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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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러난 모방과 감추어진 진실

 

애거서 크리스티 같은 유명작가의 범죄소설의 살해방식을 모방해서 살인사건을 저지른다는 내용의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은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다.

 

미 보스턴 지역에서 주인공 맬컴이 운영하는 서점의 블로그에 올린 책 리스트대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5년 전 사랑하는 아내 클레어를 자동차 사고로 잃은 맬컴 커쇼 앞에 눈 내리는 어느 날, 그웬 멀비라는 여성 FBI 요원이 최근 일어난 살인사건에 맬컴이 연루된 것은 아닐까 또는 기타 살인사건 관련한 정보를 얻으려고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맬컴은 손님과 짧은 대화를 즐기며 책을 판매하는, 독서를 천직보다 더 사랑하는 평범한 인물이다. 현재 운영하는 올드데블스라는 서점 홍보용 블로그에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란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 리스트를 따라 누군가 살인을 저지르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8권의 책은,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실종 처리되어 실종된 동생이 형을 죽인듯해 보이나 실은 모두 한 사람에 의해 죽은 <붉은 저택의 비밀>, 일부러 모르핀을 중독시켜 아내를 독살한다는 시골의사가 나오는 <살의>, 이름자가 연관된 사람이 연속적으로 계획적으로 죽는 <ABC 살인사건>, 선로 사고사로 위장했으나 사실은 다른 곳에서 시신이 옮겨진 <이중 배상>, 서로 원하는 상대를 대신 살해해주기로 약속살인을 저지르는 <열차 안의 낯선 자들>, 말 그대로 익사사고를 가장한 <익사자>, 자연사인 심장마비로 가장한 <죽음의 덫>, 매번 같은 곳을 등산하던 사람을 위험한 곳에서 계획적으로 밀어 사고사로 가장한 <비밀의 계절>이다.

 

이 책들은 곳곳에서 그 주요 내용이 소개되면서 책 속의 등장인물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읽혀진다. 책 내용과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머리가 곤두서는듯한 공포감이 조성된다.

 

이야기는 서점 경영인답게 서점 인수과정과, 책과 연관된 주변인으로 서점 동업자 조 브라이언과 부인 테스, 두 직원 에밀리와 브랜든, 서점의 책 낭독회 등을 통해 알게 된 지인 마티 킹십과 팬사인회 저자, 단골손님, 비호감 손님, 고양이 네로 등이 등장한다.

 

오로지 책만 읽으며, 친구는 없고 술을 너무 마시는 아버지와 오직 참기만 하던 어머니 사이에서 외로운 소년으로 자란 주인공 멜컴에게 아내 클레어는 처음부터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지만 멜컴에게는 첫눈에 반한 여성이었다.

중학생 시절 성추행을 당한 탓인지, 이성 관계가 복잡하고, 마약까지 한 부인 클레어는 결국 자동차사고 추락사로 사망하는데, 나중에 밝혀진 범인은 평범한 주인공 멜컴이었다. 연이어 부인을 성추행한 상대를 <비밀의 계절>을 모방하여 살해하고, 불륜과 마약을 부추긴 또 다른 상대까지 <열차 안의 낯선자들>을 모방한 교차살인으로 살해한 다음에도 평범한 서점주인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이야기는 복잡하게 얽혀, 결국 교차살인을 한 반대편 인물인 전직 경찰출신의 마티가 결국 그교차살인으로 미치광이로 변해 추가 살인을 저지르고 멜컴과 대면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두다 마티는 맬컴에 의해 죽고, 마지막 소설 <익사자>를 모방한 자살로 마무리된다. 주인공의 성격대로 세밀하고 조용하게 진행되던 이야기는 마지막에서 급격하게 종결된다.

 

우리는 누구에게서도 결코 완전한 진실을 얻을 수 없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만나 말을 나누기 전에도 이미 거짓과 절반의 진실이 존재한다. 우리가 입은 옷은 진실을 가리지만, 또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다. 옷은 직조이자 날조다라고 주인공을 통해 말하는 저자의 메시지가 묵직하다.

 

겉으로 드러난 절반의 모방과 함께 완벽하게 감추어진 나머지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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