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도 1 - 천하제일상 ㅣ 상도 1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상도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흥미로웠다. 이재룡 주연의 드라마 상도를 어떤 사람은 실패작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허준 보다 더 재미있게 본 드라마였다. 드라마 상도의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소설 상도를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럼 소설 상도 1편 천하제일상에 대하여 약간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자본주의가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로써는 돈의 힘을 애써 부인하지만 그 중요성을 무시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누구나 부자가 혹은 조금 더 가지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왜 돈에 그렇게 집착하며 삶을 삶답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을까? 이런 의문의 해답을 소설 상도는 제시한다. 국내 굴지의 기업을 일으킨 총수도 상도를 몰라서 물의를 일으키고 자식들에게 금전 최고주의를 되물림 하고 있다. 그런 사회현상이 가난한 서민들에게 조차 숨쉴 여유를 주지 않고 돈에 매달리게 하는 것이다. 최인호 작가는 이런 현 시대의 문제를 소설로 풀어낸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지만 상도를 읽은 후 최인호 작가도 정말 훌륭한 작가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자리잡게 되었다. 그냥 소설이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게 되고 세상을 돌아보게 되고 돈이란 것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아야 한다.” 라는 말을 남긴 임상옥을 재조명한 소설 상도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기평 그룹의 총수였던 김기섭 회장의 교통사고로 그와 기이한 인연을 맺었던 정상진작가는 김기섭 회장이 남긴 유품을 가지고 조선 후기 거상 임상옥의 흔적을 추적하게 된다. 가난한 의주 상인인 임봉핵의 아들인 임상옥은 인삼 밀무역을 하다 빚만 남기고 간 아비를 대신하여 의주 만상 홍득주 밑에서 장사를 배우게 된다. 임상옥의 범상한 장사능력을 알아본 홍득주는 연경행 인삼 교역에 임상옥을 보내고 임상옥은 큰 이문을 남기게 된다. 허나 그와 같이 간 일행인 이희저와 기방에 들렀던 임상옥은 장미령이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고 공금에 손을 대 장미령을 기방에서 구해주게 된다. 이 사건을 개기로 의주 만상에서 쫓겨난 임상옥은 삶의 회의를 느끼고 추월암에 들어가 승려가 된다. 세월이 흘러 송상 박종일이 추월암에 찾아오고 임상옥은 석숭 큰스님의 뜻에 따라 불도가 아닌 상도를 이루려 하산한다. 박종일과 연경에 간 임상옥은 장미령을 다시 만나게 되고 청나라 대인의 아내가 된 장미령의 도움으로 다시 장사를 할 수 있는 길을 얻게 된다. 당시 최고 권력가 중 한명인 박종경 대감의 마음을 얻은 임상옥은 조선 최대 인삼 교역을 하러 연경을 가게 되지만 청나라 상인들의 담합으로 크나큰 위기에 봉착한다. 인생에 있어서 첫 번째 위기를 맞게 된 임상옥은 석숭 스님이 내려 주신 첫 번째 예언 죽을 사(死)를 마주하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우연하게 동행한 추사 김정희의 도움으로 죽을 사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필사즉생 생즉필사”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니라.”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을 떠올리고 그는 인삼을 모두 태우려 한다. 하지만 조선의 인삼이 없이는 청나라 상인들도 큰 손해를 보는지라 임상옥은 청나라 상인들의 담합을 깨게 된다. 이렇게 임상옥은 조선 최대의 거상 즉 천하제일상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소설 속에는 사기나 사서삼경과 같은 고서 속의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불교적 색채가 강한 소설 상도는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세도가인 박종경 대감과의 인연을 맺기 위하여 임상옥은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백지 어음을 전달하고 그 진위를 파악하고자 임상옥을 부른 박종경 대감 앞에서 임상옥은 박종경 대감의 문제를 풀게 된다. 남대문에 하루 종일 몇 사람이나 지나 다닐까? 아무도 이 문제를 풀지 못하지만 임상옥은 단번에 이 문제를 푼다. 바로 이씨 성을 가진 이와 해씨 성을 가진 두 사람이 지나 다닌다고 하였다. 이씨 성은 박종경 대감에게 이(이득)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고 해씨성은 해(해로움)를 가져다 주는 두 부류의 사람이다. 하지만 임상옥은 나는 의씨 성을 가진 사람이다. 의로움으로 박종경대감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고 하였다. 이렇게 박종경대감의 마음을 얻은 임상옥은 평생 그 의를 지키면서 살아가게 된다.
단지 조선 최고의 거상이라서 임상옥에 대한 애착이 가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고 돈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이 그를 최고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득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권에 돈으로 로비를 하고 권력을 등에 엎고 없는 사람을 착취하여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과 사람을 고를 줄 아는 안목으로 그는 자신의 상운을 만들어 간 것이다. 회사를 경영하는 CEO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도 임상옥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