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 디자인, 디자이닝, 디자이너의 보이지 않는 세계
홍동원 지음 / 동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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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있으면서 저자인 홍실장님의 센스 있는 글 솜씨 때문에 계속 웃으면서 봐야 했다.
그리고 한국 디자인에 30년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 또한 비슷한 업종에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공감도 많이 갔다.
디자인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의상이지만 실상 의상은 디자인의 한 일부일 뿐이다.
홍실장님이 이야기하는 디자인은 출판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은 산업디자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컴퓨터 앞에서 그래픽 관련 일을 하고 또 클라이언트들에게 오더를 받아서 일을 진행하고 그 클라이언트들은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겠지만 하청을 받아 일하는 사람의 고충과 실상을 좀더 공감하게 된다.
홍실장님이 디자인에 관심을 가질 당시 우리나라는 급격한 경제 성장 단계에 있지만 디자인에 대하여 자료나 인력이 매우 부족한 시기였다.
부모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술을 전공하고 또 유학을 가게 되는데 그 유학 또한 미국이 아닌 독일로 간다.
그렇게 그는 독특하면서도 자신의 길을 걸어가게 된 사람이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 또 디자인에 얽힌 그리고 우리나라 현실에 대한 홍실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꼭 회사 선배와 소주 한잔하면서 옛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던가?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 굽쇼?
하하하.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클라이언트가 하라면 하고 까라면 까야 하는 것이 직장이고 사회 생활인 것이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면 그려야 하는 것이다.



홍동원실장을 애국자라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참 많은 부끄러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의 것 보다는 무조건 선진국의 문화를 선호하고 부러워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가장가치 있는 한국적인 것을 잃어 버리고 나중에 후회를 한다.
단편적인 예로 일본이 왜 자꾸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가?
과연 독도가 일본 땅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저렇게 전세계적으로 일본 땅이라고 우기며 여기저기 문서로 작업을 하고 기록을 남기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독도를 일본에게 빼앗겨 버릴지도 모른다.
과연 얼마나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 사실을 자각 하고 있을까?
홍동원 실장은 출판 디자인과 관련하여 우리의 것을 잃어 버리는 많은 예들을 이야기 한다.
우리의 고유한 문화였던 자개장을 등한시 하고 서양의 가구만 찾다 보니 어느 순간 자개장은 일본의 것이 되어 버렸다.
이미 빼앗겨 버린 자개장을 되찾아 오기에는 잃어 버릴 때 보다 수백 수천의 노력이 필요해져 버렸다.
어디 자개장뿐인가?
일본은 김치를 기무치라고 하며 전세계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미국이 이태리 핏자를 피자라고 부르며 패스트푸드화 하여 전세계적으로 돈을 벌고 독일 함부르크 사람들이 즐겨 먹던 빵을 햄버거라 하여 많은 돈을 벌었듯이 우리는 일본에게 김치를 빼앗기고 있다.
우린 단지 김치가 우리의 것이라고 우기기만 할 뿐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나도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우리가 그리 많이 섰던 아래한글이라는 워드프로세서의 역사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
나도 아래 한글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지 못한 점이 부끄럽기 그지 없다.
마이크로 소프트사가 아래한글을 집어 삼키기 위해서 수 백, 수 천을 제시하였지만 아래한글을 만든 사람은 아래 한글을 지키기로 하였다. 바로 눈앞의 이익을 버리고 국익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어찌하였는가? 그 아래한글을 불법복제라는 미명하에 결국은 망하게 하였고 결국은 마이크로 소프트사에 넘어가게 했다.
그것도 엄청난 손해를 보면서 넘어갔고 지금은 MS워드라는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게 된다. 한글의 고유한 특성을 무시한 그럼 프로그램으로 말이다.
지금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그만큼 우리들은 우리의 것을 잘 지킬 줄 모른다.


디자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홍동원실장님이 이야기하는 바를 보고 있자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선진국이라고 좋다고 따라 할 이 아니라 그들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공부하고 우리의 것으로 계승 발전 시켜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떤 의도로 이 책을 집필 하셨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유쾌하면서도 또 우리 문화와 또 산업디자인이라는 분야에 대하여 깊이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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