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시에 산다 비온후 도시이야기 2
박훈하 글, 이인미 사진 / 비온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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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후의 나는 도시에 산다.라는 책은 그냥 사진 작품집이 아니다. 그렇다고 작가의 에세이만을 담은 에세이집도 아니다. 같은 주제를 놓고 글 쓰는 이와 사진을 찍는 이의 다른 시선을 한데 어울려 놓은 것이다. 그래서 일반 사진집을 기대했던 나로써는 약간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사진집과 달리 주제와 시선이 어울린 도시에 산다는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였다.
우리는 책을 볼 때 느림의 미학을 잊어 버리곤 한다. 느림의 미학이란 더 천천히 읽을수록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도시에 산다는 비록 사진과 에세이가 들어 있지만, 소설책과 같이 빨리 읽어 버리면 잃어 버리는 것이 많다.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를 음미하고 또 사진이 나에게 주는 풍경을 작가의 시선으로 생각해 본다면 그야 말로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인간미와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되어버린 도시. 그 중에서도 부산이라는 지역을 주제로 두 작가의 시선이 시작된다. 첫 번째 주제는 바로 급격한 변화 속에서 과거는 사라지고 현재만 남아 버린 삭막한 도시의 생리를 표현한다. 우리 사람에게는 추억이 있다. 시골에 살았든 도시에 살았든 유년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지금은 기억에서 점점 잊혀져 가지만 아직 우리의 기억을 되 살려줄 그런 곳들이 도시에 남아 있기는 하다. 한 이야기로 작가는 다리모시(계)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물론 지금도 그 계모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유난했다. 동네마다 한번씩 계주의 도주로 엉망이 되어 버린 추억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부장이 심했던 과거에는 집안에 아버지는 절대적인 존재다. 집에서 담배 피는 것은 물론이요 아버지가 주무시면 집안 식구 모두가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요즘은 많이 변했다. 물론 가부장제도를 찬동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그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뿐이다. 세월이 흐르면 그 시대에 맞게 생활 양식을 비롯한 인간미 자체가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너무도 빨리 흐르는 세월의 변화 속에서 우린 옛 것을 너무 빨리 잊어 버린다. 아마 두 작가의 의도는 너무 빨리 잊어 버림에 대한 원망을 표현하자고 한 것은 아닐까?


두 번째 주제는 인간의 욕심만 가득 차 버린 도시의 비인간적 생리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재개발과 철거 촌 주민들, 고향을 잃어 버린 사람들, 추억 할 것 없이 시시각각 변하는 도시의 모습들 속에서 우린 남들보다 더 독해지고 더 잘 살고 더 높은 곳에 오르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파괴가 또 다른 창조를 낳기는 하지만, 그 창조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린 아들,딸에게 물려 줘야 할 자연을 우리는 욕심과 탐욕이라는 이름으로 파괴 하고 있다. 그 이름은 바로 도시. 그렇게 우리는 하나의 부속품으로써 도시에 속해져 버리고 만다. 영화 친구의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나도 부산에 자주 가는 편이지만 부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아마도 영화 친구에 나오는 구수한 사투리와 풍경에 다시 한번 추억에 빠졌으리라 본다.


세 번째 주제는 도시의 비인간적 생리에 대하여 우리가 작게 실천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작가는 이렇게 하라. 라는 해답을 제시 하지 않는다. 글을 보면서 사진을 보면서 독자 스스로 깨달음을 얻으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느껴버린 내가 작가의 의도를 벗어나 너무 깊이 생각함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작게는 내가 환경을 지키고 또 감수성을 훈련하며 도시에 살고 있지만 인간미를 조금씩 되찾아 가자는 이야기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작가든 또는 미래를 예측하는 소설가든 모두들 미래는 인간미의 상실과 자연의 파괴로 인간 스스로가 죽음의 길을 택하고 그 길에서 희망을 찾는 다는 이야기다.
비 온후의 두 번째 책인 도시에 산다. 첫 번째 책인 쿠바에 가면 쿠바가 된다. 에서 삶에 지친 나에게 휴식을 주었다면 두 번째 책인 도시에 산다.는 물질만 바라보고 도시만 동경하면 살아온 나에게 또 다른 도시의 의미를 심어 주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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