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메디슨 - 살리려는 자와 죽이려는 자를 둘러싼 숨막히는 약의 역사
송은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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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 백신

18세기 유럽에서만 매년 40만 명이 천연두로 사망했는데, 백신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는 세계 최초로 백신을 개발했다. 또한 제너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을 수 있게 하려고 천연두 백신의 특허를 포기했다. 제너의 백신 개발로 천연두는 현재까지 인류가 멸종시킨 최초이자 유일한 질병이 되었다.

* 태양에도 특허권을 낼 것인가?

1950년대 미국인들에게 소아마비는 원자폭탄 다음으로 무서운 병이라고 할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러시아 출신 미국 의학자 조너스 소크(Jonas Salk)는 1955년 최초의 효과적인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했다. 전 세계 매스컴이 그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소크 박사님,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백신의 특허권은 누가 가지게 되나요?"

"글쎄요, 아마 사람들이겠지요. 특허 같은 건 없어요.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

* 까스활명수와 안티푸라민

1897년 개발된 활명수는급히 먹어 생긴 토사곽란과 복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조선 백성들을 위해 궁중 선전관(현재는 청와대 경호관) 출신 민병호 선생이 만들어낸 약으로 12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9살에 미국 유학을 떠났던 유일한은, 1921년 한국을 방문했다가 거리에서 사람들이 기생충과 설사병을 앓다가 죽는 모습을 발견하고 유한양행을 설립했다. 그가 1933년 만든 소염제 연고 '안티푸라민' 은 국민 연고가 되면서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됐다. 배가 아플 때나 두통에도 이 연고를 바르고 할 정도였다.

* 투구꽃의 비극

세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이 마셨던 독약은 투구꽃에서 추출한 아코니틴이다. 신부님이 건네준 독약을 먹으면 마치 사람이 죽은 것처럼 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되살아 난다고 하는 말에 줄리엣은 약을 먹고 깊은 잠에 빠지지만, 아무런 영문을 모르는 로미오는 줄리엣이 죽은 줄 알고 자살한다.

투구꽃의 가장 큰 비극은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의 네 번째 부인이 된 욕망의 화신 아그리피나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자신의 친아들을 후계자로 세우기 위해 아그리피나는 유명한 약초꾼 로쿠스타를 통해서 클라우디우스 황제를 독살한다. 그 때 사용한 독약이 바로 투구꽃이었다. 사망한 클리우디우스에 이어 황제가 된 아그리피나의 아들이 바로 폭군 네로 황제다.

* 독약의 왕, 왕의 독약 비소

르네상스 시대는 독극물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던 약물이 바로 비소였다. 많은 귀족과 왕들은 자신의 정치적 야망과 목표를 위해 이 조용한 암살자를 사용했다. 왕의 독약 비소는 인조와 갈등을 빚었던 소현세자의 갑작스런 죽음이 비소에 의한 독살이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로마 교황군의 총사령관으로 로마 주변 국가들을 통일하며 강력한 군주가 된 보르자 가문의 체사레가 정적들을 제거할 때 사용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보르자의 술을 받지 마라. 마신 자는 반드시 죽는다.'

그러한 독약의 왕 비소는 19세기 중반 활약한 독일 과학자 파울 에를리히(Paul Ehrlich)가 만들어낸 세계 최초의 합성화학 치료제의 성분으로 당시 유럽을 휩쓴 매독의 효과적인 치료제가 되었다.

* 인류의 역사X약의 역사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와 히틀러가 유일하게 신뢰한 주치의 테오도르 모렐의 이야기, 비폭력 평화운동의 상징 마하트마 간디의 고혈압과 약초 '인도사목' 이야기 등 인류의 역사는 또한 약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 병주고 약준다는 말이 있다. 약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고혈압, 당뇨 등 한 번 병에 걸리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니 과연 이런 약이 사람을 살리는 약인지 아닌지 의심스럽다. 태양에도 특허권을 낼 것인가라고 외쳤던 소크 박사의 외침이 무색하게 코로나 백신 개발 제약회사들은 불완전한 백신을 개발해서 책임은 회피하고 경제적 이익은 사양하지 않고 있다.

살리는 약인가? 죽이는 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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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됐던 방법부터 버려라
시이하라 다카시 지음, 김소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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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일주일 마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가지를 정리해서 버리고 있다. 매일 매일 버려도 버려야 할 것은 끝이 없다. 잘됐던 방법부터 버리라니 저자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혹시 나를 망하게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의심을 품고 책장을 넘겼다.

* 일본 맨손경영의 신흥강자 시이하라 다카시

1981년생 시이하라 다카시는 중졸 후 프로 갬블러로 월 2,000만 원을 버는 성공적 연구와 자기만의 방식을 고수하는 독자적인 삶을 시작해서, 많은 이들에게 일단 버리라는 새로운 인생설계에 관한 강연과 컨설팅으로 일본에서 맨손 경영의 전설적인 컨설턴트가 된다.

사업을 할 때나 연애를 할 때나 인생에는 그때그때 딱 맞는 방법이 있다. 그렇기때문에 자신이 서 있는 단계에 맞게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다음 무대로 옮길 때는 그전까지 잘됐던 방식이라도 바르게 버려야 일이 잘 풀렸던 것 같다.

왜 하필 잘됐던 방법부터 버려야 하는지, 기뻐서 하는 것인지 아까워서 하는 것인지, 지금 두드리는 그곳은 당신의 문이 아니라는, 허를 찔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맞다고 박수 치고 싶은 생각이 곧바로 들게 만드는 묘한 설득력이 있다.

' 잘못된 방법, 잘됐던 방법, 전부 다 버리라고 하지는 않겠다. 일단 그중 하나만 놓아보자. 버리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체험해보기 바란다.'

* 새로움을 고르는 순간, 사람은 몰라보게 성장한다.

지금까지 최선이라고 믿어왔던 방식,

고민 없이 '이거면 되겠지'했던 방법,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자신만의 루틴,

그것들과 반대, 그쪽이 아닌 다른 길.

전에는 보이지 않던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내가 점점 모습을 드러냈다. 그 결과, 기를 쓰고 얻은 것들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아 버-리-게 되었다.

나를 위한 정보를 차단했더니, 나란 존재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내가 설레하는 일을 버렸더니,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알게 되었다. 꿈꾸던 바를 미련 없이 버렸더니, 내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허락하는 것, 그렇게 하면 타인이나 사물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행복한 인생이 펼쳐진다.

* 게임은 어떤 '모드' 인지에 따라 '플레이'가 달라진다

그때는 중요했지만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

그때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중요해도 좋다.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은 다음의 4가지 사이클이 몸에 배어있다.

‘제대로 버리기’

‘원하는 것 찾기’

‘자신의 매력 키우기’

‘주저 없이 받아들이기’

바꾸고 싶은데 못 바꾸겠다는 사람 중에 독립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가장 먼저 부모님을 떠나 환경을 바꿔볼 것을 저자는 추천하고 있다. 자녀들이 이 책을 읽고 환경을 바꾸기 위해 독립한다면, 부모는 내심 반가워할 것 같다.

* 나답게 사는 용기

- 진짜 싫다면 N0, 일단 겁나면 GO

롤러코스터를 싫어하는 사람은 질색하는 목소리로 '아, 진짜 싫어'라고 말한다. 그런데 롤러코스터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너무 무서워! 나 안 탈래!"라는 식으로 말한다. 말투에서 설렘이 느껴지지 않나? 겁이 난다는 것은 해보고 싶다는 센서가 반응했다는 뜻이니 꼭 도전해보기 바란다.

- 자신의 한계를 슬쩍 높여라

'월세가 1,000만 원이 넘는 집에 사는 친구가 몇 명 있다. '아, 이래도 되는구나!', '월급 5,000만 원도 있구나!' 자신이 설정한 마음의 한계점이 높아질수록 사람은 자유로워진다. 그거니 '이것도 말이 되는구나' 싶은 순간을 귀하게 여기기 바란다.

- '들여오기' 만큼 중요한 '내보내기' 습관

지금 당장 아웃풋부터 시작하라. 그러다 보면 어느 새 인생의 무대도 변할 것이다.

* 되고 싶은 대로 되어라

'내가 바라는 나'란 개인과 환경이 완성한다는 뜻이다. 즉, 기존의 나를 버리고 환경에 변화를 가져올 때 마법 같은 변화가 따라온다.

--- '가장 좋은 때'를 버릴 줄 아는 용기가 인생의 최고가를 결정한다는 내용이 와 닿았다. 그런데 가장 좋은 때를 버릴 수 있을까? 반대로 우리는 추락하는 순간조차, 추락을 막아보려는 추악한 몸부림에 익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리는 순간 무엇인가는 채워지겠지. 일단 내 몸을 불편하게 하는 뱃살부터 버리고 가벼워져야겠다.


문득, 구본형 작가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생각난다. 익숙한 뱃살과의 결별, 가볍고 날씬한 몸매와의 만남을 기대해본다.

#자기계발서 #잘됐던방법부터버려라 #동기부여 #성공명언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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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 - 코로나19로부터 배운 것 그리고 미래를 위한 액션 플랜
빌 게이츠 지음, 이영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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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100일, 6개월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면 성공이네요. 전 인류가 마스크를 쓰고 백신을 맞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면 비장한 각오로 철저한 준비를 해야겠지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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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투쟁기 -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
우춘희 지음 / 교양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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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1903∼1905)

하와이 초기 이민 당시(1903-1905년) 하와이에는 65개의 농장이 있었고, 한인 노동자들은 각 농장에 분산 배치되어 하루 16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였으며, 백인 감독 하에 노예와 같은 대우를 참아가며 일을 해야만 했다.

* 독일 광부와 간호사 파견(1966∼1977)

한국 정부는 1966년에 서독과 특별고용계약을 맺고 간호사로 3천명, 탄광광부로 3천명을 파견하였다. 1977년까지 독일로 건너간 광원이 7,932명, 간호사가 1만226명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독일의 탄광에서 일을 하고 연금과 생활비를 제외한 월급의 70~90%를 고스란히 조국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했다. 이들이 한국으로 송금한 돈은 연간 5000만 달러로 한때 한국 GNP의 2%에 이르렀다.

*한국 거주 이주노동자

100만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경제의 생산과 소비에 미치는 효과가 3년 전 통계 자료로도 연간 74조 원이 넘어요. 최근 통계로는 86조 원이 넘어요. 이게 간단한 사안이 아니에요. 이주노동자 문제는 우리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단편적 문제가 아니라.”(2021년, 포천 이주노동자상담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

- 돈 떼먹는 한국 사회

2020년 기준 임금 체불을 신고한 이주 노동자는 31,998명으로 체불 금액은 1,287억원에 달한다. 신고하지 못한 임금 체불 금액을 제외한 금액이다.

- '임시' 시설에 '상시' 삽니다.

농업 이주노동자들은 비닐하우스 안에 옅은 노란색 샌드위치패널이나 컨테이너를 기숙사로 사용한다. 이주노동자의 집은 잠금장치가 아예 없거나 허술한 곳이 많다. 비닐하우스 단지 내 검은 차광막을 친 비닐하우스가 이주노동자들의 집이었다.

2021년 기준 이주노동자가 한 달에 224시간(하루 8시간씩 28일) 고용주는 정부의 기숙사비 징수 지침에 따라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기숙사 제공의 대가로 월급의 8퍼센트인 약 15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한 집당 15만 원이 아니라 한 사람당 15만 원이었다. 그것도 농촌 한가운데 비닐하우스 안에 샌드위치패널로 만든 집이나 컨테이너 집이 그랬다. 이주노동자 다섯 명을 고용한 사업주가 농촌의 빈집을 고쳐 기숙사로 제공하면 월세 2백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농촌의 논밭 한가운데 다 쓰러져 가는 폐가를 대충 고쳐놓은, 한겨울에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집의 월세가 2백만 원인 것이다.

* 가장 잔인하고 무감해지는 순간

사장이 가하는 성폭력을 피해 차라리 미등록 노동자의 길을 택하는 여성 노동자들.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허울뿐인 제도와 법, 인종 차별,......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인에게 상식적이지 않은 정책은 이주노동자에게도 부당한 정책이다. 이런 현실에 연루되지 않은 한국인은 아무도 없다. 한국인의 기본적인 생활에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건 그들의 이야기와 삶이 우리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모를 때 가장 잔인하고 무감해진다.

* 우리 사회에 이주민이 없다면

한국인은 더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최저임금에 준하거나 그보다 못한 돈을 받고 일하려 하지 않는다. 이주민이 없다면 자연스레 인건비가 올라갈 것이고, 올라간 인건비는 우리 밥상과 온갖 필수품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다. 물가가 지금보다 두세 배 오른다면 우리는 과연 쉽게 감당할 수 있을까?

이주배경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서는 다문화, 다인종 국가에 접어들고(2020년 기준 4.1%)있는 우리나라.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그리고 독일의 탄광과 병원에서 피눈물을 흘렸던 우리 부모 세대를 기억하자.

--- 우춘희 작가의 <깻잎 투쟁기>를 읽으면서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주노동자들과 '한 가족'같이 지낸다고 강조하지만, 결코 열악한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에서 생활하지 않는 고용주와 우리는 다르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사회와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언제쯤 한 가족처럼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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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 - ‘기억’보다 중요한 ‘망각’의 재발견
스콧 A. 스몰 지음, 하윤숙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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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와 치매를 전문으로 다루는 의사이자 컬럼비아대학의 신경학 및 정신의학 교수인 스콧 A. 스몰 Scott A. Small 박사의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 Forgetting : The Benefits of Not Rememberig>는 기억과 망각에 관한 작품이다.

* 기억의 천재 푸네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단편소설 <기억의 천재 푸네스>에서,

'푸네스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인물이지만, 하지만 나는 그가 생각하는 일에서는 그리 훌륭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차이점을 잊는 것이다. 일반화하고 추상화하는 것이다.'라고 통찰하고 있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기억의 천재 푸네스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과 손을 보고 매번 놀라기도 했다." 사진 같은 기억을 가진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던 젊은 푸네스는 결국 빛을 차단하여 어둡고 소리의 높낮이가 없는 고요한 방에 고립된 채 남은 평생을 보냈다.

* 정상적 망각

저자는 35년 이상을 기억 전문가로 살아왔지만 주로 듣는 이야기는 오히려 모두 망각에 관한 것이었다고 한다. '푸네스의 예에서 보았듯이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이 악몽일 수 있음을 우리는 순식간에 깨닫는다. 기억과 균형을 이루는 망각이야말로 끊임없이 변하며 두렵고 고통스러운 일이 많은 세상에서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본연의 진정한 인지 능력이다. 2014년 유럽 법원에서 '잊힐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했고 영구 기록이 한 사람의 삶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잘 설명되었다. 이와 비슷한 의미에서 우리의 뇌도 잊는 것이 옳다.'

* 망각은 '결함'이 아니라 '선물'이다

자신을 찾아온 환자의 사례를 통해서 저자는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한 망각이 그저 기억의 결함이 아니라, 인지 영역의 선물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혼란스럽고 더러는 유해하기까기 한 환경에서 우리가 건강하게 지내도록 정상적 기억과 정상적 망각이 조화를 이루어 우리 정신의 균형을 맞춰 준다고 말한다. 기억만 있고 망각이 없는 뇌는 불행하게도 의미 있는 삶의 모든 측면을 잘 살아 내지 못할 것이다.

* 병적 망각(기억과 망각의 불균형)

1. 자폐증 : 새로운 길을 배우려면 '잊어야' 한다.

아동정신의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캐너는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알려지는 증상의 특징을 설명한다. "자폐 아동은 정적인 세계, 어떠한 변화도 허용되지 않는 세계에서 살기를 바란다. ...무슨 일이 있어도 현 상태가 그대로 지속되어야 한다. 자폐증이 "대상의 부분에 집요하게 집착하는 증상"이라는 관점에서,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세상이라면 망각하지 못하는 사람도 잘 살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끊임없이 변하고 더러는 소용돌이치듯 격동하는 세상에서는 기억과 망각의 균형을 이룬 사람만이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다.

2. 외상후스트레스장애 : 사람들과 어울리고 삶에 유머를 더하라

이스라엘 특수부대 출신인 저자는 '보퍼트성 전투'에 참전했지만, 전투 직후 몇 달 동안 강한 형제애와 공동체적 환경에서 함께 지낸 덕분에 비교적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는 외상 사건 이후 외롭게 지내면서 아무 사회 조직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매섭게 내리치는 불행과 두려움과 공포의 고리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3. 알츠하이머병 : 엄마가 어떻게 내 이름을 잊을 수 있죠?

알츠하이며병으로 인한 고통은 환자 본인보다 가족에게 더 큰 경우도 많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가장 잔인한 일 중 하나는 가족이 환자를 점점 더 많이 보살펴야 할 때 환자는 가족에 대해 더는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을 더욱 많이 보인다는 점이다. 끔찍한 병은 많지만, 상대를 보살피는 통상적인 역학 관계가 이처럼 가혹하게 역전되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처럼 정신이 퇴화하는 병은 다른 병과 구분된다.

* 창의성 : 우리는 잊기 위해 잠을 잔다

주변 상황을 알아차리며 의식하고 있어야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잠에 빠져 모든 것을 잊은 채 하루에 몇 시간씩 보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1962년 노벨 생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프랜시스 크릭은 1983년 잠의 생물학적 목적에 관한 자신의 정교한 생각을 단 한 줄의 놀랍고 함축적인 결론의로 요약했다. "우리는 잊기 위해 꿈을 꾼다." 어쩔 수 없이 며칠씩 잠을 자지 못한 거의 모든 사람이 극심하게 경험한 명백한 증상은 지각의 왜곡과 착란이다. 즉, 잠이 가져다주는 순수 효과는 망각이다.

* 그래서 치료법이 뭡니까? : 외침에 귀 기울이라

"축하드려요, 스몰 박사, 분자 차원의 실력이 훌륭하시군요. 그런데 치료법은 뭡니까?" 이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더 기다려 달라는 말이 분명 그에게 좌절을 안겨 줄 것이고 아마 당신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믿어 달라. 이 분야는 최대한 빠르게 나아가는 중이다. 노년의 '병적 망각'을 해결할 새로운 시작이 열리고 있음을 알리며, 계속 지켜봐 달라.

--- 노화현상을 거부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기억력 감퇴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병적 망각으로 우리 아이들이, 그리고 나이드신 어른들의 일생이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의학이 발전하여 치료법이 개발되면 좋겠지만, 그 전까지는 우리가 병적 망각으로 고통받는 가족들과 이웃들을 잊지 말고 기억해주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치료법이 개발될 때까지, 우리가 그들의 기억이 되어주어야겠다.

아! 나쁜 기억은 망각 속으로 지워버리고 좋은 기억은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booktrigger #우리는왜잊어야할까 #스콧A.스몰 #하윤숙 #서평단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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