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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존 그레이 지음, 김용직.서명구 옮김 / 성신여자대학교출판부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원래 이 책은 b2b21 지성의 근본주의 시리즈에서 출간이 예정되었던 도서 목록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성신여대출판부에서 번역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b2b21 시리즈들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가 자유주의자로서 핵심적인 논점들을 잘 정리해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가 상당히 다양한 사상적 조류와 분파를 포함하는 의미로 쓰이는 이상, 책의 논의가 현재 '자유주의'의 이름표를 달고 있는 여러 사상들을 충분히 개괄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저자가 자신의 입장에 어느 정도 충실하게 내용을 전개했기 때문에 그가 '수정주의적 자유주의'라고 부른 적극적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주의의 입장에 대해 어느 정도 비판적일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케인스주의적 합의' 하에 미국에서 'liberal'로 불리는 '진보적 자유주의' 혹은 '자유주의 좌파'라고 불릴만한 사람들의 논의가 오늘날 현실 정치, 사회 담론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쩌면 역자들이 뉴라이트 운동을 하는 와중에 자유주의의 참된 모습을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위해서 이 책의 번역에 착수했다는 역자 서문에서 이미 책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자유주의에 대한 좀 더 폭 넓은 이해를 위해서는 다른 개론서들도 더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이 책의 내용과 비교해봐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보수주의, 사회주의와 자유주의를 '근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라는 키워드로 정확하게 비교하는(물론 저자의 보수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고 필자가 보기에도 허술한 점이 있지만) 지점은 흥미로우며 독자들이 위의 세 가지 근본적인 근대 정치 사상을 비교하는 데 큰 도움을 줌을 강조하고 싶다. 때문에 어느 정도의 아쉬움을 감소할 수 있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