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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우리는 살아가면 수 많은 상처를 대면하고 살아간다.
그 상처들 잊고 살기도 하고 안고 살기도 하고 끊임없이 아파하기도 한다.
70~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는 정신적인 아픔을 이해하고 알기에는 너무 바쁜 세대였다.
자식에게 되물림 되지 않을 부를 주기 위해서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일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물질적 풍요가 넘치는 시대에 이르자 우리는 정신적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다.
외로움, 고통, 그리고 알 수 없는 공허함에 자신의 생명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은 이런 우리시대에 트라우마라는 정신적 아픔을 묘사한 영화들을 소개하고 트라우마의 문제점과 해결점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트라우마라는 단어 자체를 많이들 알고 있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극소수의 지식층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그만큼 정신적 고충이 보편화되고 세분화 되었으면 연구 치료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24편의 영화를 소개하면서 그 주인공들이 겪는 각각의 트라우마를 소개하고 그 트라우마가 놓는 결과와 비참함을 잠시 알아 보고자 한다.
트라우마를 쉽게 설명하자고 한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는데 간단한 예로 내가 운전 중 후진을 하다가 사람을 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 후로 운전 중 후진할 때 자신도 모르게 그때의 충격적 기억이 되살아나서 움찔하거나 망설이게 되는 경우를 이야기 한다.
이건 아주 작고 사소한 트라우마의 예라고 볼 수 있다.
책에 소개된 트라우마는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에 한번 겪기도 힘든 트라우마들을 소재로 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아픔.
전쟁에서의 충격과 공포.
유아기 때에 받았던 성폭행이나 폭행의 기억들.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에 대한 자포자기.
이렇듯 일상에서 겪을 수 없는 엄청난 일들을 겪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방어기제가 작용하여 해리를 겪는다든지 과도하거나 과소한 행동을 보인다든지 하는 것이 트라우마이다.
모두다 나는 그런 트라우마의 기억이 없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잘 생각해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강약은 다르나 트라우마를 겪어 보았을 것이다.
나도 최근 집안 인테리어 공사도중 세로로 세워놓은 침대가 넘어지면서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발을 다치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다행이 피부와 혈관만 다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지만 혹여나 뼈라도 부러졌으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었을지도 모른다.
아주머니가 병원에 가시고 난 후 주저 앉아서 나를 원망하고 자책하고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를 수도 없이 했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죽어도 잊을 수 없는 상처들을 받게 된 것이다.
바람난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고 그 고향에 내려갔으나 아들마저 유괴되어 죽어버린 한 여인의 이야기. 사랑하는 약혼자와 산책 중 강도에게 약혼자가 죽음을 당한 이야기. 아내와 딸이 911테러로 한번에 죽어버린 이야기.
물론 트라우마라는 것이 이렇게 극단적인 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소하게 친구나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도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인격이 형성되는 3~4세에서 10살 정도까지의 나이에서는 그 상처가 굉장히 심각할 수 있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 또는 무관심은 아이를 소심하게 한다든지 또는 자괴감에 빠지게 할 수 있다.
트라우마가 심각해 지면 자살할 수도 있다.
우울증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약간은 성격이 다르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트라우마에 대하여 항상 자각하고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
주변에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그 사람을 도울지 잘 생각해야 한다.
무턱대고 돕는 것은 오히려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겪은 사람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관심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고 이해해야 한다.
영화 소개와 그 주제에 맞는 트라우마의 종류를 설명하고 있어서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쉬웠다. 그리고 트라우마가 얼마나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좋은 책은 항상 좋은 기억을 남기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