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 돔 아래에서 - 송가을 정치부 가다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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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7년 한겨레에 입사한 이후 줄곧 취재 기자로 현장을 뛰고 있는 송경화 작가의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에 이은 야심작<민트 돔 아래에서>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다룬 장편소설이다. 현장 취재기자답게 멀게만 느껴졌던 국회라는 공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사회부에서 정치부로

사회부 기자로 특종을 날렸던 송가을은 정치부 말진으로 투입된다. 국회의 100평 남짓한 공간에 30여 개 언론사의 업무 공간이 있는데 국회에 출입이 등록된 기자만 870여 명이라고 하니 국회의원 300명에 비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언론사별로 여, 야를 구분해서 반장, 잡진, 말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송가을은 여당 말진. 야당 말진은 입사 동기 기민호였다.

* 주요 취재대상은 정치인들 머릿속

송가을 기자는 핸드폰에 조카가 붙여준 스티커를 붙이고 다닐 정도로 순수하지만, 반장 고석동은 '야마부터'라면서 핵심만 이야기하라고 다그친다. 그래서 형성된 독특한 국회 기자단 모임이 꾸미다. 기자들 네다섯 명의 모임이라는 말로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에이스 꾸미에 속해야 의원과 자주 식사도 하면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육체노동을 하는 곳에서만 일본어 잔재가 남아 있는 줄 알았는데,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일본어의 잔재가 여전하다는 것이 서글퍼진다. '업계엔 한글로 순화해야 할 은어가 아직 많았다.'

* 정치는 생물이라고

정치 현장에서 언행일치는 천연기념물에 가깝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방송에서 하는 말과 실제 모습이 다른 것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이다. 특히,정치인들은 그런 모습이 자연스러울 정도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그런 정치인들의 텅 빈 공약을 믿고 또 속아 넘어가고는 한다. 여당 대표는 노동자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대변인은 의미 없는 법안이라고 하고, 노동계 출신 야당 의원은 법안에 적극 찬성한다고 기자들 앞에서는 공언하지만 모두 진실이 아니다. 정치인에겐 부고 기사 빼고 다 득이라는 말을 실천하는 수단일 뿐이다. 그러다가 입장이 바뀌면 태연하게 '정치는 생물'이라는 헛소리를 지껄인다.

* 늦었지만, 늦지 않았습니다

국회에서 가장 고단한 것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와 보좌관 그리고 정당 관계자들이다. 그야말로 극한직업이랄까. 특히, 잘 나가는 정치인을 보좌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검찰 출신 4선 의원 양의철의 보좌진으로 일하면서 개 산책과 아들 과외 등으로 고민하던 박새롬은 그런 행태를 송가을을 통해 폭로했지만, 양의철의 역공으로 궁지에 몰려 투신자살하고 만다. 게다가 양의철은 여당의 대표에 출마해서 유력주자로 부상하게 된다.

모든 조직이 그런 것처럼, 양의철도 내부 입단속을 시키고 그런 내막을 알고 있던 수석 보좌관은 당대표 선거 이틀 전 송가을을 찾는다. "안 되죠. 그런 인간이 당 대표가 되고 대통령까지 노리는 건 말도 안 돼요. 양의철 지지율이 올라갈수록 죄책감은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기자님을 찾아간 거예요. 너무 늦었죠?"

"늦었지만, 늦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현실 정치에서는 이렇게 늦게라도 양심의 고백을 하는 경우가 드문지, 아니 그런 양심의 소리를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을 찾아보기 힘든지 답답하기만 하다.

* 좋은 기자란

"사람들이 외면하는 이들, 약자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기자. 난 그게 좋은 기자라고 생각해." 그런 기자를 만나봤으면 좋겠다. 목소리만 크고 자기 주장만 난무하는 언론인들의 모습 속에서 그런 기자의 모습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 사회부, 정치부 그 다음은

현실 정치를 생각하니 답답했지만, 그래도 국회의원, 출입기자, 그리고 보좌진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고도일보 송가을 기자의 다음 행선지에 대한 내용이 기대된다.

"부스 가서 짐 싸고, 내일부터 다른 곳으로 출입해."

"어디로요?"

고석동은 한 박자 숨을 고드더니 또박또박 말했다.

"청와대."

#민트돔아래에서, #송경화,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4기_민트돔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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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소녀들 - 신경학자가 쓴 불가사의한 질병들에 관한 이야기
수잰 오설리번 지음, 서진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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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아닌 잠이 소녀들에게 학생들에게 전염이 되어 나타난다? 지역적으로 한 지역에서, 혹은 같은 문화권의 아이들에게만 생긴다? 정부의 공식 입국허가가 나면 병이 낫는다? 그래도 그게 병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질병이 한 사람의 인생 속에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말할 수 없는 비극을 대신 드러내 보여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질병이 하나의 색깔처럼, 말하는 언어가 되어 말로 할 수 없는 비극을 표현하면서 소수자, 약자의 고통이 들려주는 현실을 사회적으로 용인하고 풀어가는 과정이 결국 치료의 과정이 된다는, 병과 치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다.


“한때 히스테리라 불렸던 병이 지금은 전환장애로, 또 더 최근에는 기능성 신경장애라는 더 적합한 표현으로 불리고 있다. 대부분의 의학 전문 분야에서 ‘심인성(心因性) 이라는 용어는 여전히 심리적인 원인에 기인해 신체증상이 나타난다고 여기는 의료문제를 가리키는데 사용된다. 신경학에서는 ’기능성‘이라는 단어가 점차 ’심인성‘을 대체하고 있다.”


“2018년 나는 스웨덴으로 가서 소피와 같은 아이들의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작은 공동체들에서 일어나는 집단발병을 보며 사회적 문화적 요소가 어떻게 심인성 장애와 기능성 장애의 발병에 생물적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할 거리가 정말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러한 집단 발병들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소에 확대경을 갖다댄다.”


“집단심인성질환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한해에도 몇 번씩 일어나며, 서로 그렇게 아무 관련 없는 공동체에도 영향을 준다.”


소녀 놀라를 포함한 스웨덴의 난민 가정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체념 증후군은, 몇 달씩 잠에 빠져들었다가도 망명신청의 긴 과정이 해피하게 정리되면 차차로 낫는다. 니카라과 미스키토인의 그리지시크니스라는 정신이상은 민족 질병같은 것으로 병에 대한 서구적 해석과 달리 자기들만의 영적 믿음과 특수한 치료법이 있다. 


“하지만 왜 니카라과에서는 그리지시크니스이고. 스웨덴에서는 체념증후군이며, 영국에서는 다른 병인 것일까? 질병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패턴화는 행동이다. 어떤 사람이 몸의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그에 어떤 반응을 하는지는 사회적 분위기, 자신의 지식, 교육, 질병에 대한 정보접근성, 과거 경험에 따라서 달라진다.”


영국의 국립신경외과 병원에서 신경학과 임상신경생리학 분야 전문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질병의 문화모형 신체화‘를 인정하면서, 영국의 누군가는 신체 내면의 느낌에 독감이 걸렸다는 생각에 비타민과 해열진통제를 먹고 눕는반면, 거리상 동떨어진 곳에 사는 다른 누군가는 완전히 다른 원인과 해결책을 따를 것임을 말하고 있다. 또한 모든 행위는 문화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편두통일 증상이 누군가에게는 뇌종양을 의미하며, 증상에 반응하는 방식은 그 사람의 지식과 경험에서 비롯되어 서구사회에서 배척받는 정신 질병이, 미스키토인에게는 사회적으로 영적 해석을 받아 공동체적인 해결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질병을 대하는 이에게 자신을 미국 사람인지, 니카라과 사람인지, 미스키토인인지를, 누구라고 생각하는지부터 물어보며 그런 식으로 질병 탐사를 전 세계적으로 하고 있다. 심인성 증상에 시간과 함께 달라지는 사회적인 삶의 반영까지 추적하고 있다. 소련의 패망과 관련 있는 카자흐스탄의 그라스노고르스크에서는 여성 타마라의 증상과 같은 수면병이 만연하였는데,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현실의 삶의 어려움만이 발병의 원인이 아니고, 사회 국가적인 신뢰의 깨어짐이 방사능의 독으로 표면화되기도 함을 보여주었다. ’문화의존증후군‘은 어떤 공동체 내에서 더 분명하게 표현할 길 없는 무언가에 대한 비유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적인 원인이 의심될 때도 많은 의사들은 ‘스트레스’만으로 질병을 설명하며, 환자를 몰아가기도 하고, 생활고 때문만도 아닌 병을 가지고 주변의 사람들은 그렇게 보기도 한다. 이제는 병의 발달과 진행을 최대한 잘 이해하려면 우선 그 병을 둘러싼 서사부터 둘러보고 살펴보게 될 것 같다. 삶의 어떤 특별한 사건만이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확실한 트마우마만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비유와 언어로 감추어진, 고통과 갈등에 대한 신호로서의 질병으로, 좀더 유려하게 살펴보는 안목을 얻게 된 것 같다. 질병뿐 아니라 모든 사회적 증상과 현상을 문자 그대로 직접적으로 부딪치기보다 다른 의미의 중첩적 해석을 줄 수 있는 너른 마음과 인식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잠자는숲속의소녀들#수잰오설리번#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4기_잠자는숲속의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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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atitude Diary
유광선 엮음 / 와일드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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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 이야기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를 믿는 사람,

진실한 믿음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갖고, 굳은 신념을 믿는 사람의 힘은 바로 성공으로 이어집니다.

 

산타클로스, 즉 행복의 신을 믿는다는 것은, 허무맹랑하다거나 김빠진 맥주와 같은 낙천주의자가 아니다. 그것은 긍정적인 사고의 원리이며, 또한 움직이고 약동하는 활발한 인생관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상의 활기찬 젊음과 봄을 가져오며 희망과 생장을 용솟음치게하는 인생관이다.”

 

이야기 중간 중간, Want, Imagime, Learn, Declare, Share 등의 각 페이지마다

앞으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때가 찾아온다면 언제쯤이 될까요? 그리고 그때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등의 선언적이고, 본질적 질문들을 데일 카네기의 말들을 인용하여 던지고 있다.

 

책은 얇으면서도 핵심적이고 보기도 좋은데, 좋은 말들까지 구석구석 적어두고 우리들의 마음을 울려준다.


어디를 가든 사랑을 퍼뜨리세요. 당신에게 온 사람들이 반드시 더 행복해져서 당신을 또나게 하세요 마더 테레사-’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는 그 사람의 감사함의 깊이에 달려있다. - 폰 밀러-’

우리의 삶이 밝을 때도 어두울 때도, 나는 결코 인생을 욕하지 않겠다 헤르만 헤세-’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즐겨라. 그대로 즐겨라. 온세상이 그대의 소유가 된다. -노자-’


삶은 멋진 선물이다. 삶에서 사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이팅케일-’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더하면 자신의 책이 된다. 2천년전 공자께서도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고 말쑴하셨다라는 좋은 글귀가 적혀있었다. 중국속담이나 마더테레사, 헤르만 헤세 등 유명인의 말이 많이 있는데, WILD는 누구인가 했었다. 알고보니 경영학 박사이자 국제 코치연합 원장이기도한 저자 유광선 님의 필명인 듯했다. 좋은 책, 좋은 점을 많이 배우고 가게 되는 것 같다.

 

짧으면서도 여운이 많은 책이다. 물건이 넘쳐나고 색깔도 지나쳐서 볼 것이 너무 많아 눈이 아플 정도인데, 없는 것 같은 마음속 감사함의 단5분간의 평정과 몇줄로도 인생을 맞바꿀 삶의 변화라니,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에 놀라며, 나역시 감사일기로 하루 아침을 시작하게 되었다. 에이브러햄 링컨도 말했다 한다. ”내가 보기에 행복의 정도는 대개 마음가짐 하나로 결정되는 것 같다.“ 단한가지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감사일기 #와일드북 #책추천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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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부수는 말 -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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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숴지는 말은 뭔가 왜곡되고 진실을 가린 말일 것이다. 소제목은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다. 고통으로 시작해서 ‘아름다움’으로 끝난다는 책. 고통, 노동, 시간, 나이듦, 색깔, 억울함, 망언, 증언, 광주/여성/증언, 세대, 인권, 퀴어, 혐오, 여성, 여성노동자, 피해, 동물, 몸, 지방, 권력, 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무려 21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저 쓱 보면서, 궁금이 이는 것을 골라 읽다가도 다른 것이 연결되면서 우리의 삶에서 보고 듣는 것이 얼마나 다르게 보여지고 있을지, 내가 알고 듣는 것이 과연 진실에 가까운 것인지 진실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지는 마음으로 읽게 되는 것 같다. “말을 부수는 말”이, 특히나 ‘증언’에서 듣기를 원하는 마음이 때로는 피해자 개인에게 또 다른 방식의 폭력이 되기에, 말하는 사람의 고통을 쉽게 간과하기에, ‘말할 수 없음의 상태’, 그 침묵의 발화하지 못한 말을 기록하며 침묵을 녹음한다는 부분이 예리하게 마음을 파고든다. 2022년 5월 시점에서 위안부 생존자 11명에서 결국에는 사라질 증언, 인터뷰는 사실 증언만으로도 인권운동이 된다는 순간이 내게도 하나의 발화 시점이 되어, 말의 힘에 대한 새로운 앎의 접근이 되어준다. 부수는 말을 알아가며, 나 자신이 성장하며 가꾸고 만들어온 이때까지의 인식의 틀을 부순다.


예술사회학 연구자로, 예술과 정치를 고민한다는 저자는 말한다.

“언어는 때로 사물, 사람, 세계 등에 대한 인식체계에 깊이 관여한다. 혐오의 언어가 빠른 속도로 증식하는 것에 비하면 저항의 언어는 늘 순탄하지 못하다. 내가 말하는 ‘저항의 언어’는 정확한 언어에 가깝다. 정확하게 말하려고 애쓴다는 것은 정확하게 보려는 것, 정확하게 인식하려는 것, 권력이 정해준 언어에 의구심을 품는다는 뜻이다. 권력의 기준으로 왜곡된 언어를 적극적으로 유포한다.”


창작과 출산의 고통이 빗대어짐에도 여성은 사실 예술가로의 창조적 행위에서는 배제되었고, 출산의 실질적 고통은 출산 이후의 고통과 더불어 모두 외면되었고, 마찬가지로 노동도 그 고통을 외면받았음을 징검다리로 건너듯 폭로된다. 여성 창작자들에 의한 길거리 창작무대를 통한 행위의 긴 퍼포먼스 예술로서 성폭력의 폭로,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제 모델을 존중하지 않던 남성 화가와 연극연출가에 대한 전시취소와 유죄판결 사례들이 터져 나온다. 


노동은 어떠한가. 소수의 대한민국 엘리트에 의해 이끌리어 이들이 공부를 하기 위해서 주변은 희생해야 한다는 특권의식으로 ,서울대 교수조차 청소부는 냉난방도 안 되는 곳에서 일하는데, ‘노동자’에게는 ‘온기’마저 외면되는 이 시대의 사회학적 상식을 드러낸다. 기업은 산재를 막을 줄 안다. 산재가 성실한 노동의 과정에서 ‘어쩌다 운이 나빠’ 발생하는 게 아니고, 기만적이고 불성실한 안전시스템에서 철저한 자본주의적 계산과 논리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우주 관광 시범을 벌이는 동안, 현 대통령이 국민의 힘 경선시절 손발로 노동하는 것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 발언하던 시절에도, 아마존의 배송기사는 시간이 없어 패트병에 소변을 본다. 우리나라도 아직 손발 노동으로 먹고사는데 누군가의 손발은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몸마저 설탕 더미에 깔리고, 누군가의 다리를 대신하던 배달 노동자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단하고, ‘로켓배송’을 하느라 땅 위에서 하루종일 100킬로 이상을 위험천만하게 오간다는 얘기들....가슴이 절절하게 조각조각 알던 것이 하나로 모여든다. 


‘시간’은 공평하지 않다. 누구의 시간으로 누가 돈을 버는가. 노동자들의 시간을 들여 고객은 시간을 벌고 유통업체는 돈을 번다. 택배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해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개인의 식사시간이나 휴식, 취침시간을 그만큼 줄여야 한다. 시간은 결코 공평하게 나위지 않는다. 누군가는 시간을 점령하고 누군가는 빼앗긴다. 빠르고 편하게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수록 누군가는 빠르게 다치고 죽어간다. 나르는 노동을 하는 사람은 다리가 부러진 채 음식을 나르게 되는 상황, 알고는 배달음식을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서비스 플랫폼 회사와의 계약은 모든 책임을 배달노동자 개인이 지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정보의 비대칭과 소통창구의 독점 속에서 플랫폼 노동은 노동자들의 소통과 연대를 막을 수 있는 최적의 형태로 나에게 왜 콜이 안 떨어지는지, 다른 라이더의 수수료는 얼마인지 투명하게 알지 못한다. 개인은 고립되고 데이터는 연결된 최적이 감시체계가 되었다. 


이 기만 구조 속에서 ‘노동자의 상처는 데이터로 저장되지 않고 알고리즘의 지배는 연결이 아니다’라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 


색으로 인종을 분리하고 차별하는 것은 알았던 것이지만, 흑백문제에서 백인과 결합한 가정은 ‘글로벌 가족’이고, 비백인과 결합한 가정은 ‘다문화 가정’이라는 표현은 어떠한가. 다문화는 비백인을 분리시키는 언어로 자리 잡았다. 영화 <미나리>의 순자, 윤여정은 고급 진 K할머니로 세계화 되었지만, 현실 속 미국으로 살기 위해 떠난 순자들이 어처구니 없이 총격사건 등으로 죽었듯이, 한국에 온 캄보디아 노동자 속헹씨는 한겨울 비닐하우스에서 얼어 죽었다.


“다른 나라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이민자에 대한 환호만이 아닌, 우리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이민자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 속헹의 수 많은 동료들은 오늘도 어디에서 잠이 들었을까. 그들은 무엇을 먹고 있을까. 그들은 자유롭게 병원에 갈 수 있을까. 국내 간병 노동자 대부분이 중국 동포여성이다. 2015년에서 2018년까지 4년 동안 외국인 가입자의 건강보험재정 수지는 무려 9,417억원 흑자였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퍼뜨리는 정치인이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가 건강보험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국인의 돌봄이 이주 노동자의 여성의 저임금 노동에 기대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아사로 제 집에서 엄마와 함께 죽은 6세 아이, 실습 나갔다가 죽은 특성화고 청소년, 발전소에서 일하다가 죽은 20대 청년, 아스팔트 공장에서 작업하다 추락해 숨진 50대 노동자, 폭염 속 창문도 없는 휴게실에서 숨진 서울대학교의 60대 청소 노동자,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오래된 여인숙에 머물며 폐지를 줍다가 방화로 사망한 70대 노인. 헤어나올 수 없는 이 빈곤의 실체들은 마치 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전 생애를 휘감은 빈곤에 의한 사망은 생애주기에 따라 그 장소와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 기회, 과정, 결과는 평등하지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억울함’의 실체, 모습들이다.


결국, 고리의 마지막 끝인 ‘아름다움’은 권력화된 아름다움이 아닌 분배하는 아름다움을 말하며, 나 이외의 타자와 동등하게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을 강조한다.


“아름다운 대상에 대한 소유가 아니라 대상을 어어삐 여기는 마음, 끊임없이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야말로 아름다움과 정의로움을 향한 가장 기본적인 실천이다.” 


#말을부수는말#이라영#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4기_말을부수는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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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발이는 벚꽃을 좋아해 공룡 대발이 이야기 동시
안도현 지음 / 봄이아트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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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너에게 묻는다>로 유명한 안도현 시인이 공룡 대발이 이야기 동시 <대발이는 벚꽃을 좋아해>를 펴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는 15개국 언어로 해외에서 번역되어 출간되었고, <남남>, <기러기는 차갑다> 등의 동시집과 여러 권의 동화도 쓴 작가답게 공룡대발이 이야기 동시도 아이들과 어른들까지 좋아할만한 작품이다.

꽃을 좋아하는 대발이는 길거리에 뭉게뭉게 피어있는 벚꽃 구경을 나갔다.

그런데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꽃구경은 혼자서만 가면 영 재미가 없기 마련이다. 초록이와 초록이 친구들은 와르르르 떠들면서 지나가고, 파닥이와 파닥이 친구들도 파다다닥 빠르게 날아가는데, 대발이만 혼자가 되었다.

사실 대발이는 보드리와 함께 벚꽃 구경을 가고 싶었는데,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보드리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게다가 보드리는 대발이가 발도 너무 크고, 신발도 너무 크고 발소리도 너무 크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 때, 대발이는 길 건너편에서 보드리가 온몸에 벚꽃을 달고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았다. 대발이는 벚나무 그늘에서 보드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보드리가 몸을 흔들어 꽃잎을 하얗게 떨어뜨렸다.

보드리는 대발이의 마음을 받아준 것일까?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대발이 마음도 보드리 마음도 알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눈에 콩깍지까 씌이면 모든 것이 보드리로 보이는 것은 어른, 아이 가릴 것이 없나보다.



<대발이는 벚꽃을 좋아해>는 유튜브 영상으로도 나와 있어서 책과 함께 보면 더욱 재미가 있다.




#공룡대발이이야기동시 #대발이는벚꽃을좋아해 #대발이 #그림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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