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았습니다. 장의 길이는 몇 자요...."라고 하는 대사가 있다. 이 유명한 대사는 바로 드라마 허준의 클라이막스에 허준이 호소하는 대사이다. 사극 열풍이 불면서 한의학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그 이후에 의녀 대장금이라는 드라마로 다시 한번 한의학은 인기가 더 높아졌다. 자칫 잘못 생각하면 한의학은 민간요법이고 서양의학은 과학적이라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 오류는 한의학의 발전을 저해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망진에 쓰여진 병세를 진단하는 법은 결코 비과학적이지 않다. 임상 실험을 통한 통계로서 그 근거를 삼는 것이다. 한의학과 우리의 삶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이룬다. 쉬운 예로 보면 인삼을 다려서 먹는 다든지 수지침을 놓는 다든지 큰 맥락에서 보면 모두가 한의학에 속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의학은 우리의 삶과 깊게 관련이 되어 있는 것이다. 망진이라고 하며 눈으로 환자를 살펴 보고 병의 근원을 찾는 것이다. 물론 망진 후에 진맥이라든지 촉진이라든지 어려가지 방법이 동원되지만 1차적으로는 망진으로 환자를 살피는 것이다. 망진은 비단 한의학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쉽게 우리가 병원에 진찰을 받으러 가면 의사가 입안이나 눈동자의 상태를 보고 환자의 경중을 살피는 것이다. 서양의학은 그 환부를 바로 치료하는 것이 특징이고 빠르고 확실하게 치료를 한다. 하지만, 서양의학에도 단점이 있다. 그 병의 근원을 자칫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의학은 그 역사도 오래 되었지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상생의 법칙이 아닌가 한다. 바로 그 병의 근원을 고쳐서 인간의 원기를 회복시키는 것이 주 목적이 된다고 본다. 그래서 신약은 독성이 강하며 그 독성으로 인해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지만, 탁월한 효능과 속도 때문에 많이 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한약재를 쓸 경우 점차적으로 병을 고치기에 그 병과 연관된 합병증까지 치료하는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우리 몸에 부작용도 적다. 그래서 연로하신 분들은 오히려 서양의학보다는 한의학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나는 솔직히 잔병치레를 하지 않는 편이여서 한의원은 가본적이 한번도 없고 일반 병원에도 열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그만큼 병과는 친하지 않지만 이제 나이가 들수록 점점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커진다. 망진이라는 책이 우리 곁에 있으면 좋은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자가 진단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어디가 아픈지 내 가족이 어디가 어떤지 조금이라도 안다면 병원이나 한의원을 찾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도 있다. 망진을 하며 진맥을 하는 한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 6년에 인턴.레지던트를 거쳐서 수년 동안 병원에서 환자를 살펴보아야 비교적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한번 봤다고 함부로 망진을 하고 병을 진단 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진찰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나는 이 책에서 주로 얼굴에 관한 망진을 눈 여겨 보았다. 평소에 사람 얼굴에 관심이 지대한 이유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을 보는 내내 손거울을 가져다 놓고 읽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용어가 어려운 것도 있지만, 내 얼굴을 살피면서 기억하지 않으면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읽으니 휠씬 재미가 있었다. 최근 과도한 업무로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오른쪽 얼굴 복숭아뼈 부근이 자주 실룩 거린다. 단지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 부근은 바로 간에 무리가 가면 생기는 증상이라고 했다. 정말 맞는가 보다. 피로가 누적되면 우리 몸에서 간에 가장 큰 무리가 가지 않았던가? 그래서 어려운 의학서적이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나 보다. 이 책은 물론 한의학을 전공하는 의학도에게 더욱 필요한 책이지만, 한의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한의학의 기본을 알려주는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나를 만나는 사람은 내가 그 사람의 안색을 살피고 어디 어디가 안 좋으세요? 라고 물어 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