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크림슨의 미궁은 핏빛 짙은 빨강의 미궁이라는 말이다. 제목에서도 풍겨 나오듯이 SF적인 요소가 가미된 일본식 호러 소설이다. 다분히 자극적이고 잔인한 내용이 많지만 기시 유스케의 독특한 구성과 구사력으로 묘하게 빠져들게 만든다. 눈을 뜬 후지키는 자신의 처한 상황이 놀랍기만 하다. 너무나 무기력한 몸과 떠지지 않는 눈 그리고 핏빛으로 물든 하늘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분명 실직자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연히 만나게 된 여자 오토모 아이와 동행하게 되고 그들은 화성의 미궁이라는 게임에 참가하게 된걸 알게 된다. 나머지 참가자 6명과 합류하게 된 후지키와 아이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이며 이곳은 과연 어디일까?


나는 호러 영화나 소설을 크게 즐기지 않지만 스티븐 킹이나 기시 유스케는 유난히 좋아한다. 그건 아마도 그들의 발상이 너무 독특해서 그런것이 아닌가 한다. 기시 유스케의 크림슨의 미궁은 1998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기시 유스케의 초기 작품 중 하나이다. 왜 발간 년도를 언급했는지 먼저 짚고 넘어가야겠다.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10억이 있다. 10억의 상금을 위하여 게임에 참여하게 된 여러 사람들은 오스트레일리아 사막 한 가운데서 서로 죽이는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제로섬이라는 이 게임은 최종 승자만이 살아날 수 있고 그 상금 10억을 가질 수 있다. 영화 10억을 언급하는 이유는 크림슨의 미궁과 매우 흡사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이 서로 죽이는 제로섬이라는 게임과 그 배경이 오스트레일리아라는 점이 그렇다. 물론 영화 10억이 시나리오를 copy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2000년에 개봉한 일본 영화 배틀 로얄 또한 비슷한 맥락의 호러 액션 물이다. 문제아가 넘쳐나는 가까운 미래의 일본은 NR법을 발표하고 문제아들을 한 섬에 가두고 한 사람이 살아 남을 때까지 서로 죽이게 한다. 바로 제로섬 게임인 것이다. 크림슨의 미궁을 읽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크림슨의 미궁을 모델로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시 유스케는 잔혹하고 자극적인 호러로 유명하다. 일본인 특유의 상상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그의 소설 검은집, 13번째 인격, 푸른 불꽃, 신세계에서도 모두 독특하지만 호러스런 부분이 꽤 많이 삽입되어 있다. 특히 신세계에서의 재미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기시 유스케가 있어서 독자들은 더욱 재미나고 독특한 상상력의 세계로 함께 떠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힘든 그런 세상으로 말이다. 크림슨의 미궁은 기시 유스케의 초기 작품답게 약간 미묘하게 끝이 난다. 트루 엔딩이라고 하나? 해피엔딩, 베드엔딩, 그리고 트루 엔딩… 후지키의 모든 모험과 고통이 그의 머리 속에서 존재한 이야기일까? 아님 실제로 후지키에게 일어난 일 일까? 독자의 궁금증을 더욱 자극하는 크림슨의 미궁… 역시 기시 유스케의 소설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