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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나무 숲 ㅣ Nobless Club 1
하지은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도 에단의 눈 내리는 싸늘한 풍경과 고요와 바옐의 연주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실로 오랜만에 여운이 남는 소설을 보았다.
세상 그 어느 국가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오직 음악만이 존재하는 도시 에단 그곳에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그 종말이 어떤 종말일지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에단은 악세 듀드로라는 사람이 음악으로 지은 도시다.
이곳은 오로지 음악을 위해서 존재하는 곳과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뭐랄까? 아주 추운 지방을 연상하게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제목에서 보이듯이 얼음나무 숲 때문이 아닐까?
얼음나무 숲은 말 그대로 전설이다.
악세 듀드로가 가장 사랑한 나무를 듀드로가 죽기전 불태우게 된다.
하지만 그 나무는 타오르지 않고 오히려 푸른빛을 띄며 얼어갔다고 한다.
그 전설이 전해지는 에단에 두 천재가 등장하게 된다.
그 두 천재는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바이올리니스트 아나토제 바옐과 피아니스트 고요의 친구로써의 우정과 경쟁자로서의 질투를 묘하게 그려낸다.
묘하게도 이 소설은 중세시대를 모티브로 한 것 같다.
그러하면서도 현 시대의 문제를 적절히 섞어 풀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이유는 중세시대의 계급이 귀족과 평민이 나오고 또 현재 클래식과 같은 음악 마르틴과 일반 가요와 같은 파스그라노의 갈등이 적절한 갈등으로 평행을 이루며 진행 되기 때문이다.
부유한 환경속에서 자란 소심한 남자 고요는 평민 출신의 바옐을 마음속 깊이 동경하게 되고 그를 이기고자 하는 욕망 보다는 그에게 인정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에단에서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바옐은 음악여행을 떠나게 되고 수년의 세월이 흐른 뒤 악기 경매장에서 최고의 바이올린이나 저주가 붙은 "여명"이 경매에 나타나는 순간 극적으로 바옐이 나타난다.
역시 천재여서 일까? 죽음의 악기인 여명은 바옐을 주인으로 인정하게 되고 그 때부터 이야기는 급속히 진행되기 시작한다.
아무도 가본적이 없는 얼음나무와의 조우 그리고 사람들의 알 수 없는 죽음 과연 바옐과 죽음의 악기 여명 그리고 얼음나무 숲의 정체는 무엇일까?
시종일관 궁금증이 유발하게 된다.
최고가 되고자 했던 바옐의 욕망과 두려움, 그리고 바옐의 음악을 이해할 수 있는 단 한명의 청중이 되고자 했던 천재 피아니스트 고요의 질투와 사랑, 그들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끝을 맺을까?
수 많은 소설의 소재 중에서 음악은 작가들이 기피하는 소재가 아닐까 한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드라마나 영화가 더 손쉽지 않을까?
독자에게 음악을 직접 들려 줄 수 없다는 점에서 크나큰 단점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하지은 작가는 직접 음악이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도록 독자들을 유혹한다.
바옐의 바이올린 소리나 고요의 피아노 소리가 책을 읽는 시종일관 내 귀에서 맴돌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더 흥미 있었고 기억이 오래 남는 것이 아닌가 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읽으면 그 향기가 정말로 내 코앞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런 소설이 뛰어난 소설이 아니겠는가?
여성작가의 글이라서 그런지 문체도 부드럽고 이야기의 진행도 싸늘하기도 하면서 따스하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음악을 소재로 했지만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바옐과 특히 주인공인 고요의 심리 묘사가 아주 디테일 하다.
바옐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과 또 자신도 천재이지만 바옐의 그늘에 가려져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고 바옐보다 못 할꺼이라는 마음을 가지는 2인자의 심리묘사가 꼭 내가 고요가 된 느낌이 들게 한다.
그리고 1인자 바옐의 불안감과 욕망을 잘 그려냈다.
왜 자신을 그토록 좋아하는 고요를 밀어낼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자신만의 음악을 추구하는 욕망이 잘 나타난다. 천재의 고독함을 같이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쉽지 않은 시도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