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 2 - 계영배 상도 2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 상도 2권의 제목은 계영배다. 하지만 계영배의 비밀은 3권에서 들어나고 2권은 홍경래의 난의 주제를 이루게 되어있다. 정상진 작가는 김기섭 회장의 비서에게서 계영배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 계영배의 뜻을 알고자 임상옥의 흔적을 다시 추적하게 된다.


천하제일거상이 된 임상옥에게 뜻하지 않은 시련이 찾아오게 된다. 바로 조선 후기 최고의 풍운아 홍경래의 방문인 것이다. 평안도 출신은 홍경래는 우리에게 홍경래의 난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당시 안동 김씨의 세도로 조정은 극도로 혼란하고 민생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해 지고 있었다. 관직에 뜻을 두었던 홍경래는 과거를 보았으니 외척들의 부정으로 과거에 떨어지고 만다. 그 후 그는 다시는 과거를 보지 않기로 다짐을 하고 무예를 연마한다. 이때 모사 우군칙을 만나게 되고 그들은 새로운 나라를 세울 뜻을 정하게 된다.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임상옥의 친구 이희저를 교묘히 끌어들이고 임상옥마저 동참시키기 위하여 홍경래 자신이 직접 임상옥의 상단에 들어가게 된다. 이희저의 추천으로 임상옥은 홍경래를 받아 들이지만 그의 관상이 장사할 상이 아니라 관직에 오를 상인 것을 알고 유심히 지켜 보게 된다. 뛰어난 학식과 지혜를 갖춘 홍경래는 금세 임상옥 상단에서 서기의 위치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러던 중 연경으로 떠났던 박종일과 일꾼들이 마적에게 잡혔고 홍경래는 협상금을 가지고 단신으로 마적두목을 만난다. 물론 홍경래가 사전에 임상옥의 호감을 얻기 위하여 짜놓은 음모였던 것이다. 그렇게 박종일과 상단은 구출되지만 임상옥으로서는 홍경래에게 큰 빚을 지게 된다. 그러던 중 홍경래에게서 한 노래를 듣게 된다.
“일사횡관하니 귀신탈의하고, 십필가일척하니 소구유양족이라“
“선비 하나가 관을 삐뚤어 쓰니 귀신이 옷을 벗고, 열 필 비단에 한 척을 더한다. 작은 언덕은 양다리를 하고 있구나”
이 노래의 의미를 밤새 고민한 임상옥은 정감록에 많이 쓰인 한자의 파자 개념으로 노래를 해석해 본다. 그 결과 “임신기병”이라는 말이 나오고 홍경래가 그 수괴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홍경래의 권유에 따라 역모에 가담하자니 삼대가 멸하고 홍경래의 권유를 뿌리치자니 지금의 목숨이 위태로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임상옥은 석숭 스님의 두 번째 예언인 “솥 정(鼎)을 떠 올리지만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다 추사 김정희를 찾아가게 되고 그에게서 옛 고사 하나를 듣고 솥 정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바로 솥 정자의 세 발의 의미다. 솥은 한발 혹은 두발로 서 있을 수 없다. 세발이 있어야 넘어지지 않는다.라는 의미를 깨닫고 그에게는 재물욕을 채웠으니 명예욕과 지위욕을 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홍경래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그렇게 난이 평정되고 난중에 임상옥은 자신의 재물을 풀어 조정의 군자금을 충당하고 백성들을 구휼한 공로에 힘 입어 관직에 추천되나 재물욕을 이룬 임상옥은 관직의 마다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곽산 군수에 재수 받은 임상옥은 어명을 어길 수 없어서 관직에 오른다. 이때 임상옥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바로 송이라는 기생 때문에 생겨난다. 바로 이희저의 딸인 송이를 관노에서 빼내고자 임상옥은 무리를 하게 되고 격변하는 조정의 권세에 휘둘려서 역적의 수급을 거둔 죄와 역적의 자식을 첩으로 들인 죄로 옥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의주에 궁궐같이 지은 집도 문제가 되었다. 박종일의 노력으로 옥에서 풀려난 임상옥은 위리안치 되었고 의주를 시찰 나온 세도가 조상영을 접대하게 된다. 이때 계영배를 본 조상영은 가득 채우면 사라져 버리고 적당히 채우면 술이 남아 있는 그 술잔에 화가나 술잔을 던져 버리고 만다. 이 일이 미안했던 조상영은 임상옥을 풀어줄 것을 주청하고 임상옥은 인생 최대의 위기를 계영배로 인해 살아나게 된다.

이는 바로 현 시대의 권력가나 사업가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닌가 한다. 권력가는 돈을 탐하고 명예를 탐하며 재력가는 권력과 명예를 탐한다. 그렇게 욕심을 부린 사람들은 모두 인생 말로가 비참하고 그 어느 것도 얻지 못했다는 것을 우리는 많이 봐왔다. 하지만 인간의 추악한 속성으로 말미암아 그 세가지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그 욕망을 추구하고 손에 쥐려고 하는 것이다. 임상옥이 재물욕을 이루었다면 추사 김정희는 명예욕을 이루었고 홍경래는 지위욕을 이룬 것이 라고 할 수 있겠다. 임상옥이 지위와 명예욕까지 이루려 했다면 친구 이희저처럼 역적으로 죽임을 당하고 그의 가솔들은 노비가 되는 것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이 시대의 정치가, 재력가, 그리고 명예를 얻은 모든 사람들은 더 많은 욕망에 사로잡히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부자는 3대를 가지 못한다고 하였다. 지금 자신이 운과 실력이 있어서 부를 이루었다면 자식에게는 그 부를 물려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식들 나름대로 부를 이룰 수 있는 실력과 운을 주어야 할 것이다. 잘 사는 집에서 망나니 같은 자식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친구와의 의리에서 시작되었지만 임상옥은 인간의 욕망 중 또 하나 벗어 던지지 못한 색계로 인하여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송이 그녀와의 연정이 임상옥 말년의 가장 크다란 짐이었던 것이다.
“계영기원 여이동사(戒盈祈願 與爾同死)”
“가득 채워 마시지 말기를 바라며, 너와 죽기를 바란다.”
석숭 스님이 주신 이 계영배로 살아난 임상옥은 석숭 스님이 주신 마지막 깨달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항상 가득 채우는 것을 좋아한다. 좀 더 좋은 집에 좋은 차에 좋은 음식에 항상 더 좋은 것만 바라보고 살며 남보다 못한 생활에 불평하면서 살아간다. 과연 얼마나 채워야 행복해 질까? 이런 인간의 욕심을 질타하는 것이 계영배가 아닐까? 가득 채워 마시지 말기를… 우리는 항상 조금 모자람에 감사하고 또 나보다 잘나고 잘 사람보다 나보다 조금 못나고 못 사는 사람을 보고 만족하면서 살면 항상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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