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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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모방과 감추어진 진실

 

애거서 크리스티 같은 유명작가의 범죄소설의 살해방식을 모방해서 살인사건을 저지른다는 내용의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은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다.

 

미 보스턴 지역에서 주인공 맬컴이 운영하는 서점의 블로그에 올린 책 리스트대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5년 전 사랑하는 아내 클레어를 자동차 사고로 잃은 맬컴 커쇼 앞에 눈 내리는 어느 날, 그웬 멀비라는 여성 FBI 요원이 최근 일어난 살인사건에 맬컴이 연루된 것은 아닐까 또는 기타 살인사건 관련한 정보를 얻으려고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맬컴은 손님과 짧은 대화를 즐기며 책을 판매하는, 독서를 천직보다 더 사랑하는 평범한 인물이다. 현재 운영하는 올드데블스라는 서점 홍보용 블로그에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란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 리스트를 따라 누군가 살인을 저지르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8권의 책은,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실종 처리되어 실종된 동생이 형을 죽인듯해 보이나 실은 모두 한 사람에 의해 죽은 <붉은 저택의 비밀>, 일부러 모르핀을 중독시켜 아내를 독살한다는 시골의사가 나오는 <살의>, 이름자가 연관된 사람이 연속적으로 계획적으로 죽는 <ABC 살인사건>, 선로 사고사로 위장했으나 사실은 다른 곳에서 시신이 옮겨진 <이중 배상>, 서로 원하는 상대를 대신 살해해주기로 약속살인을 저지르는 <열차 안의 낯선 자들>, 말 그대로 익사사고를 가장한 <익사자>, 자연사인 심장마비로 가장한 <죽음의 덫>, 매번 같은 곳을 등산하던 사람을 위험한 곳에서 계획적으로 밀어 사고사로 가장한 <비밀의 계절>이다.

 

이 책들은 곳곳에서 그 주요 내용이 소개되면서 책 속의 등장인물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읽혀진다. 책 내용과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머리가 곤두서는듯한 공포감이 조성된다.

 

이야기는 서점 경영인답게 서점 인수과정과, 책과 연관된 주변인으로 서점 동업자 조 브라이언과 부인 테스, 두 직원 에밀리와 브랜든, 서점의 책 낭독회 등을 통해 알게 된 지인 마티 킹십과 팬사인회 저자, 단골손님, 비호감 손님, 고양이 네로 등이 등장한다.

 

오로지 책만 읽으며, 친구는 없고 술을 너무 마시는 아버지와 오직 참기만 하던 어머니 사이에서 외로운 소년으로 자란 주인공 멜컴에게 아내 클레어는 처음부터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지만 멜컴에게는 첫눈에 반한 여성이었다.

중학생 시절 성추행을 당한 탓인지, 이성 관계가 복잡하고, 마약까지 한 부인 클레어는 결국 자동차사고 추락사로 사망하는데, 나중에 밝혀진 범인은 평범한 주인공 멜컴이었다. 연이어 부인을 성추행한 상대를 <비밀의 계절>을 모방하여 살해하고, 불륜과 마약을 부추긴 또 다른 상대까지 <열차 안의 낯선자들>을 모방한 교차살인으로 살해한 다음에도 평범한 서점주인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이야기는 복잡하게 얽혀, 결국 교차살인을 한 반대편 인물인 전직 경찰출신의 마티가 결국 그교차살인으로 미치광이로 변해 추가 살인을 저지르고 멜컴과 대면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두다 마티는 맬컴에 의해 죽고, 마지막 소설 <익사자>를 모방한 자살로 마무리된다. 주인공의 성격대로 세밀하고 조용하게 진행되던 이야기는 마지막에서 급격하게 종결된다.

 

우리는 누구에게서도 결코 완전한 진실을 얻을 수 없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만나 말을 나누기 전에도 이미 거짓과 절반의 진실이 존재한다. 우리가 입은 옷은 진실을 가리지만, 또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다. 옷은 직조이자 날조다라고 주인공을 통해 말하는 저자의 메시지가 묵직하다.

 

겉으로 드러난 절반의 모방과 함께 완벽하게 감추어진 나머지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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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크 머리를 한 여자
스티븐 그레이엄 존스 지음, 이지민 옮김 / 혜움이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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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사는 여자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아무리 죽여도 머리가 뒤틀린 채 살아남는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

블랙피트족(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으로 자전적인 북아메리카 원주민 이야기와 호러 소설을 주로 써온 스티븐 그레이엄 존스Stephen Graham Jones 의 <엘크 머리를 한 여자>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특별한 작품이다.

인디언 리키 보스 립스는 인디언 자치 지구에서 도망을 치다 살해당하는데, 위기의 순간에 그를 기다리며 가로막고 서 있는 건 엘크 무리였다.

또다른 인디언 루이스는 백인 여성 페타와 결혼해서 10년째 결혼 생활을 해오고 있었는데, 살고 있는 집에서 10년 전에 사냥했던 엘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후에 기르던 개 할리가 처참한 모습으로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루이스는 10년 전 친구 게이브, 리키, 캐스와 함께 인디언 자치구 내의 연장자 전용 사냥 구역에 몰래 들어가서 엘크 사냥을 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루이스가 쏜 소총에 맞은 어린 앨크는 등뼈가 부러진데다 머리의 절반이 날아가 버렸는데도 루이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어린 앨크는 임신한 상태로 태아 상태였던 새끼 앨크를 보호하려고 끝까지 저항했던 것이다. 결국 루이스는 원주민 출신 동료 셰이니를 살해하고 아내 페타마저 죽고 나서 경찰이 쏜 총에 살해당한다.

결국 남은 두 친구 게이브와 캐스도 죽음을 맞이하고, 앨크 머리를 한 여자는 게이브의 딸 데노라를 겨냥한다.

"우리 아빠요? 왜죠? 아빠가 뭘 어쨌는데요? 아빠는 당신을 알지조차 못한다고요."

"우리는 10년 전에 만났단다. 네 아빠는 총을 갖고 있었지. 나는 없었고."

"아빠는......, 아빠는 안 그랬."

"그래서는 안 되었지. 하지만 그랬단다."

"그냥, 그냥 저를 보내주면 안 돼요? 이건 당신과 아빠 사이의 문제예요, 안 그래요? 왜 저까지 끌어들이려고 하는 거죠?"

"너는 네 아빠의 새끼이기 때문이지."

쫓고 쫓기던 데노라와 엘크 머리를 한 여자는 드디어 마지막 장소에 도착한다.

"뭐지?"

그녀가, 그녀가 그렇게 멀리 왔을 리가 없다, 안 그런가? 여기가 마리아스, 그 대학살 현장이라고? 그 때의 그 뼈가 아직까지 여기 흩어져 있을 리가 없다, 안 그런가?

엘크.

데노라는 머릿속에서 뼛조각을 맞춰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엘크다, 확실하다. 이곳이 그 장소일 리가 없다. 아빠와 친구들이 10년 전 엘크들을 전부 쏴 죽였던 그곳 말이다.

블랙피트에게 일어난 일처럼, 전국의 모든 인디언에게 일어난 일처럼, 비 내리듯 쏟아지는 총알이 야영지 로지(임시거처)의 숨겨진 벽을 뚫고 들어오는 가운데 로지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데노라의 아빠는 그날 총알을 휘두르는 사람이었다. 쏴서는 안 되었던 엘크 떼를 향해 총을 쏘는 아빠를.

"미안해." 데노라는 자신이 만지고 있는 엘크의 갈비뼈를 만지며 눈을 감는다.

그녀는 피범벅된 무릎으로 미끄러지듯 가서는 자신의 작은 몸을 총과 자신의 아빠를 죽인 엘크 사이에 들이민다. 그리고 그녀는 차가운 공기에 대고또렷이 말한다. 안 돼요, 아빠(새아빠)!안 돼요!

끝났다. 그거면 됐다. 정말로 멈추길 바란다면 여기서 멈출 수 있다. 암컷 앨크는 눈에서 일어나 새끼를 향해 몸을 숙이고 새끼가 뒤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새끼의 얼굴을 핥는다. 그 모습을 끝으로 둘은 자취를 감춘다.

이 작품은 원제목은 <THE ONLY GOOD INDIANS> 다. 백인들이 서부 개척에 방해가 되는 인디언을 잔인하게 소탕할 때, 코만치족의 추장 토와시가 부족원들을 이끌고 투항하면서 "나 토와시, 좋은 인디언"이라고 선처를 호소하자 토벌대의 필립 셰리든 장군이 "내가 본 좋은 인디언은 다 죽어버렸어."라고 대꾸한다. 이 말이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뿐'이란 말로 바뀌었다고 한다.

원주민 출신 작가는 원주민과 엘크의 관계를 통해서 학살자 백인의 원주민 학살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끼를 잃은 엘크가 죽어가면서도 죽지 못하는 것처럼, 비 내리듯 쏟아지는 총알 속에서 학살당한 인디언은 죽어도 죽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단 앨크와 원주민만 그런 참상을 당했을까?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죽음을 당한 우크라이나 국민들, 80년 광주에서 학살당한 시민들, 4.3 제주에서 무참하게 살해당한 양민들 등 죽어도 죽지 못하는 원혼들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 왜 이런 참혹한 일들은 끊이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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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노년과 빛나는 죽음을 맞으라 - 헬렌 니어링이 뽑아 엮은, 나이듦과 죽음에 관한 지혜의 말들
헬렌 니어링 엮음, 전병재 옮김 / 빈빈책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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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세 이어령 교수님은 마지막 인사말로, "잘 있으세요, 여러분들 잘 있어요." 라고 말씀하셨다. 며칠 전에는 인권변호사로 유명한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 88세로 작고하셨다.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일상을 살아가지만, 불현듯 죽음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우리 주변을 찾아오고는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모두 이 세상과 작별 인사를 하게 될 것 운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없을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 스스로가 대단히 무모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아도 되는걸까?


<조화로운 삶>,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로 유명한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은 53년을 함께 살았다. 그리고 100세를 맞이해서 쇠약해지고 기력을 잃어갔지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젠 물만 있으면 돼." 스콧 니어링은 그가 소망한 대로 삶을 유지하면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연명치료를 하면서 의식도 불분명한 고령의 환자에게 링거와 호스를 연결해서 죽음을 준비할 최소한의 시간도 허용하지 않는 우리의 의료현실.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 1664)고 하지만,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늙음과 죽음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듦과 죽음에 관해서 헬렌 니어링이 깨달음과 영감을 얻었던 내용을 엮은 <활기찬 노년과 빛나는 죽음을 맞으라>는 늙음과 죽음에 대한 준비서로 적절하다. 스콧 니어링을 만나기 전 20세기의 가장 훌륭한 철학자이자 정신적 스승으로 간주되는 크리슈나무르티와 교재하기도 했던 헬렌 니어링은 50년 이상 모아온 고대와 현대 작가들의 책을 인용하고 있다.

* 죽어가는 사람은 승리의 기쁨에 찬 사람이다.<티베트 사자의 서>


* 훌륭한 노년

- 인생의 마지막 순간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오기에,

되도록 일찍부터 삶을 즐기며 많이 웃고 울어야 합니다.

이것을 깨닫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입니다.(린 헬튼, 1972)

- 가족 중에 노인이 있다면 그 가족에게는 보석이 있는 것이다.(중국 속담)

- 당신이 막 태어났을 때 당신은 울었고 온 세상은 기뻐했습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사십시오.(작자 미상)

- 나는 힘닿는 한 계속 일하며 살아가고 싶다. 내가 양배추를 심고 있을 때 죽음이 찾아오기를 바란다.(미셀 드 몽테뉴, 1580)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우아하게 죽는 기술은, 많은 사람이 알고 싶어하지만 어디에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밀턴 메이어, 1965)

-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바로 죽어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삶과 죽음은 모두 하나의 과정에 속해 있다.(스탠리 캘러먼, 1974)

- 나는 성장할 수 있는 한 계속 살고 싶다. 그러나 성장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을 때는 기꺼이 떠날 것이다.(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1857)

- 나 죽거든 발코니 문을 열어 두세요.(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1935)

- 죽음은 삶처럼 자연스런 것이기에, 달콤하고 우아해야 한다.(에머슨, 1844)


* 죽음, 굉장히 좋은 일

- 나는 죽음이 우리가 생각하듯 끝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시작임을 알고 있다. 영혼뿐만 아니라 물질도 사라지거나 죽지 않는다.(월트 휘트먼, 1871)

- 강과 바다가 하나이듯 삶과 죽음도 하나이다.(칼릴 지브란, 1934)

- 죽고 나면 우주의 모험이 우리의 모험이 된다. 그러니 "우리는 거기에 가지 않을 텐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라고 말하지 말자. 우리는 언제나 거기에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거기에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모리스 메테를링크, 1913)

- 우리가 두려움에 떨면서 최고의 악으로 받아들이는 죽음이 최고의 선이 될 수 있는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소크라테스)


--- 어린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 먹을 것, 입을 것, 배우는 것 등 모든 부모들은 사랑하는 아이가 이 세상에서 잘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한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우리 아이가 이 세상에서 잘 살 수 있다면 아까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세상을 마치고 다음 세상을 향해 떠나가는 마지막 길인 죽음에 대해서 우리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외면하기까지 한다. 늙고 병들면 자연스럽게 노인병원이나 노인 요양원이라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서 죽음을 맞이한다.


활기찬 노년과 빛나는 죽음!

우리는 정말로 온 힘을 다 쏟았을 때야 즐겁게 죽을 수 있다.(칼렌, 1928)


가족 중에 노인이 있다는 것이 무거운 짐이 아니고 빛나는 보석이기를!


최선을 다해 이 세상을 살아온 우리의 죽음이 찬란히 빛나기를!


@빈빈책방 #활기찬노년과빛나는죽음을맞으라 #헬렌니어링 #전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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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마음과 앓는 마음 - 일이 가져오는 시시각각의 마음들에 대하여
임진아 외 지음 / 이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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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일하기 싫다. 정말 일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도 일을 해야 먹고 살지. 그리고 일이 없어서 힘든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데 이런 배부른 생각을 하는걸까 싶다가도 일이 하기 싫다는 마음은 숨길 수가 없다. 이 작품의 본문에 언급된 수메르 신화에서도 하급 신들이 고된 노동을 참다 못해 반란을 일으키자, 상급 신들이 반란을 수습하기 위해서 하급 신들의 노동을 대신할 존재로 인간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너무 무책임한 책임 전가다.

* 불안을 데리고 가기로 했다(임진아/삽화가, 에세이스트)

회사란 곳은 많은 사람을 만나는 만큼 많은 사람들과 작별하고, 듣고 싶은 말은 끝내 듣지 못하지만 듣기 싫은 소리는 거침 없이 다가온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믿고 신뢰했던 중소업체 사장님에게 세금계산서 문제로 전화를 걸었을 때 들려온 충격적인 순간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어보지 않은 이가 드물 것 같다. "아 씨 진짜" "네?" "바빠 죽겠는데, 별것도 아닌 걸로, 왜 전화질이야, 이 따위 일로 아침부터 전화를 해? 네가 왜 나를 힘들게 하냐, 이딴 게, 다 뭔데." 그 후로 그 사장님은 사업을 접고 식당을 개업했고 임진아 작가도 같은 해 회사를 그만둔다.

- 우리는 여전히 그보다 더 심한 일들을 겪으면서도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러나 프리랜서라는 직업도 만만치는 않다. '나는 얼마든지 대체되며, 비교당하고, 누군가 거절한 일을 대신한다. 당연한 과정이지만 그 안에 앉아 그런 나를 만나는 건, 좀 울고 싶어지는 일이다.

* 메꾸어 나가기(천현우/용접노동자 7년 경력, 미디어 스타트업 alookso 근무)

용접노동을 하면서 소설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10년간 공모전에 응모했지만 전적은 0승 17패. 주간경향의 '쇳밥일지'를 쓰면서 출판제안을 받았을 때, 노력과 열정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꿈이 이루어진다는 느낌으로 인생이 참 얄궃다고 생각했다. 용접과 글쓰기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메꾸어 나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노동의 고됨을 성장의 즐거움으로 바꾸면서 살고 있다.

* 일하기 싫은 자의 이야기(하완/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

열심히 살아도 달라지지 않는 삶에 지쳐 '이제부터 열심히 살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하고 퇴사를 감행한 자유인. 누군가 좋아하는 것을 향해 힘껏 달리는 동안 작가는 싫어하는 것들로부터 힘껏 도망쳐 왔다.

'일은 자아를 실현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자아를 갉아먹는 행위다. 고통이자 즐거움이고, 욕망이자 때려치우고 싶은 것이며, 몰입이자 소진이다. 의미 없는 돈벌이 수단인가 싶다가도 삶을 좀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주기도 하니 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 일이 나에게 물었다(김예지/청소 노동자,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강연가, 선생님)

비교를 거부하면 청소노동자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면서 걸어가지만, 작가로서는 '언제부터 내가 아닌 남의 기준이 된거지?'라는 고민도 한다. 결국 일은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느낀다.

'일은 계속 나에게 질문할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니?'

-- 만화 형식이라서 더 읽기 편하고 재미도 있었다.

생물학을 사랑하는 생명과학 연구자 김준 작가,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잠을 자는 과정처럼 일은 하루를 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패션 디자이너 박문수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용접 노동자로 살아온 천현우 작가의 일에 대한 외침이 뇌리에 남는다.

'배관공이 하루만 없어져도 화장실에서 못 볼 꼴 다 볼 겁니다. 불금 다음 날 일하는 청소 노동자가 없다면 거리는 널찍한 쓰레기장으로 변하죠. 전국 간호사들이 단 하루만 일을 안 하면 죽음으로 넘실대는 나라가 될 겁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일은 시장 가치가 아니라, 중요성과 필수성만큼의 대우와 존중을 받아야 해요. 그런 세상이 되어야만 비로소 그 누구도 "수학 못하면 용접이나 배워!" 같은 소리는 하지 않을 거예요.'

--- 우리가 먹고 살아가는 일, 기쁜 일, 슬픈 일, 사랑하는 일, 미워하는 일, 생각해보면 우리 삶은 일 아닌 것이 없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또다른 휴일이 기다리고 있다. 쉬는 일도 일이다.

우리가 겪는 어려운 일 만큼 기쁠 일과 웃을 일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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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주도학습법
임현서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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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를 기회로

학교 시험 전날 밤을 새우면서, 그리고 시험시간 직전까지 예상문제를 암기하면서 다짐하곤했다. 다시는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아야지. 그런데 중학교까지는 이런 벼락치기 공부가 어느 정도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다음 시험까지는 또 벼락치기를 후회했던 결심을 잊어버리고 만다. 벼락치기로 벼락을 맞았다면 다시는 벼락치기를 하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갑작스런 화재가 났을 때 믿을 수 없는 괴력을 발휘한다는 것도 유사한 경우이다. 인간은 위기상황에 처하면 믿을 수 없는 초능력(?)이 발휘되는지도 모르겠다.

* 작가의 특이한 이력

임현서 작가는 대원외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사 출신으로 공인중개사, 변호사 시험을 단번에 합격했다. 남다른 특별한 공부비법을 당연히 알고 있을 법하다. 고등학교시절 게임을 하려고 PC방을 몰래몰래 다녔다는 엄살 같은 고백을 했으나, 그 시절 학교 시험을 앞두고도 증권투자상담사 공부에 몰두했을 정도로 다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 듯하다.

* 의지보다 중요한 위기상황

저자가 말하는 주요 비책은,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환경을 개선하여 자신의 행동양식을 바꾸는 구조적 개선이야말로 더 많이 열심히 하게 만든다는 것을 작가 스스로 직접 증명하였다.

* 과감한 실행

고등학교 때 텔레비전을 보면서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어머니와 상의하여 부피가 큰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직접 내다 버리기도 하였다. PC 때문에 형과 함께 정신 못 차리는 것을 안 어머니가 출근하면서 전선 코드를 죄다 숨기고, 형제들은 전선 코드를 찾아 몰래 게임을 즐기는 숨바꼭질을 하다가 서서히 운동으로 그 습관을 고쳐간 것을 기회로, 자신을 통제하고 길들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다. 구조적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학교 때 시작한 것이 사소한 구조적 개선이라면, 극단적이고 어쩌면 바보 같은 선택일 수도 있으나 우산을 자주 잃어버리면서 아예 절대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것이라거나, 등하교의 어려움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오토바이를 타는 등 작가 스스로 구조적 행동 설계를 실천하였다.

<위기주도 학습법>은 바로 마인드컨트롤이나 무슨 무슨 공부방법이 아니라 돈, 시간, 기회를 잃어버릴 상황까지 스스로 몰아붙여 행동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강력한 위기의식을 느낄수록 자연스럽게 스스로 최선을 다한다는 방법이다.

* 집중력을 높이는 최고의 수단

살면서 가장 필사적으로 공부한 것이 군대에서 선임 관등성명을 암기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 학습 효율성이 100배였다는 것은, 신경질적이고 우악스러운 고참의 횡포와 온갖 부조리함이 가득해 보이는 부대 내에서 관등성명의 정확한 구분에 의한 보고가, 작가에게 또 하나의 계기가 된 셈이다. 불가사의한 공인중개사 시험 10일 합격기는 학교 졸업시험 10일 후였고, 당시 운영 중인 투자회사의 임박한 투자 여부 결정과 연결되어 주요 건에 중개인자격이 필수라서 거의 대단한 불굴의 초인적 힘이 나올 수밖에 없었을 듯도 하다. 흔들리지 않는 지속력의 비결이 조성된 위기상황과 강한 압박 덕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위기는 집중력을 놓이는 최고의 수단”이라 밝히고 있다.

“위기주도학습법의 핵심은 이렇게 바꾸기 어려운 환경적 요소에 집착하기보다 공부하는 당사자가 느끼고 통제할 수 있는 환경 내에서 구조적 변화를 설계하고, 이를 통해 행동방식의 구체적인 변화를 유도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그 무엇보다 가장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학원에 가야 하는지, 유학을 보낼지 말지, 어느 학군을 선택해야 하는지와 같은 특정 외부요인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수험생 자신을 둘러싼 구조적 요인을 인식하고 통제할 수 있는 메타인지와 실행력을 갖추고 있느냐, 가장 근원적인 문제인 학습동기와 의욕 면에서도 이를 구성해낼 수 있느냐에 주목한다.”

* 절대 잃고 싶지 않은 것이 무엇일까?

물론 희박한 확률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해볼 만하고 약간 버겁더라도 해볼 만한 수준의 합리적 수준의 위기를 설정할 것을 권한다. 지금 나에게 위기란 무엇일까. 공부를 하지 않음으로써 무엇일가를 잃는다면, 당신이 지금 이 순간 절대 잃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 그런데, 위기를 주도하는 벼랑 끝 학습법도 기본기가 바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스스로 위기를 자처한다면 자칫 벼랑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등학교 이후로 벼락치기 공부는 효과가 없었다.

나에게 맞는 위기설계를 하려면 결국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정확한 목표설계로 어떠한 순간에도 (루즈벨트 말 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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