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균형 아시아 문학선 3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적절한 균형은 네 명의 주인공이 너무나도 슬픈 인생을 보내는 이야기다. 인도 카스트 제도에 얽매여 모든걸 읽어 버린 이시바와 그리고 그의 조카 옴, 평화롭던 시골 마을에서 도시로 유학 왔지만 모든 마음을 상실해 버린 마넥, 그리고 아름다웠지만 일찍 남편을 읽어 버려서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디나, 그들이 한 지붕 아래에서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는 이야기다. 제목이 적절한 균형이라서 무슨 내용일까 했는데 너무나 슬프고도 마음이 아려서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도대체 그들의 불행은 누구의 탓인가? 불행과 희망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했던 그들, 그들을 가슴속에 묻어 본다.


인도는 세계 인구 2위를 자랑한다. 현재 인구가 11억을 넘는다. 중국이 13억이니 중국과 필적할 만한 인구를 자랑한다. 이 얼마나 많은 인구인가? 그리고 11억 인구에 닮긴 삶의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인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다문화, 다종교, 다언어가 존재하는 나라다. 이런 나라에는 굉장히 많은 문제들이 생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60년대와 70년대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의 문제들을 겪었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무수한 생명들이 꽃잎처럼 흩어졌다. 우리는 남,북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문제를 겪었지만 인도는 카스트 제도와 독재 그리고 너무 많은 인구로 인하여 가난을 겪어야 했다. 일한만큼 돈을 받으며 그리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지금은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카스트라는 어의 없는 계급제도로 인하여 자신의 가족도 지키지 못하고 다른 어떤 일도 하지 못하며 높은 카스트 사람들의 갖은 폭력과 억압을 참고만 살아야 했던 그들…


과연 우리는 얼마나 불행과 희망 사이를 적절하게 조절 하고 있을까? 이 소설처럼 불행은 예고 없이 다가온다. 그리고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끊임없는 구렁텅이로 빠트린다. 이시바와 옴이 카스트 제도에 대항하여 복수라도 하기를 바랬을까? 마넥이 더욱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이시바와 옴 그리고 디나를 행복하게 해주기를 바랬던 것일까? 디나가 그들과 행복하게 살기를 바랬을까? 너무 편하게 사는 나머지 이 소설도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랬던 것일까?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면서 답답한 이유가 무엇일까? 너무 평범하지만 가슴을 아리게 하는 그런 소설이다.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읽고 난 후 한동안 홍역을 치렀는데 그때의 그 기분이랄까? 지금 내 삶을 돌아보고 또 불행과 희망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지 못해서 지금도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이 시대는 정신이 상실된 시대다. 배가 부르고 교육을 많이 받으니 정신적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시바나 옴처럼 하루 한끼도 제대로 먹기 힘든 삶을 산다면 그 어떤 고난에도 웃을 것이다. 상상하기 힘든 불행을 겪은 그들이 마지막에 그래도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불행과 희망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오늘도 그들을 가슴에 묻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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