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10대에서 30대까지는 가슴에 묻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암으로 친구가 투병중 이거나 가장으로써의 책임감을 많이 느끼지 못하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고향사진관은 작가 김정현씨의 친구가 모델이었고,
그 친구를 추억하면서 김정현씨가 소설로 엮어낸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제 2의 출발선에 놓은 용준은 아버지의 병환으로(식물인간) 모든 꿈을 접고 고향에 안착하게 된다.
쉽지 않은 인생이다.
뚜렷하게 큰 뜻을 품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용준에게도 나름의 꿈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병환중인 아버지를 모셔야 하고 밑에 동생들과 어머니마저 책임져야 하는 장남의 무게.
그 무게로 인해서 그는 자기 자신의 인생을 포기한다.
그리고 헌신적인 아내 희순을 만나 결혼을 하고,
무려 17년이라는 세월을 아버지 수발에 바친다.
하지만 그 세월에 동안에 용준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 버린 것일까?
그 또한 간암 선고를 받고 세상을 떠난다.


문장 문장이 참 굵다. 그리고 남성적이다.
김정현 작가의 소설이 그렇다.
예전에 읽었던 아버지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경제 불황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는 한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
가족과의 불화도 깊어져 가지만, 무엇보다 그는 고칠 수 없는 암이라는 적을 만난다.
이 소설을 볼 때 아마 내 나이 스무 살 무렵.
아버지 생각이 무척이나 많이 났다.
어디서 봤는지 모르지만 이런 이야기가 생각난다.
(내가 어릴 적 아버지의 냄새가 무척이나 싫었다.. 고기 구운 냄새에 소주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 절어 있는 담배 냄새가
싫었다. 내가 자고 있을 때면 술에 취한 아버지가 오셔서 내 얼굴에 수염을 비비곤 하셨다.
그때 아버지 잎에서 나던 술 냄새가 무척이나 싫었다.
지금 내 나이 40줄. 이래 저래 바쁘게 사는 인생이다.
오늘도 직장동료와 회식을 하고 집에 들어왔다.
아버지가 주무시는 방문을 열고 주무시고 계신 아버지를 바라 보았다.
그때 내가 싫어하던 그 냄새를 이젠 나에게선 난다.
이게 바로 험한 세상에서 아버지들이 살아가는 그 냄새인 것이다.
이제 조금 아버지를 이해 할 수 있다.)


부모가 되기 전에는 부모의 입장을 이해 할 수 없고, 오로지 부모에게 사랑 많을 바란다.
그렇게 태어나서 부터 출가하기 전까지 우리는 부모에게 내리 사랑을 받고 그것이 습관화 된다.
그래서 부모에게 사랑을 되돌려 주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내리받은 사랑을 내 자식들에게 또 내려 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부모의 입장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면서도 또 부모에게 사랑을 원한다.
각박한 세상이다.
제 나아주고 키워준 부모를 버리고 저 혼자 잘 살겠다고 하는 인간이나,
나이를 먹고도 제 할일 못하고 부모에게 손을 벌리고 사는 인간이나,
모두다 한심하기 그지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효도를 하고 사는가?
소설 속 용준은 그 쉽지 않는 사랑을 선택한다.
바로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부모에게 돌려주는 사랑을 말이다.
지금에야 내 부모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거 같지만,
그렇지 못한 게 인간이다.
그래서 간사하고 자기 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소설 속 이야기처럼 차라리 목숨을 내놓는 게 쉽다.
17년 세월을 수발하면서 산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시 한번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제 인생의 무게를 조금씩 알아가는 나이고 그 무게를 책임도 져야 하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용준이 세상을 떠나면서 내게 남긴 게 무엇인가?
그의 인생은 과연 실패한 인생인가?
나는 누군가를 위해 내 인생을 바칠 수 있는가?
마지막 장을 덮으면 눈시울을 붉혀본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꼭 나의 이야기 같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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