후에는 더욱 정교하고 교모한 형태로 '경제적' 이윤을 얻기 위한 프로파간다가 융성하였다. 때문에 광고의 홍수를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그 역시 프로파간다의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현대 사회에 살아간다면 이 책에 나온 각종 프로파간다와 설득의 기술, 원리를 이해하고 자신이 또 다른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적절히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할 경우, 이들을 제도적, 법적으로 규제하자는 결정에 참여하고, 타당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설득의 기술이 파편적으로 자기계발서에 실린 것과 달리 이 책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키케로 이후로 내려오는 아테크노이(스타티스)-로고스-에토스-파토스의 틀(사전 설득, 메시지, 정보원의 품성, 청중의 감정으로 해석될 수 있는) 안에서 체계적으로 각종 설득 기술들을 설명하며, 책의 후반부에는 설득과 프로파간다의 구분 및 일상생활에서 직접 마주하게 되었을 때의 대처법, 설득의 윤리적 측면에 대한 고려가 일목요연하게 서술되어 있다. 대학 학부 수준의 설득커뮤니케이션 수업을 들어봤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이 책은 기존의 교과서가 결여하고 있는 풍부한 사례와 실제로 사용되었던 맥락에 대한 훌륭한 부교재 혹은 제 2의 교재가 될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필자의 경우도 수업시간 참고도서 목록 중에서 읽게 되었지만, 최소한 설득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참고도서 목록으로 제공되지 않더라도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평도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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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존 그레이 지음, 김용직.서명구 옮김 / 성신여자대학교출판부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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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이 책은 b2b21 지성의 근본주의 시리즈에서 출간이 예정되었던 도서 목록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성신여대출판부에서 번역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b2b21 시리즈들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가 자유주의자로서 핵심적인 논점들을 잘 정리해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가 상당히 다양한 사상적 조류와 분파를 포함하는 의미로 쓰이는 이상, 책의 논의가 현재 '자유주의'의 이름표를 달고 있는 여러 사상들을 충분히 개괄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저자가 자신의 입장에 어느 정도 충실하게 내용을 전개했기 때문에 그가 '수정주의적 자유주의'라고 부른 적극적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주의의 입장에 대해 어느 정도 비판적일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케인스주의적 합의' 하에 미국에서 'liberal'로 불리는 '진보적 자유주의' 혹은 '자유주의 좌파'라고 불릴만한 사람들의 논의가 오늘날 현실 정치, 사회 담론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쩌면 역자들이 뉴라이트 운동을 하는 와중에 자유주의의 참된 모습을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위해서 이 책의 번역에 착수했다는 역자 서문에서 이미 책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자유주의에 대한 좀 더 폭 넓은 이해를 위해서는 다른 개론서들도 더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이 책의 내용과 비교해봐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보수주의, 사회주의와 자유주의를 '근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라는 키워드로 정확하게 비교하는(물론 저자의 보수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고 필자가 보기에도 허술한 점이 있지만) 지점은 흥미로우며 독자들이 위의 세 가지 근본적인 근대 정치 사상을 비교하는 데 큰 도움을 줌을 강조하고 싶다. 때문에 어느 정도의 아쉬움을 감소할 수 있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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