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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
서정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11월
평점 :
<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를 쓴 서정욱 작가는 갤러리 대표이자 대중을 위한 다양한 미술 저작 활동과 ‘미술토크’도 운영하는 배테랑 답게, 거두절미 표현해버려서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그림을 많이 그린 것으로 유명한 화가인 프리다 칼로에 대한 접근이 매우 따뜻하고 섬세한 느낌을 받게 한다.
프리다 칼로는 독일인 아버지와 멕시코 어머니 사이에서 넷째로 태어나, 사진가였던 아버지의 후원과 지지를 많이 받았으며, 멕시코 고대문명의 맥을 이어받은 듯한 영감을 드러내는 그림을 색과 이미지로 매우 뚜렷하게 나타내었다.
그녀의 생을 완전히 갈라놓고 일생을 내내 고통으로 휘어잡은 두 가지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18세에 일어난 대형 교통사고로 몸이 쇠파이프에 관통되어 평생을 30번 이상 수술을 받는 지경에 이른 것과, 또 하나는 정신적 고통으로 바람둥이 벽화 화가인 남편 디에고 리베라가 자신의 바로 밑 동생을 모델로 쓰면서 그런 관계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남편과는 별거와 재혼을 오가며, 여러 명의 여자를 거칠 수 밖에 없는 천성을 이해하며 끝까지 유별난 사랑을 지켜간다. 물론 프리다 칼로도 우리가 아는 공산 혁명가 트로츠키의 애인이 되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을 거치기도 하면서 여자와도 사랑 행각을 벌이는 특이하고 험난한 삶을 살아갔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 소재 대부분은 고통입니다. 그녀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거나 극복하려는 과정이죠. 어쩌면 그녀가 말했던 2개의 사고가, 화가 프리다 칼로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서정욱 작가)
작가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바로 이런 복잡한 고통의 극복을 위한 자기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로의 결과물이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도 위안을 받을 것이라고는 했지만, 그녀의 그림은 실로 극단적 사실주의처럼 시트에 피가 흥건(마돈나가 극찬한 <나의 탄생>)하고, 신문에 난 칼에 찔린 사건(<작은 칼자국 몇 개>)을 그려내고, 자살로 마무리된 배우의 모습(<도로시 헤일의 자살>)을 그려내고 자신의 아이 유산 후의 낙망(<헨리포드 병원>)을 극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수많은 자화상을 그리면서 초현실적인 느낌을 보여주기도 하면서도 핏줄이나 핏방울, 피흘리는 심장 자체 등을 가림없이 드러내는 등 일반인으로서는 기괴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프리다 칼로는 인간의 본성이나, 원초적인 모습들을 작품에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감추어야 할까 말까 고민되는 이야기들을 먼저 꺼내놓기 부담스러운데, 프리다 칼로의 그림에는 그런 것들이 거침없이 표현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의 작품을 보며 일종의 쾌감을 느낍니다. 그녀의 작품은 대부분 징그럽고, 무섭고, 끔찍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의 호응은 열광적입니다. 탄탄한 마니아층이 존재하는 것이죠."(서정욱 작가)
이 책에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 60점을 원색대로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볼 수 있다. 프리다 칼로가 이처럼 많은 자화상을 그렸다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 남편 디에고가 좋아한다고 코밑 입술 위의 수염 자국 같은 털을 여과 없이 그린 것도 특별하고, 그림마다 표를 만들어 설명글을 남기는데, 남편도 익히 알고 우상이기도 한 연인 트로츠키에게 ‘나의 모든 사랑을 담아 레온 트로츠키에게 이 그림을 바칩니다’라는 글을 써넣고 최대한 젊고 예쁘게 그린 자화상을 주는 그런 과감성을 뛰어넘는 과도함도 놀라울 정도이다.
멕시코 전통사상에서 나타나는 죽음과 삶의 동시성을 그림에서 표현하며, 아즈텍 시대에 산사람을 태양에 제물로 바치는 풍습대로 자신을 피가 흐르는 채로 수술대 위에 두고, 절벽과 해, 달 등을 반씩 나눠 그리고, 우주와 대지의 여신 등을 통해 재생과 부활의 불꽃을 그리면서 고통 없는 미래를 꿈꾼 화가였다는 것을 알게 되니, 기괴한 그림들에 대한 속 시원한 풀이를 통해 작가나 화가나 그들의 삶을 모르고서는 그 작품을 제대로 알 수 없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자신의 눈썹을 짱구 눈썹처럼 이어붙여 인상적으로 그린, 감사의 마음을 담아 기증용으로 그린 자화상마저도 피흘리는 그림을 그려서 보낸, 멕시코의 직설적이고 독창적인 화가 프리다 칼로.
마침내 그녀의 그림을 알게 되니 삶이란 고통 속에서 생생한 것인가, 삶은 죽음과 묶여 늘 생생 현현한 것임을 알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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