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한국의 사회과학 개념 형성사 서남동양학술총서 32
하영선 외 지음 / 창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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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젤렉의 개념사 시리즈 몇 권을 읽고 든 생각은, 코젤렉의 개념사 시리즈가 매우 훌륭한 저작임은 틀림없지만, 한국적 맥락에 충실한 이와 같은 시도에 대해 읽어보는 것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똑같은 '개인' '민족' '평화'라는 개념이라도 한, , 일에서 서로 다르게 수용되었고, 그러한 개념이 독특하게 수용된 맥락에 현대의 한국 사회과학은 물론 일반적인 용례를 만들어 나가는 데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다행이도 이 책을 찾아 읽게 되니 평소에 별 것 아니라고 넘겼던 개념들이 매우 치열하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 전파되고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 중 한명인 하영선 교수의 말대로, 지금까지 서양 사회과학 중심의 공부를 해 온 사람들과 동양 전통에 능통한 사람들 사이에 있던 간극이 이러한 시도가 더 먼저 이루어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였고, 이러한 간극은 현재 한국의 대학 커리큘럼은 물론 일반인들의 상식과 독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이지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받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힘을 기르기는커녕 언뜻 보기에도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와 같은 현실을 외면하고 무언가 잘 정돈되어 있고 빨리 하나라도 더 건져야 할 것 같은외부로 시선을 돌려버리기 십상입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외국에서 유행하는 개념을 수입해오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 사회과학계와 인문학계에 많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이 연구방법론이나 연구 기법의 차원이라면 빨리 전파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더 이상 전문적인 배경지식 없이는(모순형용에 가깝습니다만) 이해하지도 못할 단어들을 줄줄 나열하면서 대단한 지적 발견을 한 것처럼 글을 쓰는 사람들이 더 주목받고, 이름값을 하는 세상에서 왜 한국인들은 시스템에 기반한 정치보다 인물 중심의 정치(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지’, ‘한국에서의 민족주의는 어떻게 자리매김하였으며, 현재 어떤 맥락에서 사람들을 움직이고 있는지와 같은 좀 더 일상적이지만 답을 찾아내야 마땅한 질문들을 진지하게 다루려는 이들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비록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시기가 21세기가 아닌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이라고 할지라도 충분히 현재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사회과학이 근대(현대) 사회의 자기 이해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누구라도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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